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강연 불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표창원 교수의 강연회가 고려대 대관을 취소당했고 최근 한홍구 교수의 강의가 불허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른바 ‘진보 강사’들이 강연 불허 사태의 주인공이다. 강연을 불허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 주최 측의 때 아닌 ‘사상검증’으로 인해 강연을 듣고자 했던 애꿎은 청중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고려대 측의 대관취소 결정에 야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대문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인문학 강연이 보수단체의 항의로 취소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고발뉴스에 의하면 보수단체 측은 한홍구 교수가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했고 NLL 포기발언,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며 강연회 취소를 서대문문화원에 요구했다고 밝혀졌다.

반발을 제기해온 보수단체 블루유니온은 지난 1월,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홍구 교수의 강연에 대해서도 줄곧 취소하라고 항의해온 바 있다. 이들은 노원구청장이 과거 이적단체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에서 활동했던 이념성향을 볼 때 의도적인 세뇌교육을 목적으로 한홍구 교수의 강의를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수단체의 항의에 의해 결국 강연은 취소되었다.

이러한 보수단체의 항의와 강연 불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주최 측에서 스스로 ‘불필요한 논쟁’을 우려해 강연 및 상영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9월 상영 금지된 천안함 프로젝트는 ‘자기검열’의 징후를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예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내린 후 온라인 VOD 서비스와 IPTV에서도 갑작스레 상영을 중단했다. 특히 IPTV에서 서비스가 지워진 이유가 항의성 전화에 의한 불필요한 논란을 겪고 싶지 않아서여서 더욱 논란이 되었다. IPTV는 유료서비스 방송인 만큼 소비자들이 볼 지에 대한 여부는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다. 결국 IPTV 측에서 보수단체의 항의를 ‘우려’해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통한 서비스 금지를 한 셈이다. 

일련의 불허 사례로 인해 피해를 받는 건 강연을 듣고자 했던 학생들, 또는 주민들이다. 강사가 ‘도덕적’으로 잘못하지 않는 한 강연을 불허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설령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그 모든 항의가 사실이더라도 강연을 보고 판단하는 몫은 강연을 듣는 주체자인 학생과 주민들이 되어야 한다. 아직 듣지도 않은 채 지난 과거의 발언과 생각으로 제 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강연 불허 사건들은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마저 빼앗았다.

강연 불허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사회에서 청중들은 스스로 판단할 기회만 빼앗길 뿐 아니라, ‘스스로 검열’하는 것 자체에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아예 표현조차 하지 않게 되는 사태를 발생할 수 있음을 지난 1년간의 사례들이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강연 불허의 전초전 속에 더해져 스스로 검열하는 사회까지, 청중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말할 권리마저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