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사회의 각종 문제가 맛나게 조화를 이루는 완전 식품이 있다. 이 완전 식품은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의 이면들을 집약해 놓은 것 마냥 복잡하게 얽혀있다. 정치 세력 간 갈등, 사회 구성원 간의 분열, 돈의 힘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경제 문제, 여기에 한국 사회에서 뿌리부터 곪아 있는 종교 문제까지. 이 놀라운 음식의 이름은 성남 일화 천마, K리그 구단이다.
성남 일화 천마 문제의 시작은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가 사망한 것으로 시작한다. 통일교는 공식적인 후원 재단으로 연간 수십억 원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2012년 9월 축구단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문선명 교주가 사망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통일스포츠단은 한 달 뒤인 10월 말,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여자축구단 충남 일화를 해체하고, 수년간 지속해온 피스컵과 피스퀸컵을 연달아 폐지해버렸다. 그 연장선으로 성남 일화 천마 구단에 대한 재정 지원을 올해까지로 선을 그었다. 후원 업체를 잃은 성남 일화 천마 구단 측은 일단 구단의 연고지인 성남 측에 손을 내밀었다. 

성남 일화 천마는 불과 3년 전, AFC 우승을 경험했다.ⓒ 연합뉴스
 
1. 일화를 향한 기독교 단체의 압박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성남시는 일화 천마 구단은 시민구단으로 전환을 통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3월 일화 천마의 시민구단 전환의 적절성을 검토하기 위해 1,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측의 이를 위해 협상을 진행한 것도 양측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천마 일화의 박규남 단장이 매각이 아닌 ‘조건없는 기부’라고까지 표현한 이 협상은 성남시의 일방적인 거절로 파기되었다. 
김현회 축구 칼럼니스트는 성남시가 일화 천마 구단의 시민구단 전환을 거부한 배경에는 기독교계의 압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회 씨는 네이트 기사에서 일화 천마가 성남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2000년도부터 14년 동안, 지속해서 기독교 단체가 극심하게 압박해왔음을 언급했다. 기독교 단체들이 천마 일화 구단을 몰아세우는 이유는 구단의 모기업이 기독교가 ‘이단’으로 지목하는 통일교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요지는 명확했다. 현재 성남시 측이 일화 천마 구단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다른 어떤 이유가 아니라, 이재명 성남 시장이 “대형교회와 개신교 세력의 막강한 힘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일교를 '이단'으로 지목하는 기독교계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2. 성남 일화 천마는 정치적 카드?
지난 9월 12일 새누리당 소속의 정용한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일화 천마의 시민구단 창단을 촉구하는 시민들 앞에서  “나는 성남 시민구단 유치를 찬성한다. 의원들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예산 조율이 가능한 10월 의회에서 예산 비용과 유치 의견을 끌어오겠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할 것을 ‘대놓고’ 약속했다. 이러한 정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올해 초 시민구단 전환을 추진하다 최종적으로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성남 시장과 상반된 행보로 인식될 수 있다.
성남은 본래 ‘여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0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시장직과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달아 야당에 패했다. 시장직은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시장에게, 의원직은 손학규 의원에게 각각 넘겨줬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내년 기초단체장 선거를 위한 포석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의도가 어찌 되었던 성남 시의회 의원의 이런 발언과 행보는 이재명 성남 시장을 정치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3. 후원해줄게, 일단 이름부터 바꿔줄래?
프로 스포츠에서 자본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모든 것을 무력하게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일화 천마의 경우는 후자다. 재정 지원을 해주던 통일교 재단이 후원을 끊는 것이 현 사태의 시작이었다. 여기에 성남시가 재정적인 이유를 거론하며, 일화 천마 구단의 인수안과 시민구단 전환안을 사실상 백지화를 만든 것도 돈 문제다. 
일화 천마 구단 측은 성남시와의 협상이 백지화되자 다른 방안을 찾아보았고, 구단 인수에 가장 열정적이었던 안산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산시 단독으로 일화 천마를 인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일화 천마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더라도 재정 지원을 강력하게 밀어줄 스폰서가 필요했다. 이때 마침 뉴발란스가 안산시에게 재정 지원을 희망한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뉴발란스 측이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구단 명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안산 뉴발란스 FC’정도가 될 것이다. 기존에는 인수나 창단을 할 경우에만 기업 명을 활용하여 구단 명을 만들었다. 지금 살펴보고 있는 성남 ‘일화’ 천마가 그러하다. 수원 ‘삼성’ 블루윙스도 이 경우에 속한다. 단지 후원만으로도 구단 명을 교체할 수 있다면, 이건 K리그에 어떠한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 구단에 돈만 가져온다면, 구단의 어떤 것도 요리할 수 있다는, 그런 선례.
4. 천대받는 팬들과 천마가 달려야하는 이유
다양한 문제와 갈등의 양상이 점철된 성남 일화 천마 구단의 전개를 보면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구단을 향한 애정의 끈을 결코 끊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팬들의 존재다. 종교 다툼에서 팬들은 설 자리가 없고, 정치 현황에서 이들은 들러리다. 경제 논리로 오면 팬들의 존재는 더 처참해진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저조한 평균 관중수를 기록하는 성남 일화 팬들의 존재는 경제 논리로 보았을 때, 현재의 성남 문제를 야기한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팬들은 성남 시민축구단 창단촉구 범시민궐기대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까지 구단의 존속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이토록 초조하게 상황의 전개를 지켜보는 팬들의 존재가 외면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나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것은 팬들이지만, 아무도 이들의 목소리에 진심 어리게 귀를 기울이려는 않고 있다. 천마가 성남 땅 위에서 달리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성남 일화 천마를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만으로도 천마가 성남 땅 위에서 달리기에는 충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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