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11월 14일 창립식 가져
금민, 물뚝심송, 홍세화 참여한 ‘기본소득 토크콘서트’를 함께 개최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쟁취에 버금가는 21세기 세계사적 과제는 기본소득 쟁취”라 주장하는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가 지난 11월 14일 창립식을 가지고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2009년 6월에 창립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서울, 광주, 울산, 천안 등 여러 지역에서 기본소득 모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네트워크가 창립된 건 대전이 처음이다.(관련 기사 :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우종우 대표 인터뷰)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축하인사에서 “스위스에는 각 도시마다 지역네트워크가 있어, 각 도시의 특성에 맞춰 기본소득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지역적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본소득 운동이 추진되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훨씬 더 현실감 있게 전개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대표인사에서 우종우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의 대표는 “기본소득이 위기의 시대에 대안임을 선언하며, 대전 시민들과 함께 희망의 등대가 되어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하나의 시작점이 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창립식이 끝난 직후에는 ‘기본소득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에선 물뚝심송 딴지일보 정치부장이 사회를 보고,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과 홍세화 격월간 <말과활> 발행인이 대담에 참여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기본소득의 정의부터 실현 방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물뚝심송 정치부장의 질문으로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금민 운영위원장은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사회 보험 같은 방식으로는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한, 기본소득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금융 수익, 부동산 투기 등의 불로소득을 조세로 징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이 기본소득의 핵심

스위스에서도 기본소득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확정되지 않아



금민 운영위원장은 기본소득의 특성으로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을 들었다. 이 중에서 무조건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뽑았다. 무조건성이란 자산 심사, 취업 여부 확인 등 어떠한 조건도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조건이 까다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자격을 상실하여 더는 혜택을 받지 못해 빈곤 탈피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홍세화 발행인도 “선별적 복지는 심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건드린다”며 무조건성의 장점을 언급했다. 뒤이어 개별성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가지는 장점을 설명했다. “조세 등에 있어서 가족 단위가 굳건하고, 가부장제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경제적 측면에서 억압되어 있다”며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여성이 가족 단위의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던 스위스에 대한 얘기도 등장했다. 금민 운영위원장은 “스위스에서도 재정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것은 기본소득 도입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헌법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네트워크에서 재정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노동조합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국민투표가 통과된다면, 스위스 의회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어 금민 운영위원장은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본소득이 실현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물뚝심송 정치부장은 “남들이 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이 잘 되는지를 보고, 따라가자고 하기엔 우리나라 현실이 급하다”며 “과감하게 우리가 세계 최초로 해볼 가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에 대해, 홍세화 발행인은 “노동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있기 때문”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정규직에 집착”하는데, “정규직으로 안정을 찾을 게 아니라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을 찾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많은 사람이 “임금을 받으려고 하고 싶지 않은 노동을 하고 있다”며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즐거운 노동을 하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금민 운영위원장은 “자본 시장에서는 이미 비생산적인 활동도 자본 증식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적극적인 설득의 과정이 필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먹지 않은 자 일도 못 한다!



물뚝심송 정치부장은 “전통적인 노동에 대한 개념이 너무나 강해서, 기본소득의 개념을 설득하기 힘들다. 대중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문제”라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금민 운영위원장은 “강남훈 대표가 100조 모델부터 200조 모델까지 재정 모델 3개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추가적인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 과세, 법인세, 토지 보유세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세화 발행인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은 몹시 어렵다. 그런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설득 자체를 포기한 상태가 문제”라며 “이웃의 생각부터 바꾸는 적극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오히려 사회복지가 사라지고 시장주의가 확대되지 않느냐는 반대논리에 대해 금민 운영위원장은 “기본소득에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보편적 복지 서비스도 포함돼있다”며 오해에서 나온 반대라고 일축했다. 홍세화 발행인은 “진보세력은 항상 뭔가를 하지 말자고 주장해왔는데, 이제 뭔가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더불어 “기본소득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 중 하나가 ‘일하지 않은 자 먹지 마라’는 말인데, ‘먹지 못한 자 일도 못 한다’라는 식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에서 홍세화 발행인은 다시 한 번 적극적인 설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공공성, 인권, 민주주의, 공익 등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사람에겐 열성이 내재해있지 않다”며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사익추구집단과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금민 운영위원장은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정규직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기본소득”이라 말하며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최근에는 연구 활동을 중심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노동자, 노동조합을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