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메뉴얼은 사라지는 추세지만 다른 종류의 메뉴얼은 점차 두꺼워지고 있다
사랑하는 것, 친구와 지내는 것, 노는것, 쉬는것 모든 상황에서 메뉴얼을 찾는 사회

어떤 일을 하고 싶어졌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하고 싶을 뿐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고, 봐 온 게 있기 때문에 그거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가 별안간 책 한 권을 툭 던진다. 표지에는 매뉴얼이라 쓰여 있다. 그 책을 훑어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이 죽 나와 있다. 책에 나온 방법은 애초에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다르다. 저기에는 저렇게 나오는데, 처음 생각했던 대로 하는 게 맞는 건가? 갑자기 혼란에 빠진다.


매뉴얼은 어떤 행동을 할 때 적절한 절차를 설명한 지침이다. 전자제품 등에 흔히 딸려 있는 설명서의 개념을 사회 전반에 적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실용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장도서 100선 등이 일종의 매뉴얼이다. ‘친구 잘 사귀는 10가지 방법’, ‘혈액형별 연애 방법등 관습적으로 전해지고 있는 정보들도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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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곳곳에는 매뉴얼이 있다
. 범람하는 자기계발서, 인터넷 곳곳에 있는 여러 생활정보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루에도 셀 수 없는 양의 매뉴얼이 쏟아지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참고한다. 어느덧 사람들도 어떠한 행동을 할 때 매뉴얼을 더욱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자기 직감을 믿고, 발길 닿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조금만 찾아보면 자신이 하려는 행동에 대한 적절한 매뉴얼이 나오기 때문이다. 굳이 매뉴얼을 보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위험성과 불안정성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

매뉴얼이 여기저기 나타나면서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공부, 업무 등은 물론 게임, 휴가, 연애 등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정해진 것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 자체는 효율적이고 적절한 실행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매뉴얼의 범람은 굳이 효율적일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재단되도록 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이, 효율적으로 노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이러한 종류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매뉴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당장 분야별 베스트셀러 책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의 매뉴얼이 보인다. 그 중에는 잘 노는 방법’, ‘잘 쉬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도 있다.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은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때로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들을 힐난하기도 한다. 매뉴얼은 반드시 따라야 할 절대법전도 아니고, 꼭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어느새 매뉴얼이 유일한 답이 되어 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듯이. 모든 행위가 반드시 좋은결과로 이어져야만 한다는 듯이.

모든 것에 답을 정하는 것은 분명 편리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들을 억누를 수 있는 위험성 역시 내재한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권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뉴얼이란 이름의 일정한 지침서가 범람한다. 왜 다양함이 좋은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오히려 매뉴얼은 더욱 많아졌을까? 그리고 우리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매뉴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함20에서는 이번에 곳곳에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과도한 매뉴얼리즘에 대해 훑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