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환경부는 ‘2013년 그린캠퍼스’를 발표했다. 최종 선정된 5개 대학은 고려대, 나사렛대, 부산대, 제주대, 충북보건과학대다. 선정된 대학들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으로 부터 3년 동안 총 1억 2천만 원의 지원금과 함께 기술 지원도 받게 된다. 해당 사업에 신청한 대학들 이외에도 다수의 대학들은 너나 가릴 것 없이 ‘그린캠퍼스’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와 서울에 소재한 대학 34곳이 ‘그린캠퍼스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2015년 개교 예정인 중부대 고양캠퍼스는 ‘친환경적 그린캠퍼스’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한국환경공단
대학가에서 ‘그린캠퍼스’란 이름이 사용된 시작점을 찾아보면, 2008년 11월 그린캠퍼스 추진협회가 창립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린캠퍼스 추진협회는 2009년 11월 그린캠퍼스 협의회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지구 온난화 방지, 저탄소 녹색 성장을 통해 녹색 문화공간으로서의 그린캠퍼스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 그린캠퍼스 협회의회와 연계한 학교는 39개교 40개 캠퍼스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2011년부터 ‘지속 가능한 발전’과 ‘친환경 문화 확산’을 명목으로 대학의 그린캠퍼스 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선정된 대학까지 포함하여 총 20개 대학의 그린캠퍼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협의회의 홈페이지는 사실상 정지 상태에 가깝다. 연혁은 2010년도 이후 기술된 바 없고, 보도자료 또한 3월 이후 게시되지 않았다. 현재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다만 2011년 최종 개정된 그린캠퍼스 협의회 정관을 통해 방향성만 짐작할 수 있다. 정관에 따르면, 그린캠퍼스 사업은 첫째,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개발. 둘째,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 연구 및 사례 공유. 셋째, 환경․경제․사회를 통합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 넷째,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녹색 문화 공간으로서 그린캠퍼스 구현 등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부의 그린캠퍼스 지원 사업도 이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캠퍼스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의 그린캠퍼스 사업 계획을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올해 선정된 5개 대학의 그린캠퍼스 계획은 크게 캠퍼스 녹화사업, 친환경 과목 신설, 지역주민 참여 유도, 대학 건물 리모델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산대는 건물 옥상에 녹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고 제주대는 생태 숲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매년 937만 원 이상의 자금을 녹지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나사렛대와 충북보건과학대는 각각 친환경 교과목과 친환경 장학제도, 녹색시민 교양강좌를 개설한다. 고려대, 부산대, 제주대, 충북보건과학대는 건물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여 ‘에너지 효율화’를 꾀한다.
ⓒ 서울신문
그린캠퍼스 사업의 목적과 취지만을 보면 모두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녹색’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린캠퍼스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대학이 추진하는 그린캠퍼스가 대학생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학은 그린캠퍼스를 외치며 건물을 신축하고 리모델링하는 등 토목 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중앙 통제하는 냉방시스템으로 ‘열’을 올렸다. 

그린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조직적인 목소리도 있다. 연일 30도가 넘으며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고려대학교 46대 총학생회 고대공감대는 8월 2일 ‘그린캠퍼스 반대 운동’을 골자로 하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고려대 총학생회는 그린캠퍼스 사업을 추진하는 고려대 당국이 “학문의 전당이자 연구의 중심이어야 할 대학에서 그 본질을 망각한 방법과 어처구니가 없는 기준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나아가 “외부의 평가에 좌지우지되기 이전에 쾌적한 환경에서 학업 성취를 도모할 내부 구성원의 권리 보장”을 해야 한다며 문제 개선을 학교 당국에게 요구했다.
고려대 이외에도 대학들은 여름철 냉방 문제를 ‘그린’하게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서강대의 경우 오후 5시 이전에는 30분 간격으로 냉방을 중앙에서 통제 하였고, 이후에는 전면 중지했다. 학생들은 5시 이후 학교에서 학업 또는 자치활동을 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과 닦아내며 연신 부채질을 해야만 했다. 한성대에 재학 중인 황소정(가명, 23)씨는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학교 측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 도서관은 쾌적하게 운영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학교 측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배려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학이 환경문제 해결에 함께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대학의 존재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생의 학습활동과 자치활동을 위함이다. 캠퍼스 안에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심고 곳곳을 녹화시키고, 에너지효율화를 표방하며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도 목적도 아니다. 더욱이 그런 사업이 학생들의 학업활동과 자치활동을 제한하고 불편을 주면서까지 시행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물며 이런 결정을 대학 당국이 학생들과의 의견 교류조차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겨울이 다가온다. 학교 당국은 여름에는 중앙에서 냉방기를 통제했듯이 겨울에는 중앙에서 온풍기를 통제할 것이다. 겨울에도 ‘그린캠퍼스’를 주장하며 학생들을 추위 속으로 몰아넣을까. 여름을 부채질로 지난하게 버텨온 학생들은 찬바람이 몰아칠 겨울을 걱정한다. “겨울에는 적어도 열람실에서 떨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