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은 도대체 언제 챙겨야 하지? 기념일이 겹치면 따로 해야돼?

섹스, 빠르면 이상하게 비춰질까 고민이고 늦으면 사랑이 부족하다고 비춰질까 고민  
소개팅에서 만난 그 남자 정말 좋은데, 친구들은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연애에도 매뉴얼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마치 조선시대의 엄격한 남녀통혼풍습처럼 연애에도 법도가 생겼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 메뉴얼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쏠이든 커플이든 할 거 없이 한 가지 공통점은 ‘연애 매뉴얼’이 필수라는 것. 무사 평안한 연애생활을 위해, 혹은 상상 속의 동물인 ‘임’을 만나기 위해 ‘연애 매뉴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연애, 꼭 해야 해?

모솔(모태솔로)이라면 억울해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메뉴얼화 된 연애를 강요하고 있다. 과연 연애 꼭 해야 하나. 연애를 안(못)하면 불쌍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세상에는 커플이 아니어도 즐겁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힘들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모두 독신으로써 위대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다. 현재 위대한 삶을 지향하고 있는 윤 모(남, 24) 씨는 “연애를 하라고 막 얘기하는 게 싫다. 남의 시선 의식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하나.”라고 말한다. ‘솔로=불쌍함’의 등식이 성립되는 것, ‘성공한 연애, 실패한 연애’의 이분법이 통용되는 것은 연애를 과도한 연애의 매뉴얼화가 우리 사회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 대상,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최근에는 연애대상을 만나는 경로가 다양해 졌지만 몇 가지 불문율 정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쉽게 만난 만남은 쉽게 가는 것, 클럽에서 만난 관계는 오래가면 안 된다.’ 물론 클럽과 같은 곳이 가볍게 놀기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클럽에서 만나는 것이 금기시되는 것은 연애 매뉴얼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불과하다. 클럽에서 만난 사람은 안 좋을 것 같은가? 그렇다면 당신의 전 연애를 떠올려보라, 과연 클럽 외 장소에서 만난 당신의 전 연애대상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나. 개그맨 오지헌 씨의 일화가 있다. 아내 박상미 씨는 TV에 나온 오지헌 씨를 보고 ‘누가 쟤랑 결혼할까?’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인연만 닿는다면 누구든 당신의 연인으로, 혹은 원수로 나타날 수 있다.

오늘부터 1일이다!^^ 기념일은 백일, 이백일,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일주년 정도는 챙겨야 하는 거 알지?

연애를 시작했다. 다행히 연애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걱정 않고 연애를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걱정이다. 당장 한 달 뒤에 발렌타인데이가 있다. 그다음 달에는 화이트데이, 그다음 달엔 자기 생일, 좀 있으면 백 일이다. 거짓말 좀 보태서 하루하루가 기념일인데 어떡하나. 장혜성(가명, 여 23)씨는 이에 대해 “일 년 같은 년 단위랑 생일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괜찮으냐고 묻자 “아, 크리스마스도요.”라고 답변했다. 더 물어보면 점점 늘어날 거 같다. 기념일 지키기, 역시 만만치 않다. 

명절 보다도 긴 기념일

그럼 다른 분야는 어떨까. 소개팅 비는 서양문물 더치페이의 등장으로 5:5로 내는 풍습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이들과 다짜고짜 상대에게 계산서를 들이미는 족속은 여전히 존재한다. 고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백은 남자가’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러나 고백에 꼭 우선순위가 있어야 할까. 너나 할 것 없이 사랑한다면 누가 프러포즈를 먼저 하든 상관없어야 하지 않을까. 찰 때는 서로 먼저 차려고 하면서 사랑고백은 상대에게 떠넘기는 특이한 매뉴얼이 연애생활에 끼어들고 있다. 매뉴얼이 적극적인 사랑표현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커플링은 흔히 남자가 맞춰와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커플링은 더 끼고 싶은 사람이 해와야 하는 거 아닌가. 커플링이 의무가 된 순간 슬프게도 사랑의 증표는 카드 영수증과 애물단지로 화할 뿐이다. 사랑한다면 꼭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성 역할을 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더 진정성 있지 않을까.


손은 당일, 키스는 일주일, 한 달은 섹스. 진도 꼭 정해놓고 나가야 해?

때로는 정말 매뉴얼이 있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커플의 스킨쉽 속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골치 아픈 문제다. 지금 손잡아도 되는 것인지, 뽀뽀해도 되는 것인지, 이러나 성추행범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된다. 그렇다고 천진난만하게 “손잡아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건 분위기를 망친다고 선배가 얘기해줬다. 천천히 하자니 답답하고 빨리하자니 서로가 생각하는 속도가 다를까 걱정되는 스킵쉽은 그 생각의 차이 때문에 헤어질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진도부터 끝내고 나서 연애를 시작하는, 예습 잘하는 커플들도 있는 것을 보면 스퀸쉽의 진도는 차라리 ‘키스는 일주일’, ‘섹스는 백일’ 같은 메뉴얼이 있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가끔은 우리가 섹스 때문에 서로 만나는지 의심도 된다. ‘진짜 사랑’, ‘가짜 사랑’, 몸 때문에 마음도 고민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서로 이해하며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결국, 정답은 어디에?

‘연애는 전쟁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 어디 매뉴얼이 있던가. 병법은 거시적 안목일 뿐이요, 전투는 임기응변일 수밖에 없다. 당신의 엇나간 첫사랑에도, 코 꿰여서 결혼한 대학선배에도 정답은 없다. 연애의 규칙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누군가 만들어준 매뉴얼만 따라서는 반쪽짜리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맞지 않는 신발을 억지로 신어봤자 고통만 길어질 뿐이다. 한눈에 반해 불타는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 만의 매뉴얼이, 서로에게서 진실을 갈구하며 한 발짝씩 착실하게 사랑을 쌓아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만의 매뉴얼이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연애를 연애 그 자체로 즐긴다면 언제나 그렇듯이 성공한 연애를 할 것이다, 매뉴얼이 어떻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