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맘때 즈음이면 시댁에 대한 며느리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온·오프라인의 시공간을 가득
채운다. 한집안의 귀한 딸로 태어나 남편 못지않게 애지중지 길러졌음에도 며느리라는 역할 때문에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온갖 잡일을 해야 하니 왜
불만이 없겠는가. 이런 며느리들과는 대조적으로, 어디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 덕분에 명절날에도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혼자 있기로 한
이들이 있다. 이름 하야 지방 출신 ‘취업준비생’이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추석이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혹은 직장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추석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이들이 많다. 마침내 황금 같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지방 출신 취업준비생들에게 추석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날이다. 명절을 함께 지낼 가족이 없어 외롭지 않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외로움보다 혼자 있는 편안함이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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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김유정(23) 씨는 울산광역시 출신이다. 유정 씨는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2010년 서울 소재 대학교의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룸메이트가 떠난 기숙사 방에 홀로 남아 9월
28일에 치를 건축기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유정 씨는 “지난 학기에 자격증 시험에 한 번 떨어졌었다. 이왕이면 시험에 붙어서
자격증을 따고 집에 내려가는 게 마음도 편하고 나 스스로 당당하다고 느낄 수 있어서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에 서울에 남아있기로 했다.”라고
했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올해는 기업에 취직하기로 마음을 먹은 하상봉(가명, 28) 씨도
고향인 경상남도 함양에 내려가는 대신 취업준비를 위해 서울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상봉 씨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오면 신체 리듬이
깨져서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서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고향에 안 내려가고 서울에 남아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지금이 심적으로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혼자 산 지 오래돼서 딱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상봉 씨는 가족 대신에 평소에는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든 직장인 여자친구와 함께 연휴 첫날을 보냈다. 

대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박정희(24) 씨는 마음 편하게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
고향인 경상남도 진주에 내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정희 씨는 “고향에 내려가면 오랜만에 보는 집안 어른들이 졸업할 때 됐는데 취직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물어보신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취업준비생에게 이런 질문은 불편할 것이다. 근데 취업준비가 딱히 잘 되는 것도 아니라서 대답할 말이 딱히
없다. 이런 상황이 싫다. 그리고 9월이 한창 공채 준비할 때라 마음이 급한데 성격상 혼자 지내면서 준비하는 게 더 편해서 안 내려갔다.”라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명절날 모이는 가족은 위안을
주기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정해놓은’ 취직을 해야 할 나이에 취직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취업준비생들 스스로
가족을 멀어지게 했다. 이들은 빛을 찾기 위해 길고 긴 터널을 혼자서 걷기로 선택했다. 돌아오는 설날에는 취업준비생들이 햇살 가득한 터널의 출구로 나와 가족들 앞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