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여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대학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 외치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는 불과 3일 만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고,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현재 40장에 가까운 대자보가 붙었다. 개설한 지 하루도 채 안되는 ‘안녕들 하십니까’의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는 삼만 육천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최근 몇 년간 대학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대자보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고함 20에서는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고려대 정경대 후문을 찾아가 보았다.

 

대자보를 읽고있는 학생들


애초 오후 다섯 시까지 예정되어 있었던 ‘페이스북 포토서명 받기’ 이벤트는 오후 3시쯤에 막을 내렸다. 벽에 붙은 수많은 대자보들을 학생들이 편히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비키고, 다음날 있을 ‘서울역 나들이’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자보 옆을 지나치던 몇몇 학생들로 채워졌다. 벽을 가득 채운 하얀 대자보들이 만드는 진풍경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하나하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수십 분 동안 대자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읽는 사람들까지 대자보를 대하는 태도는 가지각색이었다.
쉬는시간이 되자 정경대 후문은 금세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이게 그거야?’라며 친구들끼리 대자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에게 먼저 가라며, 자신은 대자보를 읽고 가겠다는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그들은 영하 7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학우들이 보내는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꿋꿋이 받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남모 씨(26)는 “대학생들이 이렇게 대자보를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에 통탄을 금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렇게 시국선언을 하고 자기의견을 표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아직은 우리 사회에도 희망은 있는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해 자아비판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해는 점점 지고 있었지만, 길가에 늘어선 대자보를 읽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경희여고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이하영 양(17)은 평소 학교에서 사회 중점 학급에 편성되어 매일 신문을 읽으며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대자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하영 양은 “제가 아직은 정치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어른들께 하면 어린 나이 때문에 무시를 받거든요. 그래도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할 때는 저도 선거권을 갖게 될 테고, 한국 사회에서 변화의 주역이 될꺼잖아요.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라며 당차게 대답했다.

 

대자보를 붙이고 있는 학생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기자의 눈에 새로운 대자보를 가지고 와서 벽에 붙이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전지 두 장에 까만 글씨가 빼곡한 대자보를 청색 테이프로 벽에 붙이고 있던 학생은 추운 날씨 때문에 테이프가 잘 안붙는지 몇 번을 땠다가 붙이기를 반복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대자보를 붙이는데 성공한 사회학과 김상혁(21) 씨는 대자보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스스로 떳떳해 지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스스로 사회문제에 큰 관심도 없고, ‘나는 잘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살던 평범한 학생이라고 말한 김상혁 씨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안녕하지 못하였다”라고 답하였다. 김씨는 사회구조가 이렇다 한들 나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별 걱정 없이 살았는데, 생각해보니 나의 문제였다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작은 참여가 사회의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빛나다’라는 뜻의 ‘상혁’처럼 서로가 빛날 수 있는 사회적 행복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탰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한다.

 

밤에도 끊이지 않는 발길들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 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별 탈 없이 살아왔던 우리에게 정말 우리는 안녕한 것이냐고 물었던 물음은 지금 대학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늘 오후 3시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개최되는 성토대회를 시작으로 서울역까지 나들이를 떠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