‘더 까기 라이브 (The GGAGI LIVE)’

성역 없이 ‘모두 까기’하는 겁 없는 20대들의 말, 말, 말 퍼레이드. 매주 금요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들에 대해 네 명의 고함20 기자들이 모여서 ‘까 본다’  


최근 트위터 상에서는 ‘K-DNA’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medipana라는 의약전문 매체가 2011년 10월에 쓴 ‘통계청, 글로벌 한국인 우수 유전인자 통계로 증명’ 이라는 기사가 지금에 와서야 SNS를 통해 퍼져나간 것이다. 이 기사는 통계청의 <통계로 본 K-DNA Power>라는 보도자료 (http://bit.ly/12BhswW를 그대로 갖다 쓰고 있는데, 통계청이 이야기하는 <K-DNA Power>는 “한국인이 우수한 K-DNA를 갖고 있어서 잘 나가는 것이다”라는 당황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국가기관인 통계청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공식자료로 까지 만들었다며 조롱하고 있다.


통계청 홈페이지 가면 확인 가능하다.

캬~ 주모 국뽕 한 그릇 주쇼

 
힙덕: 미치겠네ㅋㅋㅋ 그냥 긍정적인 통계 싹 갖다 붙여서, 한국사람 DNA가 좋은 거라는 기막힌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어. 그런데 2011년 10월 자료가 왜 지금에서야 논란이 됐어?


야매 : 누가 인터넷에서 예전 자료를 찾아냈나봐. 재미있는 건 이 자료를 인용한 게 medipana라는 매체만이 아니라는 거야. 한국일보,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등 유명 매체에서도 이 자료를 인용해서 K-DNA 운운했더라고. 

국뽕: 이거 내 닉네임처럼 국뽕 냄새가 아주 진동하는 자료네. 캬 또 국뽕 한 그릇 땡기는구만. 주모!

 

(국뽕은 국가+히로뽕이 섞인 은어로서, 인터넷상의 과도한 한국 찬양을 비난할 때 쓰는 은어입니다. ‘국뽕’은 원래 어원과는 다르게 마약이 아닌 막걸리로 비유되고 있습니다.) 

 

콩라인: 이게 통계청 공식자료라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
 
힙덕: K-DNA가 우수유전인자라는 자체가 웃겨. 그러면 열등 유전자는 또 따로 있나? 이거 아리아인이 우월하다 주장한 히틀러랑 뭐가 다름?


국뽕: 캬~취한다 취해. 


콩라인: 우리나라 공무원들 왜 이렇게 사고방식이 구리지. 너무 구려. 발전한 걸 내세운 건 좋은데 멋있지가 않아. 미드처럼 멋있게 만들 수도 있잖아. 이게 뭐냐고…


야매: 좋은 건 아주 다 갖다 붙였어. 각각의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고 뛰어나서 성과를 올린 건데 그걸 무슨 유전자 타령을 해. 그러면 자살율 1위면 뭐 자살 DNA가 있음? ㅠㅠ


힙덕: 이렇게 허접한 자료를 만들어 낸 것도 한국인 공무원일 거 아냐. 봐봐 K-DNA가 있다고 하더라도 완전 열성이라니까. 

본문 내용은 이런 식이다. 실컷 이빨을 까놓고, 통계를 덧붙이는 식

충격! 2쳔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피 안에 내제돼 있던 DNA가…

 

야매: 내용을 좀 살펴보자. 첫 번째로는 한국인에게는 글로벌 우수 인재들을 만들어내는 K-DNA가 있다는데, 보아하니 한국의 회식문화가 공동체의식을 강화하고, 일종의 소통 문화로써 글로벌 인재를 만들어내고 있다네.


국뽕캬~ 폭탄주 먹고 룸살롱 열심히 가면 글로벌 인재가 된답니다!


콩라인: 해외 기업 취업 한국인이 늘어났는데, 이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대응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췄기 때문이래. 이거 위대한 K-DNA 한국인들 까는 거 아님? 진상 상대하다보니까 스킬이 늘었다는 이야기잖아.


힙덕: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가들 이름을 나열하면서 ‘K-DNA를 빛낼 인재들’이라네. 아니 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서 성공한거야? 그냥 자기들이 잘나서 성공한 거지. 


야매: 두 번째로는 세계에 나눔을 실천하는 K-DNA래. 거상 김만덕의 나눔 정신과 까치밥 남겨두는 전통이 우리 피에 흘러서, 우리가 봉사와 나눔을 잘 하는 거래. 세 번째로는 천만 외국인을 이끄는 관광코리아 K-DNA, 사랑방이 예로부터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민족의 특성을 잘 보여준대나 뭐래나. 


콩라인 갖다붙이는 거 진짜 잘한다. 이거 만들었던 사람 위에서 시켜서 했을텐데 좀 불쌍하다 ㅠㅠ


힙덕: 솔직히 우리나라 관광객 늘고 있고, 해외 봉사활동자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 보면 기분 좋잖아. 그런데 통계를 왜 이렇게 활용해서 비웃음거리를 만드냐고…


야매:  네 번째는 글로벌 우수 브랜드를 이끄는 K-DNA래. 이순신 거북선 장영실 측우기 또 팔아먹었네. 요즘 ‘한글 열풍’이 분다면서 한글도 한국 브랜드 중 하나래네.


국뽕: 캬~ 취한다. ‘한글 열풍’이 분답니다. 국력이 커지고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글이 글로벌화되고,  K-POP때문에 외국 젊은이들이 한글 배운 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한글 냅두고 왜 아직도 영어를 죽어라고 배우지? 캬~


콩라인: 비비크림이 원래 피부과에서 쓰던 의료용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화장품으로 만들어서 세계로 퍼트렸다고 하네. 이거 사실인가?


야매: 응. 그런데 비비크림 자체가 아시아쪽에서는 많이 쓰지만, 미국쪽에서는 많이 쓰지 않아. 


힙덕 화장품, 악기 등도 많이 수출하고 있으니 역시 한국인 DNA가 짱짱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럼 뭐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DNA가 얼마나 좋다는 거야…


야매: 마지막으로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는 K-DNA라는 주제인데, 이건 삼국지 위지 동이전까지 인용해서 ‘K-POP열풍은 2쳔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피 안에 내제돼 있던 興 DNA의 결과라고 써놨어.


일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비열한 거리'의 회식 장면.조폭들도 글로벌 인재 될 기세.

K-DNA,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야매: K-DNA라는 말을 국가 브랜드 향상 차원에서 정한 건가봐. 2011년 8월부터는 국가 브랜드 위원회에서 대학생 서포터즈인 ‘K-DNA 탐험대'(http://kdna.koreabrand.go.kr/kmap.html)를 운영했는데, 대한민국 곳곳에서 K-DNA를 빛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답시고 활동을 하게 했나봐. 판소리꾼, 한과명인, 장승쟁이 등등. 


힙덕: 그러니까 통계청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네. 아무튼 누가 대체 K-DNA라는 말 따위를 지은 걸까? 센스가 너무 떨어져.


콩라인:  우리나라를 긍정적으로 홍보하고,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하려는 취지는 이해가 가. 그런데 왜 그걸 K-DNA로 묶어내야 하냐 이 말이야. 좋은 전통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다면 좋은 것도 나빠보일 걸.


국뽕: K-DESIGN DNA(http://kddna.designdb.com/03_etc/dna.asp)도 있다네 캬~ 전통 디자인에서 공통적으로 ‘자연과의 조형적 조화’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과학성’ ‘단아하고 소박한 멋’ ‘부드러운 곡선의 미’ ‘정적인 미와 역동적인 미’등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대. 역시 한국 디자인이십니다 캬~~~


야매 : 그건 2012년에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한국디자인DNA연구를 한다면서 이름붙인 것 같은데, 참…얘네도 노답이다. 갤럭시폰과 소나타 타령 하면서 그게 한국 디자인DNA가 담겨있다네.


콩라인: 진짜 왜 이러는 걸까요?


힙덕: 사실 K-DNA라는 말이 흥하진 않았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도 잘 몰랐지. 그런데 최근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헤럴드 경제에 쓴 칼럼(http://bit.ly/15HYnGF에서 “과거 유라시아 대초원을 무대로 활약하던 기마 유목민의 DNA를 갖고 있어서” 한국이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는 거야. 그걸 보고 생각한 게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리 애국보수 청년들이더라도 저런식의 ‘민족성’ 타령을 구리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어르신들은 저 말에 꽃힐 수도 있다고 봐


콩라인: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에 “우리는 한 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이런 가사가 있잖아. 그렇게 ‘민족성’을 주입받아 오던 사람들이, 갑자기 국가에서 DNA라는 과학적 요소를 적용해서 “우리 민족은 위대합니다”라고 결론을 내버리니까, 가오 잡는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가끔씩 인용해서 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좋은 건 다 갖다 붙임.


마음 속에 국가에 대한 자긍심 없어서…

 

야매:  K-DNA를 보면서 느낀 게, 한국인들이 애국타령은 해도, 실제로 국가에 대해서 우러나오는 자긍심 이런 건 없으니까, 어떻게든 세뇌시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외국인들 보면 “싸이랑 강남 스타일 아냐”고 물어보거나, 외국 스타들 오면 “한국 어때요, 박지성 아나요?”이런 거 물어보는 것도 그만큼 내 나라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항상 외부로부터 확인 받고 싶어하는 것 같고…


힙덕그런데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지, 그렇지 않은지, 이런거에 대해 확신이 없고 항상 불안해 해. 앞에서도 말했지만, 외국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나 눈치를 엄청 봐.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 사람, 한국 기업에 대한 좋은 말이 나오면 내 일처럼 좋아해. 그런 사람들이 많다보니 K-DNA 따위로 자위하는 거지.  


국뽕: 이제 국뽕 그만 마시고 진지빨고 이야기 하자면, 이미 우리는 과하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뭉치고 있는데, 여전히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한민족’임을 세뇌시키려고 한다는 게 참 처연할 정도야. 국민들이 정말 자긍심을 갖게 만들려면, 국가가 복지시스템을 잘 갖추든, 사회적 안전망을 잘 갖추든 해서 ‘살만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국가에서 이런 거나 만들고 ‘선동질’이나 해대니… 


콩라인: 국민들이 우리나라가 진짜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K-DNA 따위를 만들어서 홍보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말 안해도 아니까. 


힙덕 :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지고 자꾸 외국 눈치를 보는 건,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고 봐. 식민지 지배를 당했고, 해방 이후에도 사실상 미국과 소련에 의해서 분단이 됐으니까… 뭔가 자격지심이 있을수 밖에. 

야매: 조금 뜬금 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이석기 패거리들도 약간 그런 생각 아닌가.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지배하에 있다고 생각하고, ‘미제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꿈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거지. 왜 녹취록보니까 이런 말도 했더라고. “영화에서 보면 미국은 외계인들만 겨우 침범하는 국가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제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뭐 이런 이야기ㅋㅋㅋ 주사파들도 생각해보면 ‘정신나간 민족주의자’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분단이라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인 거잖아. 그나저나 주사파들이 은근히 K-DNA 이론에 공감할지도 몰라.


콩라인: 그런데 K-DNA가 민족성에 대한 이야기잖아. 북한 사람도 우리랑 같은 민족 아니야? 그럼 북한사람들에게도 이 K-DNA Power가 있는 거 아닌가?


국뽕: 이야 통계청 직원 동무들 K-DNA Power니 뭐니 이거 종북 아닙네까?ㅋㅋㅋㅋㅋㅋㅋ


힙덕 : 으엌ㅋㅋㅋㅋ이거 종북논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