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의 ‘4자회담’이 국정원개혁특위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4일부터 국회가 정상 가동될 전망이다. 양당은 그간 미뤄져왔던 내년도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했으며, 민생 관련 법안에도 관심을 쏟을 것을 약속했다. 이번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과연 합의 내용을 양 당이 충분히 이해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민생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벌써부터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듯 보였던 특검 문제에 대해서 벌써부터 말이 불거져나오는 것이 불안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치 공방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양 당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선 때부터 예산안 편성에 이르기까지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서부터 그렇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공정거래원칙 등 절차와 법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갑(예컨대 대기업)을(예컨대 중소기업) 관계 해소와 복지제도 확립을 위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 모양새다. 개념 자체가 모호한 만큼 실행 방안에도 온도차가 크게 나타난다.

ⓒ 조선일보


지난해 대선 때 양 당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구호로 내건 것은  그것이 표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살아도 박탈감이 늘어만 가는 현실에 국민들이 원했던 것이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소득과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해 스스로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판단한 국민이 전체의 46.7%에 달해 최고치를 찍었다. 11월 발표된 ‘2013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서 중산층이라 할 소득 3분위(상위 60~40%)와 4분위(상위 40~20%)의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2012년보다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적어졌다. ‘낙수 효과’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 탓에 부자는 빠르게 더 잘 살게 되는 반면 중산층 이하는 안정성이 옅어지며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나타나는 탓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국민에게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국민은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실체화되지 못한 개념을 쫓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그 희망을 구체화해내는 것이다. 그동안의 국회 폐쇄에 대해, 국민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에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양 당은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놓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고, 결과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
정치인들도 합의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경제민주화’의 방향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만 날로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떤 의미로든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작 ‘경제민주화’를 실행에 옮겨야할 국회의원들은 개념의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한 채 껍데기만 놓고 씨름하고 있으니, 정말 이대로 ‘경제민주화’가 구호로만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연말까지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정상화된 국회가 ‘충분히’ 합의를 거쳐 ‘경제민주화’의 시동을 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