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 거부운동’ 공약이 총학생회 선거에 등장했다. 고려대학교 제47대 총학생회선거운동본부 ‘고대공감대’는 “언론사의 대학순위 평가가 대학을 상품화하며 이는 대학의 몰락을 불러온다”며 “대학평가 거부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학교가 대학평가에 끌려다니면서 “평가에서 가중치가 높은 지표에 집중 투자하기에 발전이 왜곡되고 재정의 낭비를 초래”했고, “학문의 질적 퇴보를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사의 대학순위 평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있지만,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대응이 이뤄진 적은 없다. 올해 6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여러 대학에서 성명서 발표 및 시국선언이 이어졌었다. 마찬가지로, 만약 ‘고대공감대’가 당선된다면 대학평가 거부운동이 다른 대학으로 퍼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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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많은 언론사가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가 1994년부터 홀로 대학평가를 해오다가 2009년에 조선일보, 2010년에 경향신문이 동참했다. 올해에는 취업률을 핵심 평가 항목에 포함하며 타 언론의 대학평가와 차별화를 한 동아일보의 대학평가까지 생겨났다. 거의 모든 대학은 이렇게 넘쳐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 결과에 상당히 집착한다. 평가 중에 어떻게든 좋은 부분을 찾아내서 스스로 자랑한다.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작년과 비교하면 순위가 몇 단계나 올랐다든지, 세부 항목에서는 상위권에 들었다든지 하는 부분을 학교 안팎으로 열심히 홍보한다. 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학교에 단기간 내에 여러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언론사 대학평가 순위를 억지로 올리려는 과정에서 갖은 부작용이 생겼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껍데기만 국제화된 대학 캠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국제화’ 항목에 300점 만점 중 50점이 배당된다. 국제화의 세부 항목으로는 영어강좌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등이 있다. 이러한 수치들을 올리고자 각 대학은 외국 학생들을 일단 데려오고, 영어강좌를 마구잡이로 늘렸다. 그 결과, 한국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영어강좌를 들어야만 했다. 외국 학생들은 더 큰 피해를 받았다.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해 불러들인 외국 학생들에게 학교에선 한국어 능력을 엄격히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국 학생들은 한글로 된 각종 공지사항, 한국 학생들과의 조모임 등을 마주하고 힘겨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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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대학평가를 하지만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건 매한가지다. 각 대학이 받은 점수에 대한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등수만을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등수를 올리기 위한 대학 간의 경쟁 속에서 희생되는 건 학생들이다. 지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고함20은 [고함20 대학평가]를 연재하고 있다. 학식, 대학 언론, 졸업요건, 기숙사 등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학교 몇 군데를 뽑아 A부터 F학점으로 평가를 한다.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는 기준으로 삼지 않는 학생들의 복지, 교육권 등을 주제로 삼는다. 해당 학점을 준 이유도 설명한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비틀어 비판하기 위함이다. 언론사에서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대학을 평가하는 것인가? 무의미한 대학평가라면 그만두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