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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거리미술전과 지킴이들

“도장 다 찍어가시면 상품 받으실 수 있어요.” 

“작품 만지지 마세요!”

“작품 훼손하시면 어떡해요. 낙서하시면 안된다니까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주최로 지난 9월 5일부터 9일까지 거리미술전이 열렸다. 199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지며 '거리에서 대중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진행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주최로 9월 5일에서 9일까지 홍대거리에서 ‘거리미술전’이 열렸다. ‘작품과 관객, 홍대 거리에서의 만남’을 컨셉으로 매년 열리는 홍대의 독특한 전시이다. 작품 주위의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주최측의 배려 부족과 환경적 여건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전시는 작품뿐만 아니라 기획단, 지킴이, 관객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다.

이들은 발 ‘전시지킴이’들이다. 4박 5일간 야외에서 진행되는 전시다 보니 작품 훼손을 방지하고 이벤트 진행을 보조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해있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학생들로, 30시간 지킴이 활동을 하면 학교는 40시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다고 한다. 총 30시간 근무 중 10시간 주간근무+20시간 야간근무 또는 20시간 주간근무+10시간 야간근무를 해야 한다. 야간 근무는 23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나머지 시간은 주간 근무로 분류한다. 지킴이들이 봉사가능한 시간대를 체크해 제출하면, 기획단은 이를 토대로 자원봉사단 시간표를 작성한다. 1시간 마다 무전기로 상황을 공유하며,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본부에서 기획단과 남학생들이 상황을 통제한다.

지킴이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4박 5일 안에 30시간 봉사활동을 해야하다보니 이모양(홍익대학교, 22)과 같은 상황도 생긴다. 이모양은 16시부터 23시까지 주간 지킴이 활동을 하고 연달아 23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활동을 한다. 연속 17시간동안 작품과 홍대거리를 지키는 것이다.

“여러 번 나눠 하는 것이 더 번거로워서 한 번에 몰아서 했어요.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원자가 없어 금요일(6일)에도 모집을 하길래 그날 신청을 했거든요. 6일부터 시작해서 30시간을 채우려니까 몰아서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봉사 지원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지 않으면 혼자 작품을 지켜야하는 상황도 생긴다. 지원하는 시간에 맞춰 시간표를 짜다보니 인원이 몰리는 시간이 있는 반면,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시간대도 있기 때문이다. 야간에 인원이 부족하면 기획단이 투입된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작품을 지키는 전시지킴이.

 
지킴이들의 봉사 환경은 열악해 보인다. 화장실은 근처 상가를 이용해야하고 식사는 한솥도시락으로 해결한다. 학교측은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만 제공한다. 새벽내내 근무할 때 허기진 배를 채우고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는 것 모두 학생들의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

야간의 취객을 상대해야 할뿐만 아니라 몰지각한 사람들도 자주 만난다. 현장에서 그들을 상대하고 작품을 1차적으로 복구하는 이들도 자원봉사자들이다.

“아기가 울면서 기저귀 차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기도하고 절하고 가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건 재밌는 에피소드죠. 가장 황당했던 사건은 아기 입속에 담뱃재를 털고 가는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어요. 저희가 담뱃재 다 제거하고 했어요.”

그뿐만이 아니다.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반팔을 입고 새벽에는 한 겨울 외투를 입어야할 정도로 춥지만 주최측은 그 어떤 것도 지원하지 않는다. 
 

야간 지킴이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지루함, 잠과 추위예요. 계속 작품들 봐야하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하니까 지겹죠. 처음에야 낯선 사람들 보는 게 재밌지, 4시간, 5시간 넘어가면 힘들고 지쳐요. 그리고 새벽에는 정말 춥거든요. 일교차가 생각보다 심해서 벌벌 떨었어요. 지치지, 춥지, 졸리기까지 하니까 두 번은 못하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학생 주재로 기획단이 이루어지다보니 진행이 미숙한 부분도 많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아침 8시에 식사가 지급 되요. 그런데 주최측에서 도시락집이 토요일 오전에는 늦게 연다는 걸 몰랐던 거죠. 결국 9시 넘어서 식사가 도착했고 그 도시락은 10시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먹었어요.”

올 2월부터 기획단 모집 및 준비 과정을 가졌다. 홍대 미대에서 각 과별로 500만원씩, 11개과에서 총 5500만원을 지원 받았고 YZ파크에서 1900만원을 지원 받았다고 한다. 기획단측은 예산이 모자랐다고 하는데, 학생들에게 담요 하나씩 지급하지 못하고, 새벽에 근무하는 지킴이들에게 간식거리 하나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예산이 빠듯했는지 의문이다.

화려한 밤의 홍대거리, 작품 곁의 전시지킴이들은 봉사활동 40시간을 대가로 추위와 지루함, 그리고 술 취한 취객들을 상대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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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013년 10월 10일 02:54

    이번 거리미술전 기획단 중 한명입니다. 근무 환경이나 시간은 사전에 모두 공지 됬었던 내용이고, 액수는 커보여도 거리미술전 규모에 저 예산이면 빠듯한거 맞습니다. 두꺼운 옷 준비하시라고 재차 당부했고 간식도 지급됬었습니다. 주최측도 똑같이 밥 굶고 밤 샜습니다. 학생들끼리 하는 행사라 미숙한점이 많은건 사실입니다. 피드백 회의때 반성과 문제제기를 가장 많이 했던게 지키미 부분이구요. 하지만 그 안에서 얻어가는 보람과 자부심은 분명히 있습니다. 기사만 보면 순진한 학생들 봉사시간으로 꼬드겨서 착취하는 단체로 보여서 댓글 답니다. 어떤 행사가 21년간 지속됬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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