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이 안에 있다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포착하는 영화는 많지만, 그 감정선을 추적하는 영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공범>은 범죄스릴러 장르의 모범적 흐름을 ‘의심’의 각도로 풀어나가는 영화다. 내가 다음 피해자일 수 있다는 두려움은 나중얘기다. 다정한 가족의 뒷면을 상상하게 하는 공포의 결은 세밀하다. 진득한 혈연 관계의 의미를 퇴색 시키는가 하면, 아버지 ‘순만’을 의심하는 딸 ’다은’을 죄책감과 실체적 진실 사이에서 헤매게 만든다. 그것이 <공범>을 이끄는 힘이다.
영화 초반 순만과 다은은 둘도없는 부녀지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예민한 10대 딸과 아버지의 사이가 조마조마하다. 아버지를 무시하지 않는 다은에게 느껴지는 묘한 불편함은 의심의 폭발을 위한 응축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 정확히는 다은의 인식세계를 따라 기복이 있는 곡선을 그리며 진행된다. 범죄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딸은 거대한 의심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순만의 억울한 눈물을 보게된다. 그리고 자신을 탓하며 술을 마신다. 이러한 의심의 해소 이후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더 강력한 갈등을 이끄는 도움닫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빈약한 연결고리로 인해 ‘글씨로 쓴 지령’ 등의 섬뜩한 증거물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여기서 다은의 두 친구는  함께 사건에 뛰어들기엔 서먹하고, 모른 척 하기엔 넘치게 친한 애매한 위치에 있다.

ⓒ 영화 <공범> 공식 스틸사진

It ain’t over til it’s over
이런 미적지근한 캐릭터 설정은 한편으로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논리상 영화에서 순만과 다은은 공범이 되는 과정을 밟는다. 아버지를 향한 딸의 의심과 고뇌가 아픈 것이어도, 범죄는 범죄다. 또 다른 공범은 그의 경찰 지망생 남자친구 ‘재경’이다. 교묘한 사건 흐름 안에서 다은과 재경은 잠시나마 기자와 경찰이 된다. 자의 혹은 타의로 만들어진 이 역할극은 일시적이지만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욕망의 무의식적 발현은 그들을 다른 의미에서, 이 사건의 공범이 되게 한다.
순만의 주변 인물 역시 성격이 모호하다. 특히 영화는 행동의 경위를 불친절하게 설명한다. ‘준영’은 순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신생아 이름표를 갖고 있었다. 그는 왜 이름표에 모든 것을 걸었을까? 누나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돈을 요구하지만, 그가 헌신적으로 그녀의 곁을 지켜온 것 같지는 않다. 또 순만의 아내가 떠난 이유에 대한 암시도 부족하다.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워서 였을까, 순만이 어떤 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일까?  이야기상의 명료함이 요구되는 지점에는 손예진과 김갑수의 감정연기가 남는다.
<공범>의 시점은 유괴사건의 진범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공소시효’의 종료 일주일 전 시작된다. 누군가에겐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시간이며, 다른이에겐 의심이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버지의 연기를 ‘연기’한 김갑수의 중의적 대사는 영화의 어떤 통일성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다소 급한 마무리로 다가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