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 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KBS2 <인간의 조건> (11월 2일 방송분)

 
같은 조건 다른 느낌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KBS2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이 어느덧 40회를 맞았다. 인간의 조건은 최근 기존의 남성 출연자들을 잠시 내려놓고, 여성 개그우먼들을 섭외해 ‘휴대전화와 쓰레기 없이 살기’를 진행했다. 이는 처음 방송이 시작한 이래로 가장 주목받은 미션이자, 남성 출연자들이 다신 하고 싶지 않은 미션으로 손꼽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인간의 조건' 여성출연자들. 왼쪽 아래부터 김숙, 박소영, 김영희, 김지민, 김신영, 신보라 ⓒ KBS
                  

똑같은 미션을 받았을 때 이를 풀어나가는 남녀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보는 게 이번 방송의 묘미다. ‘휴대전화 없이 살기’의 경우 단짝친구인 김준호가 그랬듯, 김숙은 가장 먼저 ‘주식투자’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트위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김영희는 방송 내내 휴대전화 금단 증상을 보였는데, 이는 남녀 포함 모든 출연자들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신영 역시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신보라는 연인 김기리에게 직접 ‘사랑의 손편지’를 전하는 애틋함을 보이며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과거 남성 출연자들보다 여성 출연자들이 미션 적응을 더 어려워하는 듯 했다. 이는 아마 ‘수다를 떨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인 여성들에게 휴대전화는 단순한 연락망 그 이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레기 없애기’ 미션에서는 남성 출연자보다 여성 출연자들이 더 빠른 적응을 보였다. 음식물쓰레기 없애기의 경우 아무래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비교적 적게 먹고, 몇몇 출연자들은 다이어트 중인 까닭에 배출될 거리가 극히 적었다. 또한 김신영을 제외한 모든 출연자들은 각자의 손재주를 발휘해 안쓰는 물건을 재활용한 리폼 물건을 만들었는데, 특히 김숙과 김영희의 능력이 두드러졌다. 두 사람이 폐현수막을 이용해 만든 에코백은 홍대에서 팔아도 될 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과거 남성 출연자들이 재활용에 골머리를 앓은 것에 비해 여성 출연자들은 단시간에 이것저것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문제를 다른 성별의 사람들이 마주했을 때 보이는 공통점과 차이점, 소소하지만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이번 인간의 조건이 그랬다. 또한 여성 출연자로만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이 사라진 요즘 다시 한 번 여성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인간의 조건뿐만 아니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도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관전 포인트 : 아낌없이 망가지는 박소영과 김영희의 분장쇼

[이번주 DOWN]  KBS2  <슈퍼독-서바이벌 개쇼> (11월 2일 방송분) 


하다하다 이젠 개까지 서바이벌?

가수 오디션 서바이벌은 지겨워진 지 오래다. 배우, 코미디언, 댄서, 요리사, 모델, 아나운서 등 온갖 직군에서 서바이벌이 벌어지더니 이젠 개까지 서바이벌에 동참했다. 얼마 전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독’이 그것이다. 애견인 천만시대를 맞이하여 최고의 스타 모델견이 될 개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출발부터 성적이 미진하다. 고작 2회밖에 방영하지 않았지만 평균 시청률이 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많은 애견인들은 정작 이 방송을 보지 않는 것 같다. 

MC 이휘재과 슈퍼독 심사위원 3인, 왼쪽부터 노주현, 강타, 최여진 ⓒ KBS
                   

개들의 서바이벌 역시 우승하기는 녹록치 않다. ‘견종 불문, 나이 불문, 주인 불문’이라고는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면면히 살펴보면 통과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잘생겼거나 혹은 재주가 뛰어나거나’다. 개들 역시 인간의 오디션처럼 외모와 능력이 가장 먼저 평가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출생의 비밀이나 가슴아픈 성장배경 혹은 질병 등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기견이나 장애가 있는 개라도, 예쁘지 않거나 능력이 없으면 가차없이 탈락시키는 심사위원들의 단호함이 눈에 띈다.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 심지어는 KBS 부사장까지 자신의 개를 데리고 나와 서바이벌에 동참하고 있다. 방송가에 ‘서바이벌 홍수’가 벌어지고 있는 이때 개까지 서바이벌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앉아, 손’을 능가하는 묘기가 필요한데, 이를 습득하기 위해 개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개가 서바이벌을 하니 조금 있으면 고양이, 파충류 서바이벌도 생길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집에서 키우는 난초까지도 서바이벌 하자고 나서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관전 포인트 : 사진사 앞에서 포즈 잡는 개들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