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음아래, 고함20


의의도 한계도 뚜렷했던 학교-학생 간 첫 간담회

Q. 지금은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나.


성민 : 지난달 51대 총학생회가 선출된 뒤 총학의 주도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학생 TFT’(이하 백양로 TFT)가 꾸려졌다. 총 10명인데 총학, 중앙운영위원회(각 단과대 학생회 성원들로 구성된 위원회. 이하 중운위), 그밖에 다른 곳에서 활동했던 친구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확대운영위원회 간담회’(이하 간담회)가 있었다. 학교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학교 측과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백양로 TFT뿐만 아니라 중운위 소속 학생들까지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다.


슬기 : 학교 측과 학생 측이 만나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최초의 공식적인 자리였다. 이번 총학이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다가, 학교 당국에서도 총학 임기 초반에는 총학의 요구사항을 되도록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보니 간담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


Q.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현희 : 우선 백양로 사업에 대해 학생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 측의 대답을 들었다. 다음으로 총학에서 학생들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측에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학생 측의 절충안, 그러니까 굴착면적을 현재의 2/3에서 1/2 정도로 줄이자는 내용의 안을 발표했다.




맥북 줄게 입 좀 다물어 다오? 학생을 아이 취급 하는 학교

Q. 성과가 있었나.


슬기 : 학교 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학생의 이권 문제, 예를 들면 백양로 지하 광장에 학생 자치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나 축제 기간 동안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약속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학생들을 달래려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건희 : 공사의 가치, 공사 규모, 공사비용 충당 등 여러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가치 관련 문제는 대강 넘어가 버렸다. 또 공사 규모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굴착면적을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면서 제시했는데도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보자는 식으로 대답을 끝내버렸다.


슬기 : 공사비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기부금만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학생 등록금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하는데, 현재 기부금이 250억원 정도다. 예상 비용이 900억원인데 아직 충당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등록금에 의존하게 되지 않겠나. 또 기부금 중 학생 장학금으로 쓰이는 금액도 있는데 그마저 공사비로 쓰여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기부금을 다 모을 수 있다, 앞으로 잘 해보겠다, 자신들을 믿어달라고만 하더라.


성민 : 일단 공사를 멈추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바는 최대한 보장해 주겠다고는 하는데, 잘 될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을 아이처럼 취급한다. 심지어는 학생들 대상으로 기부금 후원 촉진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맥북을 주겠다면서.


현희 : 이번 간담회가 끝난 뒤 학교가 전교생에게 단체 메일을 통해 ‘너무 성공적인 간담회였다, 박수로 끝이 났다’ 이렇게 소식을 전했더라. 우리가 중점적으로 제기한 문제, 우리가 제시한 절충안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은데, 정보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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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현희 : 당분간 백양로 TFT가 유지될 것 같다. 상설화 여부에 대해서는 총학과 더 논의해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간담회에서 학교가 여지를 남긴 부분을 물고 늘어져야 할 것 같다.


성민 : 교수님들이 천막 농성도 하고 백양로 사업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해서 다수의 반대 의사까지 도출했는데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생 측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아이 달래듯이 할 뿐이다. 많은 수의 성원들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각자 반대하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단 이건 아니라는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다. 총력을 다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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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로 문제는 한국사회 문제의 축소판이다


Q. 백양로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연세대 학생들의 문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면.


성민 : 교수님들이 백양로 문제 관련해서 외부 신문에 여러 번 글을 기고하셨다. 그런데 어떤 글을 보니 ‘신문이 연세대 교지냐’는 댓글이 달려 있더라.(웃음) 어떤 사람이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왜 그런 이야길 할까, 내 의견의 문제점은 뭘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견을 제시하면 그걸로 끝이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절차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너무 안타깝다.


이번 백양로 프로젝트도, 학교 측에서 정말 학생들을 존중했다면, 안전한 백양로를 만들고 싶어했다면 최소한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한 두시간만이라도 공사를 중지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없다. 총장님은 그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성과주의에 빠지신 것 같다.


현희 : 그 성과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성과인지, 연세대학교가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최근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 건설공사가 국가사업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벌여야 성과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백양로 문제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공동체 안에서 유사한 맥락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걸 그들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