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고함20 기자들이 두 발로 둘러본 나흘간의 생생한 민주주의 체험기. 기로기, 밤비, 불량한생각, 블루프린트 4명의 고함20 기자가 함께 전국의 민주주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로 남겨진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유적지부터 이 순간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진주의료원과 밀양송전탑 문제까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문제가 교차하는 길 위에서 민주주의와 저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눈으로 민주주의 현장을 둘러보고 마음속에 민주주의 정신을 담아오는 [민주로드] 기획 시리즈.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지 약 7개월이 지났다. 지난 6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에서 ‘1개월 이내에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긴 결과 보고서가 채택됐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4일 열린 새누리당 – 경남도 당정협의회에서 “추석 전에 진주의료원 청산을 마무리하겠다”며 청산절차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야당 측 도의원을 의장석에서 몰아내고 적자 운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허용하는 ‘경상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일부 조례 개정안’ 을 5분 만에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경남도의 폐업 방침으로 인해 진주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 됐고 환자 일부가 병원을 옮기고 난 뒤 오래되지 않아 세상을 떴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이후 시민사회에서 진주의료원을 지키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폐업 방침을 발표한 지 약 200일이 지난 지금 진주의료원은 청산 될 위기에 처했다.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이 병원 문을 걸어잠그고 폐업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노조원이 한겨레 기자에게 유리창을 통해 해고통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는 14일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지 딱 200일째가 된다. 폐업 방침 이후에도 조기, 명예 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7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했지만 경남도는 폐업 신고 다음날인 지난 5월 30일 남은 직원 전원에게 문자메세지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외치며 의료원 정상화 투쟁을 계속 하고 있다. 9월 1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경남도청 정문 옆 인도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려고 했으나 경찰에게 제지 당했다.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출입금지 표지판 ⓒ고함20 밤비

 경남도에서 폐업 방침을 발표으로 200일째 진료를 하지 않고있는 진주의료원의 모습을 담기위해 직접 진주의료원을 방문했다. 진주의료원의 입구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었다. “폐업으로 인하여 이 시설물 출입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누구든 허락없이 출입할 시 무단침입, 업무방해, 재산권 침해 등으로 민, 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공터 ⓒ고함20 밤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환자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진료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병원 건물로 가는 인도엔 무서울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가 의료원의 폐업 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진주의료원 본 건물 출입문에는 쇠사슬이 굳게 문을 잠그고 있었고 5월 29일에 붙여진 진주의료원 폐업 공고문은 너덜너덜거리다 못해 찢어진 채로 폐업을 알리고 있었다. 진주의료원 본 건물에서는 2명의 직원들이 채권자들의 채권신고를 접수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의료원 건물로 들어가니 경계한 채로 다가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촬영은 안됩니다.”라고 말하며 촬영을 저지했다.

쇠사슬로 잠긴 진주의료원 출입문 ⓒ고함20 밤비
 

병원 본관 건물 뒤 편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엔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자메세지로 해고통보를 받은 후 부모님 밭의 소일거리를 도와가며 의료원 정상화 투쟁을 하고 계신 박윤석 씨는 “신종 플루가 성행할 때도 진주의 다른 병원은 건물 밖에서 천막을 치고 환자들을 진료했지만 우리 의료원은 임신한 간호사마저도 마스크를 쓰고 환자들을 병원 내에서 진료했다. 우리 의료원은 환자가 먼저였다. 수술이 다 끝나고 입원을 하는 환자들에게 대부분의 병원에선 다른 병원으로 입원을 하라고 눈치를 준다. 하지만 우리 의료원은 절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공공의료원이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돼서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진주의료원을 통해 공공의료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을 나와 환자들의 산책로였던 곳을 걸어보고자 했으나 잡초가 너무 무성해서 길인지 숲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건물에 붙여있던 간판들도 떼어져 접착제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차도에는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폐허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본관 출입문에서 보이는 ‘따뜻한 공공의료, 활기찬 진주의료원‘ 말귀는 폐허로 남겨진 진주의료원이 지키고 싶었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