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종대학교에서 ‘한국현대사의 이해’ 강의를 맡은 박석흥 교수가 자신의 사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박석흥 교수는 이승만이 일부 과오 때문에 업적을 올바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의 업적은 인정하지 않고 과오만 가르치는 기존 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건국까지도 부끄러운 역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승만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석흥 교수의 주장이다.

강의는 박석흥 교수가 학생들의 발표를 보충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보충설명의 내용은 발표자가 언급하지 않은 건국 당시 이승만의 업적이나 이승만에 비판적인 기존의 평가에 대한 반론이었다. 학생들의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편향된 국사교과서로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승만의 과오로 지목되는 ‘분단’, ‘친일파 중용’, ‘정치 탄압’, ‘양민 학살’ 등에 대해서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통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수업 내용은 요즘 논란이 되는 교학사 교과서의 논리와 비슷했다. 학생들은
편향된 수업 내용도 불만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일방적인 수업 방식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학생들의 발표로 진행되는 수업은 교수의 보충설명 때문에 수시로 끊어졌다. 교수의 주장과 다른 발표자의 반론은 교수의 제지로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보도연맹에 대한 학생의 의문에 대해서,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도 이승만의 잘못이라고 가르친 기존의 국사교과서가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민특위, 제주4·3사건 등에 대해서는 역사적 비극, 어쩔 수 없는 선택, 폭동이자 반란이었다고 설명했지만 3·15부정선거, 사사오입, 4·19혁명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또 친일파로 알려진 김성수를 ‘이후에 고려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공적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느냐’고 옹호하는 등, 강의에 앞서 강조했던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귀납적 이해”는 이승만의 과오를 지적할 때는 적용되지 않았다.


박석흥 교수의 강의에 대한 댓글(출처: 디시인사이드 세종대학교 갤러리)


강의를 듣는 이하늘씨(가명 25)는 “억지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강조하셨는데 정작 수업은 이승만의 긍정적인 부분만 배우고 있어요. 심지어 이승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화하니까 너무한다 싶죠.” 박석흥 교수의 강의에서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하늘씨는 “백번 양보해서 편향성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다른 의견은 용납되지 않는, 겉으로만 발표 수업이고 실제로는 주입식인 교수법”이라고 답했다. 자유롭게 토론할 수 없는 수업방식으로는 새로운 사고를 받아드리기가 더 어려워보였다.

박석흥 교수의 강의 자료는 철저하게 이승만을 옹호한다. 친일인사와 독재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공산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승만의 하야에 대해서 “선거부정, 4·19가 도화선이 되었으나 미국의 오랜 이승만 제거 계획이 마무리 된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라는 주장도 싣고 있다. 뉴라이트의 이론적 지주로 알려진 유영익 교수의 글과 주장이 자료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등 119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는 이승만을 옹호하거나 부정적 시각을 비판하는데 편중되어있다. 또 이승만을 옹호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승만에 부정적인 CIA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주관이나 편견이 담겨있기 마련”이라는 주장을 인용해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박석흥 교수의 강의자료


역사교과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뉴라이트 성향의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교학사) 논란의 중심에는 교육과정으로써의 국사라는 특수성이 깔려있다. 역사는 개인의 사관이나 신념, 가치관에 따라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으로써의 국사는 민족정체성, 즉 헌법이 정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신을 따른다. 교학사 교과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는 대한민국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교에서의 강의는 다르다. 진리추구라는 목적을 위해 학문의 자유로운 탐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평가가 끝난 인물이라도 학문적으로 얼마든지 재평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박석흥 교수의 수업 방식이다. 자유로운 토론이 전제되지 못한 일방적인 수업을 하면서 재조명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나 그 내용이 기존의 논의와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면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또한 재조명을 위해 업적을 부각하면서 과오에 대해서는 합리화하려는 태도도 문제다.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재조명은 업적으로 과오를 덮는 것이 아니다. 과오를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그에 가려진 업적을 발견할 때만이 재조명은 가능할 것이다.

‘한국현대사의 이해’ 강의가 7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수업은 여전히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석흥 교수는 최근에 학생들에게 수업 방식에 대한 몇 통의 항의 메일을 받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수업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해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