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처음 접한 건, 한 시사 잡지에서다. 기사 속 어느 남편은 임신한 아내를 쾌적한 환경에서 쉬게 하려는 마음에 가습기를 구입해 매일매일 살균제를 들이붓고, 청소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아내의 몸속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태아가 죽었을 때도, 전보다 더 열심히 가습기 살균에 신경 썼다. 자신의 손으로 구입한 것이었기에 아이의 죽음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었음을 알았을 땐 더욱 마음이 무너졌다.

지난 1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옥시 관계자와 만났다. 피해자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배를 들춰보이며 공식 사과와 책임표명을 요구했다. ⓒ 베이비뉴스

수백 명일지도 모를 이름도, 얼굴도 내비치지 못한 아이들이 이렇게 죽어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난 2011년 8월 31일,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갑작스러운 폐 이상으로 죽어간 이들의 죽음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유가족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신고된 피해자만 401명으로, 이 중 지금까지 127명이 사망했다. 특히 임산부들에게 그 피해가 심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가 죽은 사건부터, 뱃속 아이만 사산한 사건까지, 산모가 별 이상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경우였다면 아이가 사산된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최근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온 회사 중 하나인 ‘옥시’ 측은 50억 원 규모의 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지난 2012년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정부의 실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옥시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과한 기업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습기 살균제는 이 사건 이후 모두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는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실험이 더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유가족에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고민했던 날들이 수두룩하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비례하게 고통은 컸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기업들과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한 정부에 유가족들은 죽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죄책감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장하나 의원의 협조로 피해자들과 옥시 관계자 측이 대면하는 자리가 있었다. 병든 아이의 배를 증거로 들춰 보이며 진상규명을 재촉하는 어머니의 얼굴에 간절함과 처절함이 가득했다. 누가 이 아이들을 병들게 했는지, 어느 누구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죽음의 살균제, 판매 금지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억 원의 보상 또한 죽음의 대가가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과가 없는 보상은 유가족들의 한숨을 더욱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