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 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KBS 2TV <인간의 조건> (11월 30일 방영분)

<인간의 조건> 방송 화면

차분하고 다정하게, 스트레스 없이 사는 법

이번 <인간의 조건>편의 ‘조건’은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일주일 간 멤버들은 ‘스트레스 없이 살기’에 도전한다. 총 100개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나서게 됐다. 무작정 길에서 사람들을 붙잡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파기도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병원도 방문하는 등,  방법의 출처 역시 제각각이다.

이번 방영분의 주제는 ‘스트레스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한다. 체형이 걱정인 김준현,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고민하는 정태호, 가족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박성호와 김준호, 새 여자친구를 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양상국, 그런 친구 때문에 더 외로워진 허경환까지.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이 결국 스트레스다. 첫 방문한 2PM의 택연 역시 자신의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그 역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일주일간 <인간의 조건>팀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미디언들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바쁘지 않다. 오히려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친구의 모습에 가깝다. 식상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접근이 차분하고도 친절하다.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주변을 재밌게 해보려 한 경험이 있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농담 역시 일의 범주에 포함되어 버린 코미디언들에겐 <인간의 조건>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부담 일 수 있다. 그러나 <개그콘서트>가 아닌 본격 생활탐구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아이디어 걱정없이 자신을 솔직히 내보인다. 긴장이 풀린 상태의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신선하다. 


<스트레스 없이 살기>의 다음 회차에서 멤버들은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담백한 예능이 또 어떻게 시청자를 끌어 당길지 기대된다.

감상 포인트 : 잊을만 하면 나오는 내레이션은 차분함을 불어넣는 제1의 ‘조건’!

[이번주 DOWN]  TV조선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11월 29일 방영분)

‘여기자 삼총사’ 출동, 그런데 어디로?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방송 화면
 
TV조선 홈페이지의 ‘시사’ 탭에는 <여기사 삼총사가 간다>가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 연예부 기자 세명이 ‘연예인에 대한 시청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컨셉으로, 저널리즘에 입각한 연예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천명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역설적으로 연예가 보도가 ‘스트레이트’가 되기에 한계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연예인의 가족, 연인에 대한 일들이 모두 세간의 화제거리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보도와 다른점은 기자가 시청자에게 판단할 거리를 은근슬쩍 정해준다는 점이다. 연예인들 이야기는 “그랬다” 한 마디로 끝내기 아쉬워서인가. 이것은 잘못에 대한 비평과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예상과 판단이 모두 담겨있다. 또한 그 마무리는 “아님 말고”식으로 비겁하다. 방송에 등장하는 인터뷰이가 대부분 기자라는 점 역시 취재 과정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한다.

이 모든것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가 연예인을 ‘공인’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들을 알고 싶은 욕구는 정당하고, 마음껏 떠들어도 괜찮다는 면벌부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날 방영된 ‘김주하 충격폭로’ 꼭지를 보자. 연예가 뉴스를 순위로 매겨 발표하는 형식 안에서 이 소식은 ‘1위’를 차지했다. 핫이슈의 순위를 매긴 근거는 사건의 충격 정도인가, 혹은 선정성의 정도인가? 정말 팩트에 기반한 보도를 지향한다면 순위 형식은 나올 수 없지 않았을까? 또한 해당 꼭지의 마무리는 갑자기 ‘여성들이 남편감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로 정리되고, 김 아나운서의 결혼생활은 패널들에 의해 불행 그 자체로 요약된다.
 
가수 장윤정씨의 가족을 둘러싼 사건을 ‘진흙탕 싸움’이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낸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프로그램이 전면에 내세운 ‘팩트’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로인해 생산되는 얘깃거리 만들어내기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

또한 이날 방영분 에서는 오보에 대한 사과 화면이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사과’는 아니지만, 엄숙한 푸른 화면을 빌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방송이 시작된지 약 20분 정도 지난 후였다. 왜 방송 사이에 이 화면을 삽입했는지도 의문이고,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에 그쳤다는 점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사과 보도 자체로 자신들의 ‘저널리즘 입각 정신’을 훼손한 것이 된 것을 자중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사 삼총사가 간다> 방송 화면. 20여분 뒤 사실무근 보도에 관한 사과화면이 등장했다.
 

새로운 코너인 김진희 기자의 ‘연예 SNS’는 보도되고 있는 일명 ‘충격·경악’류 기사들과 궤를 같이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그들 기사와 기승전결이 같다. 다른 점은 글과 말이라는 전달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부분은 연예기사 말미에 으레 쓰이는 ‘댓글로 의견을 밝힌…’등의 문장들과 판박이다.

후반부로 가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온데간데 없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조정린 기자의 ‘TOP 순위’ 정하기는 차치 하고서라도, 연예계에 부는 ‘복고’ 열풍을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어색한 상황극이 등장한다.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복고 열풍을 연예계로 한정해 서툴게 해석하려는 몸짓이 보인다. 허술한 만듬새가 당찬 프로그램명을 무색하게 한다.

감상포인트 : 기자님들, 프롬프터 읽는 것 너무 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