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음표에서는 ‘한 명의 20대로서 살아가는’ 고함20 기자들의 삶 속에, 한순간 운명처럼 다가온 노래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당신의 노래는 무엇입니까?

무대 조명이 모두 꺼졌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내 관객들 박수소리가 들렸다. 고된 길을 달려와 공연을 마무리한 후배들은 인사로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화답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이 무대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랬던 무대가, 끝이 났다. 그날 있을 공연의 연출자로 무대에 올랐어야 했던 나는 멀찌감치 객석에 앉아, 까맣게 소거되는 대형 스크린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며칠 전, 윗선으로부터 무대에 설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다소 유별나고 주제넘은 연출자였고, 그 점이 윗분들의 심기를 몇 번이고 건드렸다. 두 번 다시 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도 없었다. 그게 가혹한 형벌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내 앞에서 통보를 내렸던 사람들이 웃고 있을 것 같아 울지 않았다. 활동했던 곳의 짐을 챙겨 집으로 내려왔다. 같이 일했던 친구가 나를 대신해서 울어줬다. 


관객들이 다 퇴장하고 난 이후에도 무대는 다시 밝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끝났다는 안도감만으로 한숨이 나왔다. 알 수 없는 허무함에 배가 고파졌다. 다시 그렇게 몇 분, 짐을 챙기려고 일어서려던 무렵 무대 조명과 영상이 다시 켜졌다. 객석은 비어있었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온 수많은 나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 영상에서는 015B의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와 연속된 사진으로 이뤄진 슬라이드 쇼가 함께 나왔다. 영화 ‘Love Actually’를 따라한 후배들의 스케치북 영상에 웃음이 먼저 났다. “많이 놀라셨죠?” 슬라이드 쇼 속에 후배가 들고 있던 스케치북이 넘어갔다.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스케치북이 계속 넘어갔다. 객석으로 죽 나온 후배들이 나를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 “오늘 저희 어땠어요?” “준비 되게 많이 했어요”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후배가 나를 폭 껴안았다. 그제야 눈물이 왈칵 났다. 눈물이 떨어지는 머리 위로는 015B의 노래가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지. 우리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 봐요.” 

며칠전 연출자가 사라져 공백이었을 무대였다. 무엇보다 내 원망을 많이 했을 후배들이, 무대가 어땠냐고 물어본다. “그럼 잘해야지, 누구 새끼들인데!” 라며 조악한 허세를 부리고 밑으로 내려왔다. 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도망치듯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015B의 2집 노래 ‘이젠 안녕’은 실제로 015B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넣은 노래라고 전해진다. 

그날의 무대는 아직도 생을 뒤흔든다. 그날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계절은 속절없이 지나갔지만, 공일오비 노래는 그 후로 쉽게 들을 수 없었다. 기억력 좋은 후각만큼이나 청각 혹은 다시 돌아오는 계절의 온도는 지난 기억을 그대로 불러오곤 한다. 그렇게 다시 서늘한 가을이 돌아왔다. 그리고 내 ‘새끼’들은 꿋꿋하게 다시 새로운 무대를 준비한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그때의 기억이 이제 그저 우스꽝스러운 시절의 변덕쯤으로 기억된다고 해도 별 수 없다. 우리는 그 후로도 웃으며 자주 만났고, 나는 다시 적당히 집중할만한 다른 일들을 찾았다. 시간이 흐르고, 새로 만난 사람들은 그 시절을 함께 살았던 그들만큼 내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리고 나는, 오랜 휴학을 마치고 내년에는 학교로 돌아가 계속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아마 그때쯤이면 얼음도 녹고, 좋아했던 015B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