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시장의 개척으로 인한 앨범 시장의 암흑기 속, 2013년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는 약진했다. 한터차트의 집계에 따르면 신인 아이돌 그룹 엑소는 앨범 판매 100만 장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엑소의 뒤를 이어 샤이니가 43만 장, 인피니트가 27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아이돌 앨범 돌풍을 알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 앨범의 높은 판매량이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앨범의 주요 구매 층이 해당 가수의 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팬의 구매력으로만 치부하기에도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엑소, 샤이니, 인피니트의 앨범 판매량은 2009년 24만 장으로 당해 1위였던 서태지의 앨범 판매량보다 높다. 호황기를 맞은 아이돌 앨범 판매의 숨겨진 비밀은 마케팅에 있다. 2013년 앨범 판매량 10위 안에 속한 아이돌 그룹의 각양각색 앨범 마케팅을 알아보았다.

ⓒ 한터차트


앨범 판매량을 두 배로 불리는 ‘엑소 매직’

한터차트에 따르면 엑소는 2013년 97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회사의 유사한 그룹인 슈퍼주니어와 비교해도 큰 차이이다. 슈퍼주니어 역시 12인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2005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는 신인인 엑소에 비해 팬 층이 두터우며 발매한 앨범의 수 역시 더 많다. 2012년에 슈니어는 당해 발매한 정규 앨범 ‘Sexy, Free & Single’을 포함해 36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2013년에 엑소는 슈퍼주니어의 3배에 가까운 앨범 판매 기록을 세웠다. 

소의 높은 앨범 판매량의 비밀은 독특한 앨범 발매 방식에 있다. 2013년에 엑소는 정규 앨범인 ‘XOXO’, 히트곡 ‘으르렁’이 추가된 리패키지 앨범, 겨울 스페셜 앨범인 ‘12월의 기적’을 발매했다. 그러나 엑소의 총 발매 앨범은 3개가 아닌 6개이다. 엑소는 Exo-K와 Exo-M으로 나눠진다. Exo-K는 한국어로 활동하는 그룹이며 Exo-M은 만다린어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앨범 역시 K와 M의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된다.

Exo-K와 Exo-M의 앨범의 차이는 단순히 언어가 아닌 멤버의 차이에 있다. 타이틀곡은 멤버 전원이 참여한 버전이 K와 M의 앨범 모두에 실린다. 하지만 수록곡의 경우 Exo-K의 앨범엔 K 멤버가 부른 버전만이, Exo-M의 앨범엔 M 멤버가 부른 버전만이 실린다. 예컨대 ‘XOXO’ 앨범의 수록곡인 ‘Baby don’t cry’의 경우, 후렴구를 Exo-K의 앨범에서는 K 멤버인 디오가, Exo-M의 앨범에서는 M 멤버인 첸이 부른다. 팬의 입장에서는 멤버에 따라 달라지는 곡의 차이 때문에 K와 M의 앨범을 동시에 구매하게 된다. 약간의 버전 차이를 이용해 판매량을 두 배로 불리는 마케팅 기법은 가히 ‘엑소 매직’이라 할 만 하다.

ⓒ 인터파크


포토카드, 응모권… ‘빵보다 스티커’ 마케팅의 재림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 전국의 초등학생은 샤니 빵에 열광했다. 샤니 빵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갖기 위해서였다. ‘고라파덕’ 스티커가 나오면 절치부심하며 ‘피카츄’ 스티커가 나올 때까지 빵을 사기도 하였다. 2000년에 성공적이었던 샤니의 ‘빵보다 스티커’ 마케팅은 2013년의 아이돌 앨범 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쓰였다. 앨범에 수록곡 이외의 다른 아이템을 넣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포토카드는 아이돌 그룹 앨범의 대표적인 ‘빵보다 스티커’ 전략이다. 포토카드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이 그려진 카드이다. 포토카드는 팬의 중복 구매를 유도해 앨범 판매에 큰 견인의 역할을 한다. 포토카드는 앨범 당 한 장 씩, 멤버 중 한 명의 사진이 랜덤으로 들어있다. 일부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카드가 나올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장을 구매한다. 어느새 포토카드는 아이돌 앨범의 필수 구성 항목이 되었다. 고함20의 조사 결과, 2013년 앨범 판매량 10위 안에 속한 아이돌 그룹의 당해 발매 앨범은 모두 포토카드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앨범은 포토카드를 응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보여준다. 틴탑은 정규 앨범 ‘No. 1’의 한정판을 따로 만들어 발매했다. 해당 앨범의 일반판엔 틴탑 멤버의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한 장만 들어있는 반면, 한정판엔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 여섯 장이 들어있다. 엑소는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에 포토카드와 유사한 미니 등신대를 넣었다. 샤이니의 싱글 앨범 ‘Everybody’ 역시 멤버들을 캐릭터로 표현한 책갈피를 넣어 팬의 구미를 돋웠다. 

팬이 앨범을 구매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응모권이다. 핫트랙스, 신나라레코드 등 아이돌 그룹의 팬 사인회가 열리는 매장에서 앨범을 구입하면 응모권을 받을 수 있다. 응모권이 있다고 해서 팬 사인회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추첨을 통해 응모권이 당첨이 되어야 갈 수 있다. 일부 팬은 팬 사인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수십 장의 앨범을 구매해 앨범 판매량을 늘리는데 큰 몫을 한다. 

히든트랙, 숨겨진 또 하나의 마케팅
 

앨범을 구매한 사람을 위한 ‘보너스’ 같았던 히든트랙 역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인피니트는 미니 앨범 ‘Man in Love’의 히든트랙으로 수록곡의 보컬이 제외된 악기 버전을 실었다. 수록곡의 악기 버전은 랜덤으로 한 곡 씩 실린다. 인피니트는 2012년에 발매한 ‘추격자’ 앨범에서도 같은 방법을 썼다. 히든트랙인 인피니트 멤버의 음성 메시지를 랜덤으로 수록한 것이다. 이는 팬이 서로 다른 버전을 수집하도록 해 중복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히든트랙은 음원 서비스를 통해 구입할 수 없어 소장 가치가 높다는 점 때문에 구매층의 지갑을 보다 쉽게 열게 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은 앨범은 더 이상 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 앨범의 성공은 앨범을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닌 상품으로 재기획한 결과이다. 전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는 포토카드, 응모권 등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팬의 구매 욕구를 상승시켰다. 또한 수록곡과 히든트랙의 버전 차이를 이용하는 등 앨범을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을 사야할 이유를 만들었다. 앨범 시장의 침체 속에서 아이돌 그룹 앨범이 일으킨 돌풍은 마케팅이 일궈낸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