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 시간선택제(이하 시간제) 일자리 채용 비율을 강제 할당하여 공무원 4,000명, 공공기관 신규채용 9,000명을 채용한데 이어, 기업들도 잇따라 시간제 일자리 채택을 선언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과 ‘차별없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시간제 일자리의 핵심은 개인의 자발적 수요, 전일제(정규직)와 차별없는 일자리, 기본적인 근로조건 보장의 3가지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시간제로 하면 청년들의 정규직, 전일제 일자리를 나눠갖는 것밖에 안된다”며 “(고용률 70%) 수치에 매몰된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청년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것이고 암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뉴스원

여기에 정부는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지만, 시간제는 본질적으로 정규직과 업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6,000명의 시간제 신규채용을 선언하며, 이들이 주로 맡게 되는 일은 “소프트웨이 및 하드웨어 개발, 컨설팅, 자재관리, 판매, 콜센터, 사업장 안전관리, 보육교사, 통역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일제가 아닌 시간선택제에 적합한 일이 있”어 하는 일이 다르다는 논리다.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그동안의 고용 패러다임에서 가장 문제가 되어왔던 비정규직의 모순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인’ 열악한 처우를 받음으로써 생겨났다.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시간제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다른 업무를 하기 때문에 차별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규직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소식이다.

비정규직 논의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없던 계약직 노동조합까지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안전망이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용이 불안하고, 고용이 불안한 와중에 차별까지 받으니 참다참다 폭발해버린 것이다. 이런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되는 시간제라는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이 과연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외국의 성공 사례를 들며 시간제 일자리를 ‘철밥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시간제 일자리의 뚜껑을 열어보면 불안한 의문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정말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근무 시간만 줄어들 뿐, 업무량은 줄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시간제 근로자가 ‘투잡’을 뛰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는 할까? 시간제 근로자는 정말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준(準)정규직’이라는 워딩까지 나왔다.

정부의 주장대로 시간제 일자리가 일과 생활이 양립하는 성공적인 고용 패러다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건 성공적인 사례를 선보인 유럽 국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격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남이 이루어놓은 성과만을 보고 성급히 달려드는 것은 아닐지, 정부의 자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