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고함20 기자들이 두 발로 둘러본 나흘간의 생생한 민주주의 체험기. 기로기, 밤비, 불량한생각, 블루프린트 4명의 고함20 기자가 함께 전국의 민주주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로 남겨진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유적지부터 이 순간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진주의료원과 밀양송전탑 문제까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문제가 교차하는 길 위에서 민주주의와 저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눈으로 민주주의 현장을 둘러보고 마음속에 민주주의 정신을 담아오는 [민주로드] 기획 시리즈. 

부산광역시 영주동 산 위에는 부산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공원이 있다. 부·마항쟁 20주년 기념일인 1999년 10월 16일에 개관한 부산민주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염원의 장, 정의의 장, 추념의 장과 같은 이름의 장소에는 추모탑을 비롯한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더불어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민주주의의 역사를 공유하는 지역 체험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처음 방문한 이곳은 밝고 정돈된 표정을 한 시민공원의 모습이었다. 홈페이지를 먼저 방문했을 때 느낀 그것과도 유사했다. 택시를 타고 나선형 길을 돌아 도착한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부산 시민들은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데에 그치지않고 공원을 지역 주민들의 공간으로 활용한 점이 와닿았다. 곳곳에 잘 가꿔진 나무와 꽃 역시 그런 인상을 뚜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이곳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부산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되고 있다. 현재 민주공원 관장을 포함해 정규직 18명이 경영지원팀과 교육문화팀으로 나뉘어 근무하는 상태다. 경영지원팀은 주로 시설 관리와 회계, 홍보 및 행사 지원을 담당한다. 교육문화팀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의 문화 사업과 함께 사료 정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여기에 더해 기획전시와 공연, 각종 기념사업 등 유소년부터 성인의 평생교육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부산시의회는 부산민주공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민주공원 측은 예산 삭감이 결정된 당시 성명을 발표해 시의회를 비판했다. 민주공원 측은 성명에서 “이대로 방치한다면 민주공원이 사라질 뿐 아니라 자랑스러운 부산시민들의 민주정신도 심대하게 훼손된다”며 예산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이 시의회에 방문하는 등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내려다본 부산시내 ⓒ고함20

지난해 12월 7일, 민주공원은 이미 예산의 52.7%인 5억9천3백만원이 삭감된 바 있다. 당시 삭감이 결정된 예산은 고정 경비인 인건비와 관리비 항목이었다. 삭감 후 남은 예산이 부족해 기본적인 시설 관리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소방이나 전기, 극장의 음향이나 조명 시설 등의 정기적인 보수 역시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민주공원 직원 L씨는 예산삭감이 임금에 끼친 영향이 특히 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40~50%가 삭감된 임금을 받고 일했기 때문입니다.” 몇몇 직원들은 자녀의 적금 통장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올해 예산 삭감이 결정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시설물 정비에 생긴 차질이다. 시설물 정비 금액 이 부족해 공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자체 수입이 시설관리운영비로 전액 사용될 수 밖에 없었다. 홍보 예산 역시 전액 삭감됨에 따라 민주공원 소식지 발행이 중단됐다. 이 소식을 접한 민주공원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호외 소식지가 제작되기도 했다. 관계자 A씨는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사업 및 프로그램이 폐지, 축소되어 시민들 역시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L씨에게 예산삭감이 결정된 이유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것은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예산 감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현재 민주공원 근무자들로서는 예산 삭감결정의 근거를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공원 관계자는 “시 의회의 결정 사항 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민주공원 내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 ⓒ고함20

‘예산안 사태’ 이후 민주공원은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및 전국의 민주화운동기념단체와 연대하여 예산삭감의 부당함을 알렸다. 또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를 방문하여 민주공원의 운영 상황에 대해 설명 하기도 했다. 추경예산에 안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노동조합에서는 대 시민 선전전을 진행하였으며, 예산삭감의 당사자인 민주당 부산시당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부산민주공원의 예산 삭감과 존폐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부산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지역방송과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가 되어 시민들이 민주공원예산 삭감 문제는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L씨는 “한 기관의 예산이 50% 이상 삭감되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시민들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시민들 중에는 부산민주공원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공원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 예산 사태를 통해서 부산민주공원이 시민들에게 알려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7월 초에 재확보된 예산은 2억 5천만원이다. ‘전액 삭감’의 악몽을 벗어나긴 했지만 작년 예산이 11억 8백만원이었던 점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예산이 삭감되면 민주공원과 함께 직원들의 생계 역시 불안해진다. “‘민주공원의 예산이 과도한 것 아니냐’ 하는 외부의 시선이 있었죠. 의회가 입장에서는 삭감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건데, 여기에는 직원들 인건비 문제도 걸려있어요.” A씨는 덧붙여 “운영이 잘 되지 않는것은 아니었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추경 예산이 반영되었지만 직원들의 임금은 약 10%정도 삭감되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직원 L씨의 말이다. 부산민주공원의 직원들은 해마다 고용 재계약을 한다.  올해 예산 삭감은 내년도 재계약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L씨는 “우선은 구조조정과 자구책을 마련해서 운영을 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예산이 삭감된다면 공원운영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부산민주공원은 4.19에서 부마항쟁, 6월항쟁 등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변곡점마다 주요한 역할을 해온 부산의 민주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L씨는 “부산의 민주주의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장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조성된 공원이기에 이곳은 부산 시민의 것이며 부산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민주공원이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성지로,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의 장으로 시민들 속에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