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 무사한 어느 날 청계천 광통교에서 어느 부부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무대 주위에는 무지개색 깃발들이 시원한 바람에 연신 펄럭거렸다. 예식을 준비하고 도운 이들은, 최저시급을 받기 위해 온 알바들이 아니라 자발적인 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칙칙한 예식도우미복이 아니라, 핑크색 하트를 가슴에 그리고 있었다. 세간에는 ‘어느 멋진날, 당연한 결혼식’으로 알려진, 김조광수 영화감독(49)과 김승환 영화사 대표(30)가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한 장이었다.
 

ⓒ '당연한 결혼식' 포스터

이들의 사랑과 결혼을 애써 반대하는 단 ‘두’ 명이 난입하기도 했으나, 예식은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두 부부는 예식이 진행되는 내내 다른 여느 부부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닭살 멘트’를 보였다. 수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당연한 결혼식’은 축제와 같이 진행되었다. 
이날 결혼식에서 백미이자 가장 가슴 뭉클했던 장면은 김조광수 감독의 어머니가 무대 위에 나와 대중 앞에 섰을 때였다. 그녀는 “우리 자녀들이 얼마나 속을 태워가며 살아가는지 모르실 거다. 앞으로 나와 저와 같이 다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자녀들을 도와주자”고 외쳤다. 

성소수자는 커밍아웃함으로써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하고, 홀로 남아지곤 했다.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배척당하고 소외받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애써 부인해야만 했다. 또는 남들과 본인이 다르지 않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세뇌하며, 본인의 존재를 외면하곤 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해 감히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지 못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내가 누구인지 되묻고 눈물로만 답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멋진 날, 부부의 당연한 결혼식은 존재하는 누구든 당연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자, 첫 실천이었다. 대한민국의 헌법10조에는 소위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당연한 권리는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성소수자에게서 사실상 배제돼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 사회에서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져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랑’등의 의미를 개정하기 위해  3,400여 명이 서명을 국립국어원에 제출하고 의미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대중 앞에서 ‘당연한 결혼식’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조광수 감독은 이번 결혼식을 통해 동성애자들의 결합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토론의 기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추태를 일삼는 혐오주의자는  토론의 기본 자세를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음을, 그 이유만으로도 모두가 포용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확고하게 전제해야 한다.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이제라도  전제 위에서, 우리는 ‘당연한 결혼식’이 던진 화두를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