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국민참여재판, 전쟁은 시작됐다. 12일 나꼼수 국민참여재판의 ‘전초전’인 준비기일이 열렸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 살인 사건에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기자와 김 총수는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방송해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번 준비기일은 10월 22, 23일에 열리는 국민참여재판 전 마지막 준비기일이었다. 이날 검사와 변호사 측은 2시간이 넘도록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모든 증거 및 증인 채택 논의를 마무리했다. 준비기일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국민참여재판의 판도를 예상해보았다.

ⓒ 딴지일보

 ‘한 발 빼는’ 검사, 박지만 증인 철회
이날 검사 측은 첫 번째 준비 기일에서 했던 박지만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대통령과 남매 지간인 박 씨를 피고 측의 반대심문을 받아야 하는 불편한 자리에 불러내기엔 현실적 부담이 큰 탓이라고 예상된다. 박 씨가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도 낮다. 박 씨 입장에선 경찰 조사 결과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을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 논란을 키우기보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박 씨에게 유리하다. 김환수 부장판사는 검사 측의 증인 철회를 받아들였다.


“별 연관 없는 거 같은데…….” 검사의 꼼수
이어서 검사 측은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의 기사를 증거로 신청했다. 주진우 기자는 2011년 모 출판기념회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다. 10조가 넘는다”, “박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에 간 건 맞지만 탄광에 간 것 외에 다 구라다”라고 발언했다. 검사는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이 주 기자의 발언과 같은 내용을 보도한 후 정정 기사를 낸 바 있음을 증거로 제출하려 했다.


판사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사 측은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사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증거로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정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거가 된다면 주 기자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할 수 있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 기자가 알고도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되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성립요건인 ‘당선되지 않게 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형식에서 배심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리 상 성립할 수 없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이 법리보단 상식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직접적이지 않은 증거가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주 기자의 발언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증거의 나열로 배심원에게 주 기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변호사 측은 해당 증거에 대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배심원 재판 특성상 배심원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 기자는 “오마이뉴스, 경향신문의 보도와 나의 워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가 의혹 제기, 추측 차원의 워딩을 사용했다 해도 유죄를 피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 동일 죄로 기소되었던 정봉주 의원 판결에서 정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개입 여부를 간접적, 우회적으로 추측했음에도 일정 사실을 암시했다는 이유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정봉주 판결이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어기고 사실의 성립 법위를 확대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가 정 의원 판결에 대한 비판을 고려할지 전례를 그대로 따를지 미지수이다.


결국 이 증거는 불채택 되었으나 증거에 동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판결 과정에서 참고할 순 있으나 법리 상 효력을 발휘하거나 법정에서 사용할 순 없는 것이다. 팽팽했던 검, 변 측을 고려해 내린 판결인 것으로 보이나 미적지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 고함20 블루홀 나꼼수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1호 앞.




법정에서 나꼼수를 듣겠다고?

검사 측은 나꼼수 측이 박지만 씨의 살인사건 개입 의혹을 제기한 나꼼수 24회 ‘으스스한 가족 이야기’ 방송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회차 제목이 언급되는 순간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김 부장판사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제목만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다. 이걸 굳이 법정에서 다 듣겠다는 건가”며 1시간 20분 분량의 증거에 못 미더워 했다. 검사 측은 “나꼼수 측이 선거에 관심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라고 주장했으나 김 부장판사는 “목적을 입증한다는 게 추정에 가까워 보인다”고 난색을 표했다. 검사 측은 “주관적 목적은 간접적 증거로 증명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해당 증거를 불채택 했으나 법정에서는 짧게 설명하거나 살짝 들어보기로 결론지었다. 불채택 된 증거는 법정에서 사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김 부장판사는 거듭 흥정하듯 결론을 내렸다. 


반전의 거듭, 나꼼수 측 박지만 증인 추가 신청
나꼼수 측은 증인으로 박근령 씨를 철회하는 대신 검사 측이 철회한 증인인 박지만 씨를 추가 신청했다. 나꼼수 측의 결정에 검사 측이 동요하는 듯 했다. 살해 의혹의 당사자인 박지만 씨를 증인으로 세운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심문할 수 있다. 나꼼수 측은 이민경 육영재단 관계자, 신동욱 사건을 맡았던 조성래 변호사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지만 씨가 출석해 증인 심문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나꼼수 측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공표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가지는 것이 원칙이나 피고 측 역시 사실의 존재에 수긍할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할 부담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검사의 입증 책임을 전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본래 피고가 사실임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만으론 죄가 성립해선 안 된다. 그러나 정봉주 의원 판결에서 정 의원은 제출한 증거 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 역시 나꼼수 측이 경찰의 조사 결과를 확실하게 반박할 수 없다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은 나꼼수 측이나 정치적 성향을 다양하게 고려해 선정되는 배심원단이 어떤 판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정봉주 의원에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는 재판부에만 맡기는 것보단 승수가 있지만 배심원의 성향에 따라 나꼼수 측이 불리할 여지도 있다. 배심원의 결정이 유리하게 나온다 해도 권고의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결국은 재판부의 입장이 관건이다. 지난 정봉주 판결 때 거센 여론의 비판이 있었던 점을 의식한다면 재판부의 다른 판결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수가 엇갈리는 가운데, 전쟁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