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월 문제가 된 교학사 역사교과서 이후로 이번 해만 두 번째다. 이번에도 문제의 핵심은 ‘역사 왜곡’에 있었지만 그 주체는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아닌 교과서를 검정하고 심의하는 ‘교육부’로 바뀌었다.

지난 11월 29일,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통해 41건에 대해 수정명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명령 사항에 대해 출판사가 불응하는 경우 발행 중지 및 검정합격 취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요구한 ‘수정명령’에 응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필진들의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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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역사교과서 수정명령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정명령 권고 내용의 부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수정 명령 기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수정을 요구한 내용은 역사학계 연구와 동떨어졌다는 것과 서술시각의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북한의 토지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라’, ‘북한군의 양민학살 사례를 넣어라’고 요구하는 등 반북, 반공에 편향적인 내용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정심의회를 만들어 2주 만에 수정명령을 내리고, 3일 만에 수용 여부를 밝히라고 한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수정명령을 내린 수정심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있어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육부의 이러한 ‘편향적 시각’의 전초전이었다. 교육부는 교학사의 역사교과서가 ‘우편향·친일’ 문제로 불거졌을 때에도 문제의 중심이었던 교학사뿐만이 아닌 전체 8종 교과서에도 총 829건의 수정, 보완 권고를 내렸다. 그마저도 교학사의 친일, 독재를 서술한 부분은 빠진 채였으며, 오류 숫자를 축소하기까지 했다. 교학사와 수정명령 대상에서 빠진 리베르스쿨을 제외한 6종의 교과서 집필진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나머지 교과서에 부당한 명령을 내린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교육부가 진정 교과서 검정, 심의 문제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따랐고, 또 서술시각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정명령을 내린 것이라면 그 주체자인 심의위원회의 명단과 회의 일시, 그리고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검정 취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권력은 무언가 숨기고 있기 마련이다. 교과서가 단발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라면 그 도구에 날이 서게 만들어선 안 된다. 1편의 교과서라도 역사 왜곡의 부당함을 안고 있는 한,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폭탄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의 이번 수정명령은 부당하기에 앞서, 비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