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마을 절반이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 선로가 지나는 밀양 지역의 30개 마을 가운데 15개 마을을 합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어 합의는 지난 11일 열린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 협의회’에서 새 보상안이 발표되기 전 완료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주민 다수가 보상안 자체를 거부해 합의하지 않았다”며 “합의는 마을 총회 개최, 회의록 작성, 서명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전은 일부 소수 주민들과 일방적으로 합의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합의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들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내용을 내어놓은 한전의 발표에서, 8년 가까이 지속된 정부와 현지 주민 간의 마찰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정부의 의사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지난 11일 직접 밀양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이 밀양을 쳐다보는 가운데 달리 길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공사를 강행할 것임을 알린 바 있다. 올해 여름 지속된 영남지역의 유례없는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말미에 정 총리는 국책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국책사업에는 불가피하게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고, 보상안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바탕으로 서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이 바라는 이상적인 대화인 모양이다. 이 와중에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수많은 대안들은 협상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기존의 송전선로를 최대한 이용하며 지중화를 검토하자는 대책위의 제안 역시 ‘기술상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한 마디 말로 간단히 무너졌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며 밀양까지 걸어 들어간 국무총리는 결국 ‘불가피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필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법률을 국회에 상정하면서까지 새로운 보상안을 내밀었다. 애초에 정 총리의 밀양 방문이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초석 쌓기였을 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이르면 추석 연휴 직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송전탑 건설 사업이 재개되었을 당시 밀양 주민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던 때가 떠오른다. 추석 연휴 국민들이 각자의 고향으로 귀성 행렬을 이어나가는 동안, 밀양 주민 대표들은 연좌 농성을 이어나가며 또 한 번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