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날 조간신문들의 1면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소식이 장식했다. 이를 소개하는 기사들의 논조는 대동소이했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데칼코마니처럼 입을 똑같이 맞추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3대 보수언론과 더불어 한국일보 역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공공개혁으로 연결 짓는 것에 글을 보탰다.
가장 건조하게 소식을 전한 것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철도파업 철회 31일 업무복귀”라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담은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기사의 내용 역시 제목과 마찬가지로 간략한 사실관계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이후 5면에서 철도파업 철회와 관련된 기사를 연이어 실으면서, 이번 철도파업 철회를 공공개혁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일보는 최장기간 철도파업을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작전을 통해 해법을 도출했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을 칭찬하고 나섰다.
중도적논조의 일간지로 인식되던 한국일보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공공개혁으로 연결지은 것은 다른 보수언론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동아일보 역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정부의 공공개혁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를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한국 사회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며, 파업을 다시 한 번 질타하고 나섰다. 기사의 말미에는 박근혜 정부가 “가치 전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마찰이 있더라도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긍정했다.
ⓒ동아일보 1면 갈무리

보수언론의 정점이라고 평가되는 조선일보는 노골적인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는 “철도 파업, 상처만 남긴 22일”이라는 제목으로 철도 파업이 무의미한 목적으로, 성과 없이 국민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철회되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기존의 보수언론과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는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이 “국민을 이기지 못했다”며 조선일보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동소이한 해석을 내놓았다. 친삼성 또는 친기업 언론이라 평가되는 중앙일보답게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파업에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일보나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와 같은 3대 보수언론의 위와 같은 논조는 사실 크게 새롭지는 않다. 참신하고도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은 진보언론으로 구분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주장이었다. 먼저 한겨레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여전히 철도 민영화와 관련된 ‘숙제’가 남았다며 경계했다. 또 한겨레는 국회가 합의하여 구성하기로 합의한 소위에서 민영화 논란과 코레일이 철도노조원을 상대로 내린 징계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 중재자 역할을 긍정하면서도 향후 논의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 1면 갈무리


 

이에 반해 경향신문은 “이것이 정치다”라는 제목으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다뤘다. 기사 내용은 국회가 철도산업발전소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 철도노조원을 상대로 낸 징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결론은 국회의 역할 강조로 매듭짓고 있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것이 정치”라는 것을 보여준 국회에 막연한 기대감을 표출한 경향신문은 이후 국회소위를 비롯해 언론에서 논의해야 할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1면 갈무리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역할을 칭찬하는 것은 언론사 간에 구분이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6개의 언론 모두 국회가 사회적 문제의 중재자 심지어는 해결자로 등장한 것을 의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없었다. 다만 한겨레는 소위에서 철도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도 소홀함 없이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달리, 경향신문은 국회의 존재감을 칭찬하는 것에만 머물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회 소위를 구성하여 향후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그것이 철도 민영화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문제제기를 촉구하고 촉발할 매개가 되어야할 언론은 국회의 등장에 환호하고 열렬히 박수만 치고 있다. 앞으로 철도 민영화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 기성언론들이 어떤 역할을 스스로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유념하며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