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새누리당 측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공정거래원칙 등 절차와 법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갑(예컨대 대기업)을(예컨대 중소기업) 관계 해소와 복지제도 확립을 위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념 자체가 다른 만큼 실행 방안에도 온도차가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렇게 일년이 지나갔다. 혼란 속에서 ‘경제민주화’는 구호로만 그친 채 어느덧 시간의 뒤안길로 밀려난 모양이다.

<사회문제의 경제학>의 저자 헨리 조지라면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노동을 통해 얻은 부에 대한 온전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토지의 공동소유를 통해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할 것을 제안한다. 토지 정의를 주장하는 ‘조지스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사회 불평등의 문제가 토지의 사유화에 기인한다는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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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세기를 거치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노동절약적 방법이 날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헨리 조지는 그 이유를 지대라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수탈하는 토지소유자들에게서 찾고 있다. 원래라면 자연적 권리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토지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노동자들은 토지 소유자들에게 노예나 다름없게 예속당하고, 생산성의 개량이 이루어져도 지대(토지가치) 상승만 불러일으킬 뿐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부패가 구제불능 상태에 이르기 전에 미국을 구하려면, 독립선언서의 원칙에 따라 창조주가 모든 사람에게 부여한 평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자연적 기회의 사용과 혜택에 대한 평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인정하고, 토지를 공동소유로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토지 이용에 대해 평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오로지 오래된 관습 때문에 눈이 멀어서 명백한 진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p.258~259)”

‘민주화’라고 부르기엔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저도 모르게 묻게 될 정도로 그의 말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사실 그는 오히려 공산주의적인 토지 공유를 주장하거나, 가진 자에게 강제로 부를 빼앗아 갖지 못한 자에게 나눠주는 식의 발상은 반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헨리 조지의 개인의 ‘소유권’에 대한 강한 지지는 오히려 자본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심지어 부자에게 자선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부자들에게서 그들이 차지해야 할 정당한 몫의 일부라도 걷는 것에 반대한다. 내가 의도하는 바는 소유권 개념을 약화시키거나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근거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또 생산의 유인을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더 확실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서 더욱 강화시키려는 것이다.(p.122)”

헨리 조지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정의로운 부의 분배다. “그것은 부를 만든 사람에게 그 부를 주고, 부를 저축한 사람에게 그 부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토지권을 인정하더라도 독재와 수탈이 지속될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토지의 사유화를 막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어떤 개혁으로도 물질적 진보가 국민들을 엄청난 부자와 끔찍하게 가난한 사람으로 양분시키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헨리 조지는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통해 19세기 미국의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옮긴이 전강수가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했듯이, “이 책은 사회발전의 법칙, 정치의 부패, 독점의 발달, 실업과 과잉생산, 기술혁신, 재정 운용의 오류, 정부의 역할, 농촌문제, 문제해결 방안 등 실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다른 문제에도 관심이 있는 독자에겐 일독을 권한다.

※ 헨리 조지(1839~1897)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경제학자이자 사회개혁가. 절망적인 가난 속에서 살았지만 독서와 토론을 통한 독학으로 최고의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사상은 수많은 사상가, 학자, 정치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19세기 말 영국 사회주의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조지주의 운동’을 등장시켰다.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비롯해 <진보와 빈곤>,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정치경제학> 등의 명저와 함께 수많은 기사와 강연 원고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