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이 점점 적어진다. 젊은 작가도 적지만 20대 작가는 더욱 적다. 참가자가 적은 탓에 대학 문학상이 폐지되는 일도 벌어진다. 조선일보의 10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숙명여대는 올해 대학 문학상 응모를 받지 않았다. 작년 문학상 참가자가 총 30명에 불과했고 재정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유지되고 있는 다른 대학 문학상에도 응모 작품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문학 작품을 읽는 20대 또한 적다. 실용서와 자기계발서 위주의 독서가 주를 이룬다. ‘20대’와 ‘문학’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대전지역 대학 문학동아리 연합전 포스터 ⓒ http://www.dlc.or.kr/

이런 가운데 대전지역 대학 문학동아리들은 부흥을 꿈꾸며 뭉치고 있다. 지난 9월 7일부터 9월 29일까지 ‘대전지역 대학 문학동아리 연합전’이 대전문학관에서 열렸다. 5개 창작동아리(대전대학교 ‘새울문학회’, 충남대학교 ‘시목’, 카이스트 ‘문학의 뜨락’, 한남대학교 ‘청림’, ‘시정신’)와 1개 비평동아리(대전대학교 ‘해체’)가 참가했다. 각 동아리의 작품이 약 3주간 함께 전시됐고, 전시 마지막 날에는 모든 동아리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연합전을 계기로 대전지역 대학 문학동아리의 문학청년들은 교류를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문학동아리들은 매주 동인들의 작품을 합평하고, 매년 시화전을 열고 동인지를 발간하는 기본적인 틀을 공유하고 있었다. (문학동아리에서는 동아리원을 ‘동인’이라 부른다. 모두 동등하게 생각하고, 같은 발언권을 가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동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소규모로 운영된다는 점도 비슷했다. 무엇보다도 문학에 대한 넘치는 사랑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각 문학동아리의 세세한 사정은 또 달랐다.

충남대 시목 시화전

대전대 ‘새울문학회’. 문예창작학과가 대부분, 부족한 지원금이 문제

대전대 ‘새울문학회’의 동인은 대부분 문예창작학과 학생이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이 전공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공 수업에서는 이론을 주로 배운다면, 문학동아리에서는 직접 써보며 몸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대 문학상은 매년 놓치지 않고 수상해왔다. 동인 중 반 정도는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문학동아리에서 작품을 쓰는 데에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새울문학회 김진우 회장은 “1학년 1학기 때는 처음이어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거니깐 작품이 잘 나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대전대 새울문학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지원금이다. 지원금이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지원금만으로는 매년 이뤄지는 벽시전을 열 수 없는 상황이다. 동인들이 회비를 모으고, 선배들에게도 모금을 받아가며 벽시전을 열고 있다. 동인 숫자도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새울문학회 곽영진 전 회장은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해 문예창작학과가 줄어드는 추세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10학번 때부터 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합쳐졌어요.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하게 된 거죠.”

동인이 10명 남짓인 대전대 새울문학회는 식구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항상 밥을 같이 먹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끔찍이 챙긴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스타일에 맞는 책을 직접 사서 주는 전통도 있다. 글 쓰는 사람은 남들과 다르다는 말을 선배들이 해왔다고 한다. 새울문학회 김진우 회장은 동인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길을 걷다가 보이는 풍경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친구들한테 하면, ‘또 그런다며,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돌아와요. 반면에 동인들에게 얘기하면 통하죠.”

충남대 시목 시화전에 전시된 한 작품

충남대 ‘시목’. 여러 학과로 구성, 2009년에 존폐 위기 겪어

충남대학교에는 문예창작학과가 없다. 그래서인지 충남대학교 ‘시목’은 다양한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다. 국문학과와 인문대 학생들이 많고 공대, 농대 학생들도 있다. 동인들의 작품에 학과마다 특성이 조금씩 묻어난다고 한다. 졸업 후에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동인은 거의 없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에 동인들은 취업한 후에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시목 김설희 회장은 “취업 준비 기간에 참석률이 저조해져요. 졸업한 동인들도 졸업 후 1~2년은 동아리에 잘 못 오시고요. 취업을 더 준비하시거나, 사회생활에 적응하시느냐고요”라고 말했다.

충남대 시목은 2009년에 사라질 뻔했다.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은 탓이었다. 다행히 2011년, 2012년에는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며 지금은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충남대 문학동아리 ‘금강문학회’는 몇 년 전에 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90년대에는 금강문학회가 시목보다 규모가 더 컸다고 한다. 시목이 순수문학을 주로 한다면, 금강문학회는 사회 비판 문학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시목과 자주 교류했던 배재대학교 문학동아리 ‘문향’도 몇 년 전에 없어졌다. 마찬가지로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시목 김설희 회장은 대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문학에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시화전 때도 학생들이 관심을 별로 안 가져요. 동인의 친구들이 주로 오죠. 오히려 학생들보다 외부인들이 시화전을 더 많이 봐요.”

카이스트 문학의 뜨락 동인지

카이스트 ‘문학의 뜨락’. 자연과학 전공이 반 이상, 동아리방이 부재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에도 문학동아리 ‘문학의 뜨락’이 있다. 카이스트 학생 중에선 어떤 학생들이 문학동아리를 할까? 문학의 뜨락 변규홍 전 회장은 “반 이상이 자연과학 전공이에요. 카이스트 16개 학과 중 자연과학 전공은 4개인 것과 비교하면 재밌는 특징이죠. 기계보다는 자연을 다루는 학생들이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다른 대학에 비해 학업량이 많다. 그렇기에 문학동아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나 싶었다. 그러나 동인들은 오히려 문학의 뜨락 활동을 통해, 글을 쓰고 나누며 학업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문학의 뜨락은 동아리방의 부재를 가장 아쉬워했다. 2012년 동아리방 재배치 때 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동아리들에 비해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용동방에서 정모는 할 수 있지만, 비품을 보관하긴 힘들다 보니 함께 읽는 책은 동인의 기숙사 방에 보관하고 있다. 금전적인 측면에선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카이스트는 동아리 지원이 풍성한 편이라고 한다.

문학의 뜨락 노민석 회장은 대전지역 대학 문학동아리 간의 교류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카이스트에는 이공계 학생만 있다 보니 생각이 어느 정도는 다들 비슷해요.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다른 대학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교류하면서 큰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