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태어나면서 처음 겪은 세상과의 만남 역시 모태와의 이별의 순간도 함께였으니, 만남과 이별은 사람에게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만남보다는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것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것일테지만, 만남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별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겐 각자의 이별이 있고, 각각의 이별은 모두 눈송이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고함20의 새로운 연재인 <이 별에서 이별까지>에서는 20대라면 겪었을 법한,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을 이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별에서 사는 당신의 이별은 어떻습니까?


20대의 담배와의 이별은 어떤 모습일까?

학창시절, 인적이 드문 공간에 숨어 한 명은 망을 보고 다른 몇 명은 급하게 들이마시던 기억. 20세가 되던 해 1월 1일에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들고 담배를 주문하던 기억. 1월 1일 한 해의 계획표에 꼭 적어두던 ‘금연 공약’. 이등병 시절 여자친구의 이별 전화를 받고 눈물과 함께 깊숙이 머금던 기억까지. 이르면 10대부터 아니면 20대가 되자마자 시작됐을 담배와의 다양한 기억들.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가 유난히 힘들다는, 지독한 ‘그들‘과의 기억을 마무리하려는 사람을 만났다.


Q. 금연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A. 이제 한 달쯤 됐나? 사실 담배 피우기 시작 한 이후로는 매일 매일이 금연과 흡연의 연속이지요 뭐. 그래서 요즘엔 컴퓨터 게임도 잘 안하고, 술도 되도록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술자리에 가게 되면 담배 생각에 정말 죽을 맛이라서, 제가 생각하기에 담배를 그립게 하는 네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게 게임, 술, 기름진 음식, 변기에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며 피우는 담배가 그렇게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실내금연이 강화되어 공공장소에서의 '화장실 흡연'은 힘들 것이다.


Q. 담배는 언제부터 피우셨나요?

A. 이거 얘기해도 되나?(웃음) 중3 때부터였나… 그 나이 때에는 먼저 피웠던 친구들이 한두 대씩 권하고는 하잖아요. 그 때 못 들은 척 거절했어야 했는데, 몸에 좋지도 않은 거 괜히 멋있어 보여서 피우다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담력(구기 종목의 구력을 빗대어 이렇게 표현했다)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Q. 담배와 처음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A. 처음 피울 때는 몽롱했죠. 머리도 아팠던 것 같아요. 이걸 왜 돈 주고 피울까? 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네요. 그 때 당시에는 담배 피우는 게 뭔가 멋있어 보였거든요. 저희 학교가 남학교였는데, 어색했던 아이들과는 소위 ‘맞담배’를 피우면서 친해졌어요. 당시에 저랑 친했던 친구들은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같이 안 피우면 어울리기 힘들었죠. 그런데 그 때 느낌을 다시 생각해보니, 친구들과의 유대감을 강하게 해주었던 매개체였던 것 같네요. 친구들 만나면 중학교 때 담배 몰래 피우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엄청나게 혼났던 얘기 같은 걸 아직도 많이 하거든요.

Q. 그렇다면 첫 인상은 좋았었나 보군요?

A. 음… 사실 첫 느낌은 좋지 않았는데 계속 만나다보니 좋아졌죠(웃음). 친한 친구들 중에도 그런 애들 있잖아요. 첫 인상 되게 안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나고 나니까 엄청 친한. 왜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애들이요.

Q. 담배와의 위기는 없었나요? 자주 헤어졌다 만났다가를 반복했을 것 같아요.

A. 학창시절은 아무래도 흡연이 금기시되잖아요. 학교 내에서는 선생님들 몰래 피우려는 극한 긴장의 연속이었죠. 선생님한테 걸리면 혼나고 몇 대 맞고 담배 압수당하고 마는데, 담배 냄새를 가족에게 숨기는 게 고역이었죠. 집에 도착하면 휙 방으로 들어가서 베란다에 교복 널어놓고는 했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바지 주머니에 부러진 담배와 담배 가루가 있는 걸 어머니가 빨래를 하려다가 보셨어요. 그 때 몇 번 부모님과 말다툼 하고 담배를 피웠다가 못 피웠다가를 반복했죠.

Q. 담배와 헤어져있을 때는 좀 어땠나요? 다시 만날 생각을 했나요?

A. 중고등학교 때는 뭐만 하면 공부 핑계 대면서 마음이 힘들잖아요.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겠는데 남들 안 보이게 숨어서 담배 한 모금 빨아들이는 게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부모님과 싸워서 몇 번 안 피울 때도 담배 생각이 절실했었죠. 다시 만날 거라는 데는 의의가 없었죠.

Q. 담배와 꾸준히 별 일 없이 지내왔었군요.

A. 그런 셈이죠. 아무래도 매일 하는 거니까요. 밥 먹고 피우고, 볼일 보면서 피우고, 추우면 피우고, 더우면 피우고.

Q. 습관처럼 지내왔던거네요?

A. 그렇죠. 일종의 일과라고나 할까? 담배라는건 맛도 안 변하고 모양도 안 변하고. 그러니까 나만 변하지 않는다면 헤어졌을 수가 없죠.

Q. 금연에 대해 얘기를 해볼텐데, 이 전에 가장 오랫동안 금연했던 건 언제인가요?

A. 군대 갔을 때. 한 달 훈련 하는데, 사실 한 갑 정도 숨겨서 가져갔어요. 근데 그걸 애들이랑 나눠 몰래 피우다가 딱 걸린거에요. 나 혼자 혼나면 상관 없는데, 분대원들이 다 같이 혼나니까. 와 미치겠더라고요. 애들 얼굴 보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그 때 “아, 꼭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근데 다시 피웠네요(웃음)?

A. 담배가 고작 그런 미안함만으로 끊을 수 있는게 아니에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죠. 저는 아직 뼈를 덜 깎았고요. 자대배치 받고 선임이 사람 좋은 얼굴로 한 대 권하는데 안 피울 수가 있나요? “군대도 인심이 넘치는구나” 생각하며 냉큼 받아 피웠죠. 그 담배 한 개피하나를 볼모로 그렇게 부려먹을 줄은 모르고(웃음).

Q. 최대 금연기간이 한 달인데, 지금 최대기간에 다다랐네요. 이번에는 왜 끊게 된 건가요?

A. 중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랑 축구를 일주일에 한번 씩 하고 있는데, 작년부터인가? 도저히 한 시간을 못 뛰겠더라고요. 저저번달엔가 고등학교 애들이랑 같이 뛰는데, 도저히 못 쫓아가겠어서 옷 잡고 넘어졌어요. 와, 예전에는 내가 뛰면 형들이 내 옷 잡고 그랬는데. 어느새 내가 잡고 있더라고요. 사실 예전보다 살도 좀 찌고 담배도 계속 피웠던 게 원인인가 싶어서. 이 생각이 1년 정도 계속되다가 요즘에는 축구장 가운데 그냥 서있게 되더라고요. 공이 내 발 밑으로 안 오면 잡으러 뛰지도 않고, 한계다 싶었어요. 축구 감독들이 왜 이렇게 뚱뚱한가 했는데, 날씬했으면 선수했겠지 감독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저도 이제 슬슬 감독으로 전향할까봐요.(웃음)

Q. 그렇다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끊는 거네요?

A. 뭐 기초체력 이외에도 여러 가지 증상이 겹치더라고요. 몸에 과부하도 많이 오고.

Q.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인가요?

A. 음. 숨도 많이 차고, 기침도 많이 나네요. 무엇보다 쉴 새 없이 침을 뱉어야 해서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안 좋죠. 그리고 20대 남자의 몸에서 벌써 40대 중년의 다양한 증상이 온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금연한다고는 하는데, 이게 오래 갈지는 모르겠네요.

Q. 담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A.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우는 편이라, 그 날도 버스 기다리면서 한 대 피우고 버스에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엄마에게 그러더라고요. “엄마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속 서서갔던 기억이 있어요. 저야 뭐 매일 피우니까 몰랐는데, 흡연자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Q. 그 네 가지 중에 뭐가 제일 힘들어요?

A. 뭐, 변기에서 볼일 볼 때랑 밥 먹을 때는 대체로 제정신일 때 하니까 의지로 막을 수 있는데, 술이랑 게임 할 때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술 마실 때랑 게임할 때는 정신이 없으니까… 요즘에야 건물 안에서 금연이지만 전에는 술 먹고 친구들이랑 pc방이라도 가면 난리가 났어요. 이겨서 좋다고 피우고, 지고 있으면 열 받으니까 피우고, 게임 로딩 하다가 한 대 피우고, 술 먹고 pc방 가면 절제가 잘 안되니까 엄청 피우죠. 남자끼리 pc방 가면 서로 욕이랑 담배연기만 주고받거든요.

Q. 담배가 생각나지 않게 하기 위해 실천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A. 예전에는 남들이 하라고 하니까 금연 했는데, 이번에는 예전보다는 더 간절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중이에요. 아까 얘기한대로 술집 안가고 게임 잘 안하는 것도 방법이고. 담배 대신에 먹을 걸 많이 먹는 듯해요. 체력이 안돼서 담배를 끊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살이 찌게 생겼어요. 이제부터 운동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근데 엄청 힘드네요.

Q. 비흡연자들의 시선이 많이 신경 쓰이셨을 것 같아요.

A. 자주 신경 쓰였죠. 흡연 장소 아닌 곳에서는 담배 피울 때도 항상 사람들이 쳐다보고 하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피웠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Q. 담배와의 영원한 ‘이별’을 선언한 셈인데. 기분이 어때요?

A. 담배는 뭔가 이런 느낌이에요. 되게 좋은 기억 밖에 없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후유증이 엄청 심한. 전에 나쁜남자니 뭐니가 대세였는데, 담배라는 놈은 나쁜 걸 넘어서 아주 ‘개새끼’죠.(웃음)

Q. 나쁘게 얘기한 걸 보면 좋은 친구는 아니었나봐요.

A. 음.. 그렇진 않아요. ‘담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언제 어느상황에서건 내가 힘들거나 좋거나 슬프거나 함께 했었네요.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추억은 ‘누구랑’ 같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건데, 생각해보니 그럴 때마다 분명히 담배는 같이 있었거든요.

Q. 시원 섭섭 하겠어요.

A. 딱 그 느낌이에요. 시원 섭섭. 지금도 무척 생각나지만, 못 피워서 괴롭지만, 계속 노력해봐야죠. “담배. 얘랑 헤어져서 난 이렇게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남들에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