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음표에서는 ‘한 명의 20대로서 살아가는’ 고함20 기자들의 삶 속에, 한순간 운명처럼 다가온 노래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당신의 노래는 무엇입니까?


처음 이별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만 만나자’는 다섯 글자가 달콤함을 주고받던 카톡 창을 차갑게 만들었다. 이러한 비참함을 맛보지 않으려고 지난날 고백 한 번 안 해오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 그 순간이 잊힐 리 없다. 얼굴은 온통 눈물과 콧물로 범벅되었으면서도 속으로 다짐했다. ‘딱 한 번만 붙잡자’고. 이 시간만 버티면 지난 사랑의 떠올림도 곧 사그라질 거라는 흔한 진리 따위는 5명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고 난 뒤에야 되새긴 말이었다.

이별 후 시간이 견디기 힘들어 닥치는 대로 친구들을 만났다. 혼자 나를 내버려 두기엔 곧 닥쳐올 공허함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공연을 보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답한 것도 그 모든 것을 떠올리지 않기 위한 최대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친구와 밥을 먹고 애써 꾹꾹 눌러왔던 이별 이야기도 넌지시 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엔 마음은 온통 이별로 가득 차 있었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쌀쌀한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안은 사람들의 열기로 들끓었다. 처음 온 ‘락페’에 대한 낯섦과 어제의 이별 후유증 때문인지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뉴스에서만 보던 공연장 실신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 길로 친구한테 귀띔한 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왔다.

멍하니 뒤에서 공연장을 보고, 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매번 노란색 알림배너로 가득했던 핸드폰 사이드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하기만 했다. 그 때 이별 소식을 뒤늦게 전해 받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는 또 한 번 닥쳐오는 현실감에 엉엉 울며 공연장 밖을 나섰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던 것 같다. 또 한바탕 울고 난 뒤 갈 곳이 없어진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그대의 익숙함이 항상 미쳐버릴 듯이 난 힘들어. 당신은 내 귓가에 소근대길 멈추지 않지만’
그때 흘러나온 노래는 추스렸던 마음을 또 한 번 흔들었다. 좋아서 뛰는 사람들 사이로 눈물만 뚝뚝 흘린 채 서 있었다. 그동안 되새기지 않았던 가사들이 마음에 훅하고 끼쳐왔다.

언제부턴가 할 말이 없어지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외면하려고 짐짓 모른척했지만 마음은 숨길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서운한 울음들이 튀어나왔던 날들이 잦아졌다. 그 모습에 상대방은 또 질려 하고, 그러한 날들이 계속될 뿐이었다. 사랑은 이미 끝났는데 내가 붙잡으면 붙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상상하고 진단했던 시간이 ‘그만 만나자’는 다섯 마디 말 앞에 무너져 내렸다.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동안의 진심 어디엔가 버려둔 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붙잡을 수 없는 마음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갔다. 그 과정은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의 연애와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었다. 그렇게 나는 이별에 익숙해져 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픈 것은 당시 그 사람과의 연애가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을지라도, 이별은 ‘이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익숙함이 힘들어지는 때, 그때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나는 같은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