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이 또 한 번 앓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측은 모두가 잠든 새벽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 2천여 명의 경찰도 함께 투입되었다. 공사 중단 126일만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주민들이 부상을 입었고 몇몇 사람들은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한전 측은 공사를 강행한 이유가 내년의 전력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의 송전탑 건설 강행의 진짜 이유가 ‘원전 수출’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은 상태다. 공권력의 이익을 위한 욕심이 또다시 주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밀양 동화전 마을로 가는 길목에는 송전탑과 관련된 현수막들이 즐비해있다. ⓒ고함20

 역사에서 공권력이 시민과의 대화 대신 폭력을 선택한 경우는 적지 않다. 공권력이 침투한 곳은 ‘그곳이 아니면 안되는’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지난 용산참사는 공권력이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용산참사는 재개발 보상에 반발하던 철거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희생되고 2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현재 참사가 벌어졌던 자리는 어떤 건물도 들어서지 못한 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밀양 또한 공사가 강행된다면 결국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은 땅이 된다. 전자파가 오가는 곳엔 지금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 남을리 만무하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작년 초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한 명의 희생자를 낳은 후였다. 지난 2012년 1월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주민 이치우 씨가 분신을 한 것이 그 계기였다. 용산참사도 6명의 희생자를 낳은 후에야 이슈가 되었다. 밀양 송전탑이 제 2의 용산참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권력은 어처구니 없게도 ‘삶을 위한 투쟁’을 어설픈 보상으로 무마하려 한다.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오직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는 건 안중에도 없다. 보상도 마다한 투쟁에 결국 국가가 사용하는 건 ‘폭력’이었음을 지난 몇 년간의 권력이 증명해왔다. 심지어 한전은 SNS를 통해 “밀양 송전선로 공사현장에 저희 한전 직원들이 무겁고 괴로운 마음으로 나가있는데요. (…이하 생략) 주민분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려고 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가면을 쓴 채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또 한 번의 희생자를 낳아야만 그만두는 척이라도 하는 공권력은 누구를 위한 공공기관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 하는가 되묻고 싶다. 그렇게 공권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조용하고 은밀하게 우리의 일상으로 침투해오고 있다. 이번엔 밀양이 그 희생양이 될 모양이다. 그 속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겠다며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은 채 이미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