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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칼럼] 국민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국토교통부 트위터 계정

2013년 연말, 하나의 계정이 트위터에서 폭주하여 많은 이들의 타임라인을 뒤덮고 있다. 주인공은 국토교통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다. 국토교통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철도노조가 지난 12월 파업을 결정한 이후, 지속해서 철도노조와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과 관련된 트윗을 작성해왔다. 국토부 계정은 국토교통부의 정책이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교통공사 측의 주장과 의견을 담은 트윗터 글을 작성하여 철도노조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함20


국토부 계정은 지난 12월 24일부터는 “철도 파업 바로 알기”를 해시태그로 설정한 트윗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첫 게시글부터 파문이 일었다. 해당 글에 담긴 영상은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번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패러디한 화면으로 시작했다. 영상은 ‘시민 불편’이라는 주제를 감성적·일방적으로 설명해 철도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는 철도노조와 시민들의 의견을 비난했다. 여기에는 철도공사의 주장만이 편파적으로 담겨져 있어 더욱 논란이 되었다.

이외에도 철도노조의 노조비와 예산을 서술되어 있는 ‘매일경제’의 기사를 소개한 뒤, “복지기금으로 한 해 20억원 넘는 현금 만지는 귀족 노조”, “민노총 약화 우려가 철도파업 본질 아닌가”등의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겨 글을 작성했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과 철도 민영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대화나 설득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철도노조에 대한 판단에 윤리적인 잣대를 고집하게 만드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국토부 트위터 계정의 글은 철도 민영화 논란이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도외시하고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고함20 국토부 트위터 공식 계정 갈무리

심지어 국토부 계정은 “국민을 볼모로 한 철도노조 파업은 멈추고 현장으로 복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불법 파업 관행을 이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불법파업에 우리 산업과 국민의 발이 묶어 있습니다”는 내용을 연이어 게재했다. ‘불법파업’이라는 용어를 적극 활용하여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는 틀에 가두어, 철도노조의 파업이 명분이 없으며 현재의 문제는 “타협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예 수서발 KTX와 관련된 민영화 논란을 “타협할 수 없는 것”으로 못을 박아 버린 것이다.
국토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27일 드디어 폭주하여 선로를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철도노조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발표를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글을 작성했다. 해당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된 표현은 “국민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이었다. 이는 철도노조를 비롯해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이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발표”를 믿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국민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질타였다.

 

ⓒ고함20 국토부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국토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국민에게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라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그 순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서발 KTX의 운영사 분리법인의 면허 발급을 발표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문제의식이 일말조차 해결되지 않았으며, 분리법인의 면허 발급이 이번 사태의 최종 결정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무모하게 진행되리라 예측되지 않았었다. 국토부는 이런 상식적인 상황 판단을 넘어 무리하게 면허 발급을 추진한 것이었다.
결국 국토부의 수서발 KTX 운영사 분리법인에 대한 면허발급 추진과 국토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의 글을 종합했을 때, 현재 정부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진정성’이란, 수서발 KTX의 운영 분리법인 설립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정부의 의지는 국민의 여론이나 비판적 물음에 대한 답을 거부하고, 수서발 KTX를 둘러싼 철도 민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이상 “타협”의 대상으로조차 보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국민에게 이런 정부의 ‘진정성’을 불신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정부의 정책과 말을 불신하는 국민을 “국민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추지 않았다고 매도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어떤 ‘껀덕지’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국민은 국가를 신뢰할 수 있고, 그게 이상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할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추지 않았다면, 국민은 정부와 국가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자 결과다. 정부는 국민에게만 정부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추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국민의 ‘진정성’을 수용하고, 정부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Avatar
    Sky

    2014년 1월 6일 12:47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사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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