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학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노트북. 수업 필기를 할 때나 과제를 할 때 등 그 활용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기 초에 고가의 노트북을 구입한 후부터 기기는 점차 소모되기 시작하며, 점차 잔고장은 늘어가 유지비용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날마다 휴대하기 좋고 빠른 신형 노트북이 출시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새로운 노트북으로 다시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직접 기기를 빌려주는 렌탈 업체는 어떨까. 최소한 학기 단위의 장기적인 렌탈 서비스가 필요한 대학생에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렌탈 업체의 서비스는 대여절차나 비용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노트북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신분확인 및 계약서 발주서 등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대여비용의 경우 제품의 고장, 분실 등의 위험부담이 포함되기 때문에 대여 비용은 하루 평균 1만 원에 달한다.

IT기기 장기 대여에 대한 대학생들의 높은 수요와 녹록지 않은 현실이 맞물려 탄생한 것이 바로 ‘빌리샘’이다. 올해 3월경부터 IT렌탈 서비스를 시작한 ‘빌리샘’은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에서 한국렌탈과 협력해 만든 학원 내 렌탈샵이다. 학업에 필요한 최신 IT 장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여해준다.

 

빌리샘

 

“빌리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학생 분들이 직접 찾아오셔서 제품과 기간을 선택하신 후 바로 가져가시죠. 원하는 제품을 필요한 기간만큼만 이용하실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합리적인데다가, 잔고장 같은 경우는 바로 교체해드리기 때문에 A/S로 인한 기회비용도 절감하실 수 있어요.”

▲ 생활협동조합으로 발을 내딛은 빌리샘

 

빌리샘 서비스를 직접 기획했다는 한국렌탈 상품개발팀 나하늘(가명) 씨는 자신을 샘 2호라고 소개했다. 연세대학교 학내에 존재하는 생활협동조합의 매장이 슬기샘, 보람샘 등 ‘샘’ 자로 끝나기 때문에 앞선 글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빌리샘’이라는 이름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장난스럽다는 이유로 우려가 많았어요. 그래서 페이스북 계정에 이름을 공모했더니, 역시나 빌리샘이라는 이름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이름이 정해진 다음,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빌리와 샘으로 나뉘잖아요. 그래서 서로 이름을 나눠 가졌어요. 현재 빌리는 브랜드를 총괄하는 영업팀장님이시고, 샘은 1호부터 3호까지 있어요. 샘들은 각각 담당하는 대학에서 학생 분들을 맞이하죠.”

연세대학교에서 출발한 사업이지만 현재 빌리샘은 총 4개 대학에 진출해 있다. 연세대(신촌, 송도)를 비롯해 고려대, 경희대, 세종대에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각각 해당 대학의 생활협동조합과 제휴했다. 연세대학교 내의 복지형 생활협동조합 서비스는 왜 타 대학으로 뻗어나가게 되었을까.

“소유가치 보다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직접 학내에 있는 IT기기 렌탈 서비스 조건을 조사해보니, 대여기간이 짧고 재고도 적더라고요. 렌탈 서비스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분명히 장기 수요가 있을 것이다’하는 판단이 서서 사람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 서비스 정착의 결정적 계기 돼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세대학교 계정의 경우 친구가 1,060명 정도 돼요. 저희가 먼저 친구 추가를 한 것도 아닌데, 학생 분들께서 먼저 친구를 걸어주시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주셨죠.

연세대 생활협동조합 측 역시 IT렌탈 서비스가 학생복지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학생들의 호응이 참 좋다는 소문 역시 서비스 정착에 한몫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고려대의 빌리샘은 개강 직후 넘쳐나는 학생들의 수요로 이미 재고가 다 나간 상황이었다. 축제 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캠코더 등의 다른 IT기기 역시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한다. 다른 홍보 수단 없이 오로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알려진 것만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직접 찾아온다. 물론 이미 학내에 잘 알려져 있는 연세대 같은 경우 수요는 더더욱 많다. 현재 서비스 이용 횟수로 따지면 총 약 1,000건 정도에 달하는 사업 규모다.

▲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수익 대신 복지 선택

한국렌탈이 IT장비 전문 렌탈업체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드는 초기 자본금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더불어 값비싼 장비를 사들이는 투자에 비해, 감가상각비 아래의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을 바라기는 어려운 구조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장비들이 있었지만, 학생 분들이 얇고 가벼운 컴퓨터를 찾으시다보니까 그에 맞는 장비들을 새로 구입해야 했어요. 신규 투자비용만 3억 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애초에 고가의 장비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익은 나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규모를 늘려가면서 서비스가 많이 이루어지면 향후에 손해를 보는 정도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생활협동조합 측에서도 저희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계세요. 연세대, 세종대 같은 경우에는 빌리샘을 위한 공간까지 내어주시고, 수수료도 거의 받지 않는 등 도움을 주시죠.”

학생 복지 사업을 선순환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투자,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을 포착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 관심과 투자, 배려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을 떼는 것은 온전히 이용자의 몫이다. 금융에서 돈이 돌아야 시장이 활성화되듯, 빌리샘 역시 IT 기기의 물량이 순환될 때 보다 장기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다음 학기의 필기를 위한 노트북, 축제 영상을 찍기 위한 캠코더가 필요한 당신, 만만찮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빌릴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빌리샘’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