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처럼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다가왔다. 이제 대학생들에게 총학생회 선거란 사회모순을 해결하는 치열한 과정이 아니라 무심결에 지나치는 일상의 한 풍경이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저하로 인해 11년 연속 연장투표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총학생회에 선거를 다루는 기사를 쓸 때 ‘어떤’ 소식을 다루기 이전에 ‘왜’ 써야하는지를 밝히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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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책에 주목했다. 총학생회가 공약한 사안이야말로 현재 대학과 대학생을 둘러싼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책 공약을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가 대학교와 학생사회 내부에 존재되는지 밝혀내려 했다. 총학생회는 대학생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한다. 각 후보들은 가장 많은 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슈를 제기한다. 전국 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의 공약을 모아보면 지금 이 시점에 어떤 문제들이 대학가 있는지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책 공약이 어떤 문제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교와 학생사회로부터 어떤 문제를 은폐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가장 대학생으로부터 가까운 총학생회가 왜 대학생으로부터 가장 멀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았다. 경쟁 없이 단선으로 치뤄지는 선거에, 11년 연속 연장투표라는 소식에 ‘정치적 열정이 없는 요즘 대학생’을 탓하기 전에 과연 총학생회가 대학생의 삶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려 한다. 
정책 공약은 등록금, 교육, 복지, 학생자치 4개의 관점에서 분류했다. 
첫째 등록금은 대학생 입장에서 학교에 내는 수업료와 관련된 문제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불붙은 ‘반값등록금’논쟁은 대학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다뤄지는 이슈가 등록금 문제임을 말해준다. 명목적인 고지서상의 등록금 인하든,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의 경감이든 등록금 부담을 감소시키겠다는 총학생회 선본의 정책 공약을 비교 분석했다. 금연장학금 신설같은 작은 문제부터 국립대학법 입법같은 큰 문제까지를 포함했다. 
둘째 교육은 대학생이 제공받는 대학 교육의 문제다.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교육과 연구다. 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대부분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려는 열망 때문이다. 총학생회가 대학생의 이런 열망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지 교육 관련 공약을 분석했다.  전임교원 확대와 다양한 교양수업 개설, 수강신청제도 개선과 같은 공약을 담았다. 
셋째 복지는 총학생회가 대학 본부와 협의하여 결정을 이끌어내는 유무형의 서비스다. ‘복지’라는 단어에 담긴 미묘한 늬앙스가 있다. 대학에서 탈이념적으로 이 단어가 쓰일 때 ‘복지’란 대학생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다.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되면 ‘복지’라는 단어는 운동권의 사회참여 활동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학내 사안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요컨데 후자의 정의를 채택한다면 소수의 연대활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책 공약이 복지 공약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함20은 다소 좁은 개념의 정의를 채택했다. 셔틀버스, 남학생휴게실, 강의실대여서비스 개선같은 공약이 복지에 포함된다. 
넷째 학생자치는 총학생회가 학생회 내부적으로 혹은 다른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정책 공약이다. 복지 문제가 대학 본부와의 협의에 중점을 두었다면 학생자치는 총학생회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었다. 총학생회의 우산대여와 택배대리수령같은 공약부터 학생회의 회계 투명화와 학생회 기구의 민주화같은 학생자치기구의 제도적 문제, 축제와 같은 자치 행사 그리고 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까지 모두 학생자치의 틀 안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조사는 11월 한 달 간 총학생회 선거가 치뤄지는 전국의 총 30개 대학교 45개 선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 학교는 강원대학교, 건국대학교, 국민대학교, 경희대학교(서울), 공주대학교, 광운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 명지대학교(인문), 부산대학교, 상명대학교,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인문), 세종대학교, 숭실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인천대학교, 인하대학교, 중앙대학교(서울), 충남대학교, 충북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 한동대학교, 한성대학교, 한양대학교(서울), 한양대학교(에리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