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시청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지난 10일 정종기 방통위 국장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측은 수신료 중심의 재원 구조를 통해 공정성과 공익성을 갖춘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도 함께 내세웠다. 지난 11일에는 KBS 9시 뉴스를 통해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한 KBS 월드 채널을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수신료가 인상되면 KBS가 확대 시행할 공정 책무를 내세워 수신료 인상에 동참해줄 것을 ‘구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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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당연히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수신료 인상안을 야당 이사회 의원 없이 ‘날치기’ 통과시킨 과정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수신료를 받는 행위 자체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수신료를 받는 행위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방송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 목적은 다르게 말하면 다른 어떤 외부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국민, 또는 시청자들을 위한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수신료 지불의 정당한 이유를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공정성 있는 보도에서 찾는다. 이는 해당 방송사가 기업과 국가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진실된 방송을 창출해 낼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KBS의 뉴스보도 사례들은 이러한 정당한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스스로 거부해온 것처럼 보일 만큼 공정하지 못했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 관련 기사는 213건으로,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보도되어 왔다. 대통령에 대한 견제나 감시에 관한 내용보다는 국정운영 의지와 행보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보다 ‘국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렸음을 스스로 입증해온 셈이다.

이 외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전체 재원 가운데 수신료 비중을 현재 37%에서 53%로 끌어올리고 광고 비중을 40%에서 20%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지만, KBS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수신료 현실화와 동시에 광고수주를 확대한다’고 되어있다. 국민을 통한 재원 확대로 광고를 줄이겠다는 의지에 진정성이 없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KBS가 스스로 말한 대로 더욱 질 높은 공정보도를 위해 수신료 인상을 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선 ‘수신료 인상’, 후 ‘공정보도’가 아닌 ‘선 공정보도, 후 수신료 인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수신료 인상 운동을 ‘소비자의 횡포’ 정도로 넘겨짚어선 안 된다. 언론이, 방송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매체라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게 만드는 국가 전체의 ‘감시자’로서 역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KBS의 이 같은 ‘공정보도’ 명분은 순서가 틀렸다. 방송의 공정성 있는 보도가 먼저 이뤄져야 국민들의 설득을 이뤄낼 수 있으며, 또 수신료 지불에서도 정당성이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공정보도’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들이 수신료 인상에 ‘공정보도’라는 명분이 붙어 있음에도 강력한 수신료 거부 운동을 제기하는 이유다. 핵심은 ‘수신료 인상’이 아닌 ‘공정보도’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