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 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tvN <퍼펙트 싱어 VS> (12월 6일 방영분)

‘도전 1000곡’보다 섬세한, ‘슈스케’보다 편안한

퍼펙트 싱어 방송화면. 이정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불러 해당 라운드에서 승리했다.

노래방에 온 가수들 
 

여기 틀린 부분을 직접 손으로 세는 ‘선생님’ 스타일의 김구라와 가수군단이 있어 든든한 유세윤이 있다. 예능 대세들은 의외로 <퍼펙트 싱어>에서 말수가 적다. 당연한 것이, <라디오스타>풍의 특유의 재기발랄함은 잠깐 꺼둬도 된다. 이 프로그램의 과반 이상은 노래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퍼펙트 싱어>는 가수가 아닌 멤버들이 모인 ‘드림싱어’팀과 전업 가수들이 모인 ‘가수군단’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라운드마다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같은 노래를 번갈아 부른다. 장단조나 키(key)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외의 조건은 모두 같다. 최첨단 목소리 인식 장치인 ‘V-스캐너’가 노래를 부르는 이의 목소리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음정과 박자, 바이브레이션, 꾸밈음과 당김음 등이 평가 요소다. 좀 깐깐한 노래방 기계라고 해야 할까. 우리가 들을 때 정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노래도 기계는 다르게 판단하기도 한다. 호흡이나 박자가 원곡과 조금만 달라도 잡아내는 것이 가능해서다. 

퍼펙트싱어는 그래서 부담이 없다. 심사의 기준이 사람에게 달려있지 않다. 물론 펌프나 리듬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콤보’와 GREAT, PERFECT, GOOD 등으로 꾸며진 스캐너 바(bar)를 보고있으면 ‘심장이 쫄깃’ 해지지만, 60초 후를 기다려야 했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다. 꼭 다음 단계로 가야하거나, 대형 기획사 ‘큰 손’의 눈에 띄어야 하거나, 이 오디션에 모든것을 걸었거나 하는 스토리가 없다. 보는 사람마음이 편하니 노래에 몰입이 가능하다. 나도 모르게 평가자의 위치에 있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의 여운을 지울 수 있는 것이다. 노래가 임의로 선택되기에 가수와 곡이 의외의 ‘믹스매치’를 이루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끝없이 변주되는 싱어와 심사위원 및 평가단 사이의 긴장된 형태에서 벗어난 모처럼 훈훈한 음악 예능이다. 우리는 그저 즐기다가, 노래방에서 ‘슈스케’가 아닌 ‘퍼펙트싱어 놀이’를 하면 된다.

감상 포인트 : 당신의 성대가 떨리거나 박자에 따라 손가락이 움직인다면, 잘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DOWN]  MBC <오로라 공주> (12월 6일 방영분)


임성한 발(發)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오로라 공주 방송화면. 라면을 먹기위해 공모하는 설설희와 황마마의 모습.


웰컴 투 ‘하이브리드 분노의 샘’

먼저 크게 심호흡을 하자. 이제 30분간 격정적 스토리를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어디로 떠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곳이 미국인지, 지옥인지, 천국인지도 오직 시나리오만이 알고 있다.

MBC 일일연속극 <오로라공주>는 임성한 작가의 유명세를 타고 방영을 시작했다. 최근 회차 연장이 결정되며 더욱 순항 중이다. 뒤죽박죽인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여기저기서 ‘갈데까지 갔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여전히 매일 저녁 시청자들을 TV 앞에 부동자세로 앉혀놓고 유유히 그만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소위 ‘정극’으로 분류되는 아침드라마, 혹은 일일드라마는 불꽃 같은 스토리, 엄청난 전개 속도로 인기를 얻는다. ‘욕망’을 쫓는 남녀들의 혼선은 9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의 대세 키워드로 작용해 왔다. <오로라 공주> 역시 홈드라마 특유의 대사와 극 분위기로 꼼꼼히 짜여져 있으나, 어딘가 어설프다. ‘대박’ 작품만 집필해 온 임성한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 6일 방영된 회차를 보자. 주인공 ‘오로라’의 현 남편 ‘설설희’와 전 남편 ’황마마’, 세 명의 동거 이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절대 <아내가 결혼했다>가 아니다. 오히려 “암세포도 생명”이라던 설희가 마마에게 자신의 간병을 부탁했으니, 전례없는 특별한 동거다. 설희는 마마를 ‘형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6일 방영분의 도입부에서 설희는 마마의 격려를 받아 걷는 연습을 시작하는데, 흡사 인간승리 다큐멘터리같다. 그러나 설희와 마마의 감정 전환이 아주 빠른 탓에 흐름은 어색하다. 그들 뒤로 펼쳐진 세트가 세 명이 사는 집이라기엔 너무 휑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서 로라는 졸지에 군것질하는 두 아이를 타이르는 엄마의 모습이 됐는데, 몰래 라면을 먹다 들킨 두 사람을 혼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날 약 30분간의 방영시간 중 금쪽 같은 7분여의 시간이 라면 ‘먹방’에 소요됐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 <신기생뎐>등에서 나타나는 ‘무속신앙 세계관’은 이 드라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미지의 암시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후 진행되는 뜻밖의 이야기 진행에 희열을 느끼는 듯 하다. 더 이상 드라마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특별한 전개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이것은 ‘임성한식 드라마’의 핵심이 되었다.

우리는 CG를 입힌 배우의 레이저 눈빛, 뜬금없는 ‘대수대명’류의 대사 너머로, 이 드라마가 섬뜩한 진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들의 ‘평타’ 이상 되는 연기와 적절한 카메라 워킹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산된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에 극본이 있고, 여느 드라마처럼 이야기는 풀샷을 타고 흐른다. 그 자연스러움 안에서 ‘동성애자가 108배를 하고 이성애자가 된다’거나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라는 기상천외하고 편견 가득한 대사들이 풀렸다. 맥락없는 등장인물들의 사망과 하차 역시 정극 드라마라는 이름 안에서 자행된 ‘데스노트’의 저주다. 종잡을 수 없이 초단위로 바뀌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에 적절한 배경음악을 까는 음악 스탭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감상 포인트 : 갑자기 사망한 떡대, 아무리 봐도 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