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음표에서는 ‘한 명의 20대로서 살아가는’ 고함20 기자들의 삶 속에, 한순간 운명처럼 다가온 노래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당신의 노래는 무엇입니까?




1년, 2년, 3년, 그리고 4년. 가끔 상상하곤 했다. 네가 없는 나를. 너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내 생활을. 어떨까. 웃기게도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이미 내 깊숙이 파고든 너와 헤어진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마음, 그리고 동시에 해방이라는 마음이. 절대로 내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3년 전 날카로운 상처를 주고받은 이후로 오히려 우린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언뜻 보이는 불협화음은 당장 표면적으로 불거지는 문제는 아니었기에, 쉽게 덮어버리곤 했다.



그런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불협화음은 서로의 시선을 엇갈리게 만들었고, 무언가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으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었다. 두 개의 공존하는 마음이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스스로 4년의 종지부를 찍었다. 



상상할 수 없다고 여겼던 모습이 현실이 됐다. 네가 없는 채로 난 일을 하고 밥을 먹었으며, 친구를 만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생각보다 일상생활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내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두 개의 마음이 세 개로, 네 개로 쪼개지면서 얽히고설킨 감정은 나조차도 어떤 것이라 규정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 내가 슬픈 것인지, 우울한 것인지, 잘했다는 것인지 미안하다는 것인지 아님 또 다른 어떤 것인지 표현할 수 없었다. 




나도 설명할 수 없는 내 감정을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이 노래밖에 없었다. 틈만 나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었다. 왜 이 노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대답은 없다. 전람회의 목소리가, 멜로디가, 가사가 내 감정과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는 것 밖엔. 출근하는 버스에서, 모임이나 스터디가 끝난 후 돌아오는 길에서, 강남대로변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들으며 나는 파도와 같은 감정을 가다듬기도 하고 때론 폭발시키기도 했다. ‘위로’라는 말보단 ‘대변’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노래를 따라 내 감정의 기복도 일렁였고, 절정으로 치달을 쯤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취기에 가슴을 부여잡기도 했다.

영화의 테마곡처럼, ‘기억의 습작’은 내 인생에서 ‘너와 나’의 테마곡으로 남았다. 지나간 기억은 고이 접어놨으니 이젠 노래를 통해 당시의 감정을 느낀다. 너는 나에게 “후회할 것이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했고, 나는 너에게 “후회는 후회로 끝내겠다”고 말했다. 너에 대한, 나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난, 과거를 붙잡는 대신 ‘기억의 습작’을 들었다.  

쌓아간 추억이 아쉬워 미련의 끈을 놓지 못했던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설령 후회가 남을지라도 우리의 지나간 날은 아쉬워할 것도, 억지로 붙들 이유도 없다. 그저 노래가 흘러가듯이 기억도 추억도 우리의 삶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다만 가사처럼, 많은 날이 지나서 다시 이 노래를 통해 너와 나의 우리를 되새길지도 모른다. 너를 통해 습득된 나는 그때도 나의 일부로서 존재할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단절됐지만 연결된 채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테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추운 계절이 왔다. 한동안 듣지 않았던 ‘기억의 습작’을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짐을 느꼈지만 당시처럼 끝없이 이 노랠 반복하진 않는다. 나는 그때보다 달라져있었고, 모든 게 완벽히 맞아떨어지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기억의 습작’을 듣는다.







Written by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