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6개의 기사를 통해 2013학년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 정책공약을 살펴보았다. 30개 대학, 400여개 이상의 공약을 분석해 비교했고 이 중에서 시사점이 될 만한 공약들을 뽑아 등록금-수업-복지협상-학생자치/소통-복수캠퍼스 라는 5가지 항목으로 나눠 분류했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총학생회 선거 공약은 그해 대학 사회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반영한다. 어떤 이슈가 2013년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창이 될 수 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학연금 문제가 불거진 대학에서는 대납액 회수분을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으며, 상대적으로 ‘반값 등록금’이라는 의제는 대통령 선거라는 커다란 사건이 끝나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고려대학교 ‘공감대’ 선거운동본부는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대학평가를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처음으로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보다는 뜸한 :등록금 공약 

작년 출마했던 총학생회가 ‘반값등록금’이라는 파급력 있는 이슈로 전국 대학 선거운동본부 공약 1번을 대동단결 시켰다면, 올해 출마한 총학생회는 상대적으로 등록금 관련 이슈에 집중하기보다 ‘셔틀버스 증차’나 ‘수업권 요구/제도 변경’과 같은 복지 인프라 개선을 요구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는 ‘반값등록금’ 이슈를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치권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당선 초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진행하던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논리에 빠지거나 오로지 ‘심의’만 할 수 있다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의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지난 몇 년간 ‘적립금’만으로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등록금심의위원회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학생 대표들은 대부분 그 협상에서 학교 측의 인상/동결안에 처참하게 패배했다. 

여기서 특이할만한 점은 “등록금 이슈는 더 이상 총학생회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인정하는 선거운동본부가 등장한 한편, “등록금 인하 협상은 (총학생회가 할)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선거운동본부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다시 학문 위주의 대학으로 :수업권 공약 

올해 나온 좋은 공약 중에는 수업권과 관련된 공약들이 많았다. 수강신청부터 계절학기, 졸업요건, 교양수업, 각 대학마다 벌이는 학교 특성 수업까지 전반적인 개선 혹은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몇몇 대학에서는 아예 수업권을 정책 공약의 최우선으로 놓고 이를 해당 선거운동본부의 중점 사업으로 정해놓기도 했다. 이는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대학을 아카데미즘으로 되돌리려는 몸부림이었다. 

참을 수 없는 무분별함 :복지 협상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정성 혹은 깊숙한 문제의식으로 출마한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들도 무분별한 복지 공약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많게는 10개까지, ‘무엇’을 ‘어디’에 설치해주겠다는 공약은 근본적으로 학생 사회의 복지와 관련돼있는 좋은 공약이지만, 대부분 이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의지․의제까지 보여주지는 못했다. 대개 그 항목들은 총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는 설치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학교와의 끊임없는 협상이 필요하며,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는 공약을 세우기 전, 그 ‘실현 가능성’과 ‘협상력’까지 고려해야 한다. 

소통의 창구는 스마트폰으로 그 다음은? :소통 공약 

학생들과 소통을 늘리겠다고 주장한 선거운동본부들도 많았다. 총학생회 애플리케이션 설치부터 교내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공약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시험 때마다 등장하는 ‘족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선거운동본부도 등장했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공약 역시 대학의 실질적 주인을 학생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시도이나, 애플리케이션이든 정보 공유든, 결국 중요한 건 내부 콘텐츠의 깊이일 것이다. 하지만 출마한 선거운동본부 대부분이 내부 콘텐츠보다는 그 방식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논란 … 투표율 50% 넘지 않는 대학도 

한편, 올해 총학생회 선거를 정책공약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할 테다. 명시된 선거 세칙을 지나치게 자율적으로 해석하거나 후보자들에게 경고를 남발해 편파성에 의심을 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있었고, 학교 본부가 총학생회 선거에 깊이 간여하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적지 않은 숫자의 대학 총학생회 선거 후보가 단선이거나 후보자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크고 작은 사건을 넘어 일반 학생들은 선거철 외치는 담론이나 공약, 더 나아가 학생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대학의 경우 총학생회 선거 투표는 이틀 동안 진행되며 투표율이 50%가 넘지 않았을 경우 하루 더 투표를 진행하는데,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선거가 연장되는 대학은 부지기수다.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학생들은 총학생회 후보들에게 더 치밀하게 짜인 공약을 들고 나와 학교 본부와의 유의미한 협상 창구를 이끌어내며, 더 나은 학생 공동체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2013년의 대학 사회는 여전히 모순으로 가득하다. 반값등록금 이슈가 사그라졌다지만 등록금 부담은 여전하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11명 중 학생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대표는 1명뿐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유 아래 ‘취업률’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대학은 대학대로 학과 내에 소속된 학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과 구조조정을 감행한다. 다른 저쪽에서는 학교를 비판하는 학내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기사를 손질한다. 

하지만 학교를 사랑한다며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A대학의 경우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이라는,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더라도 실현 불가능할 법한 공약을 가지고 나온 한편, B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소통 활성화’와 같은 정체성도 설명도 불분명한 공약을 들고 나와 이를 분석하던 기자들을 당황시켰다. ‘노래방 설치’ 혹은 ‘슈퍼마켓 입점’과 같은 대학이라는 장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기도 했다. 

먼저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고, 민의를 보여 달라고. 총학생회 선거에 학생들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에 먼저 공약을 통해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총학생회는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대학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공유하며, 학생들과 어디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