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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서 온 그대 ①] “회사 사정 안 좋아지면 사람 줄일 생각부터 하니까”



“요새 젊은 애들은 눈만 높아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하지 않아”, “대기업은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 네가 키우면 되지!”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두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찾은 방안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밀어 넣기였다. 어른들도 중소기업을 꺼리는 청년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혼란스럽다.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보도하고, 중소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은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란다. 


진짜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고함20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5인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소문만 많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면면을 살펴보자.

*영문 이니셜은 임의로 쓰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울산에 사는 J양은 K 중소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이다. 올해 일반 사원에서 주임으로 승진한 그는 고함과의 인터뷰에서 이직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조건의 회사를 알아보고 있음을 밝혔다. 상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편한 회사 분위기는 좋지만, 최근 정리해고 당한 동료와 과다한 업무량, 있으나마나 한 휴가 등은 J양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처 대기업 직원의 휴가나 월차 소식을 들을 때면 기분이 착잡해진다는 J양. 그가 3년간 겪어본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어떻게 알고 입사 했나

회사가 학교에 신입사원 모집을 부탁했나보더라. 대학교 학기를 끝마치고 놀고 있었는데 조교가 연락을 줬다. 연락을 받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학교 측에 보냈고, 기다리니까 합격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전공과 관련된 일인가

어느 정도 관련 있다. 세무회계를 전공했는데, 나는 영업부에 소속되어 거래처에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를 보내주는 등의 회계 마감 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가 전공과 관련 있으면 배우기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공과 연계되어 있으니 딱히 어렵지도 않고, 일하기도 편했다. 근데 올해 초, 같이 입사했던 친구가 정리해고 되면서 2명이 할 일을 나 혼자 하게 되니까 바빠졌다. 



그 친구가 정리해고 된 이유는 뭔가

우리 회사가 중공업이랑 거래를 하는데 작년 중공업 경기가 어려워져 우리 회사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대기업은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는데, 중소기업은 회사 사정 안 좋아지면 사람 줄일 생각부터 하니까… 근데 내가 알고 있기로 정리해고하기 몇 달 전에 미리 알려줘야 하는데 1월 초에 그 친구를 불러서 이번 달까지만 일하라고 통보했다. 그 친구랑 다른 1명, 총 2명이 그렇게 연 초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옆에서 친구가 잘린 걸 보고 연 초부터 우울했겠다. 정리해고 얘기만 들어보면 회사 분위기는 찬바람이 쌩쌩 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내가 있는 1층 직원끼리는 굉장히 친하다. 게임으로 점심 내기도 하고, 배달 음식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한다. 부서 분위기도 상사랑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좋다. 근데 부서원 5명 중 나 혼자만 여자고 어리다. 다들 나이가 있으니 잘 대해주기는 하지만 고리타분한 것 같긴 하다. 군대 스타일을 고수하시는 부장님이 계시는데 단정한 걸 강요하신다. 머리 풀고 있을 때는 묶으라고 하신다. 그건 내 자유라고 말하면 머리카락 만지지 말라고, 만질 때마다 돈을 내놓으라고 하셨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혼자 여자면 불편할 것 같은데

우리 부서가 있는 1층에는 여직원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청소나 손님 오실 때 커피 대접 등 잡일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초반부터 계속 나한테 시키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알아서 한다. 내가 여자라서 시키는 것 같다. 가끔 복사랑 스캔, 그리고 거래처 직원 연락처도 알아봐달라고 한다. 내가 맡은 일하기도 바쁜데 업무 외의 일을 시키니까 정말 싫다.



회사에 청소하시는 분이 따로 없는 건가

청소하시는 분은 따로 안 계신다. 나도 그게 불만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해봤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아래 연차 여직원이 청소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인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 책상 닦고 바닥을 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 3년차면 아래 연차가 있지 않나. 아직까지 막내라서 그런 잡일을 하는 건가

아래 연차가 2명밖에 없다. 그 분들도 할 일이 많아서 시키기 미안하다. 그냥 내가 하는 게 마음 편하기 때문에 안 시킨다.



정리해고라든지 여직원이 청소나 커피 대접을 맡는 등 회사 내에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일을 해결해줄 노조는 없는가

우리 회사에 노조는 없다. 과장님한테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노조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근데 앞전에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회사에 걸려서 해고당했었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 노조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이야기 주제를 돌려보자.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연봉은 얼마인가

우리 회사가 중소기업 중에서도 좀 큰 규모이기 때문에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잘 버는 것 같다. 2500만원에 성과급은 별도다. 월급으로 따지면 160만 원 정도고, 상여금을 받을 때면 200만 원 정도다. 매년 말에 상사들이 인사평가를 시행하는데, 그에 따라 연봉이 오르기도 한다. 



인사평가, 왠지 주관적일 것 같은데

사람이 하는 평가니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자기에게 잘 하는 사람한테는 점수 잘 줄 것이고, 아니면 그 반대겠지. 그래서 알랑방귀 뀌는 사람도 많다. 나는 알랑방귀 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직급이 높을수록 더 높은 사람들을 대할 일이 많으니까 아부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올해 승진했다고 들었는데, 승진할 기회는 얼마나 자주 있나

1년에 한 번이다. 연말에 인사평가 한 걸 통해 연 초에 연봉협상을 한다. 올해 1월에 연봉 협상할 때 승진했다고 말해주더라. 가끔 특별승진이 있던데, 그건 누가 결정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승진의 기회도 결국 인사평가에 달렸기 때문에, 공평하게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직장인이라면 상사나 회사에 불만이 있을 텐데, 털어놓고 싶은 불만이 있나

공휴일에 노는 걸 당연하게 생각 안 하고 인심 쓰듯이 “그래, 이번에 쉬어라”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빨간 날에 가끔 출근하기도 한다. 작년 대통령 선거 날에 남들 다 쉬는데 우리는 투표하고 출근했다. 



당시에 일부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투표하고 출근한다는 보도가 꽤 나왔던 게 기억난다. 회사 말고 상사에 대한 불만은 있나

불만까지는 아닌데… 상사들이 휴가를 안 쓰니까 나도 쓸 수가 없다. 거래처 대기업 직원들이랑 통화할 때면 휴가 다녀왔다, 월차 썼었다는 얘기들을 듣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럴 때면 대기업이랑 중소기업을 비교하게 된다.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월차 쓰고 싶을 때 써서 여행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입사한 후 한 번도 휴가나 월차를 써본 적이 없다.



휴가가 없는 직장 생활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럼 반대로 회사 다니면서 이런 점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성과급. 성과급 받을 때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1층 사람들끼리 단합이 잘 되니까 그 부분 덕분에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역시 돈이 최고인 것 같다. 칼퇴근은 가능한가

6시가 퇴근 시간인데, 자기가 맡은 업무를 다 끝냈으면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다. 예전에는 1층에 전무님이 계셔서 인사하고 나갈 때면 할 일은 다 하고 가냐면서 눈치 줬다. 뭐 그때도 꿋꿋하게 퇴근했었다. 근데 할 일이 남아있으면 다 끝내고 가야한다.



야근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는가

야근한 적은 없다. 야근하는 사람도 없고. 제일 늦게 퇴근했을 때가 7시다. 타임카드가 없으니까 늦게까지 남아서 일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야근 수당도 없고.



출근은 몇 시에 하는가

8시다. 다른 회사보다 빨리 출근한다. 점심시간은 12시에서 1시까지이고. 쉬는 시간은 따로 없는데, 일 할게 없으면 인터넷 서핑 해도 되고 자유롭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9시간이나 근무한다. 대단하다. 회사 내에 여직원이 별로 없다고 했는데, 결혼해서도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나

얼마 전에 과장님이 출산휴가 3개월 쓰시고 돌아오셨다. 흔히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자들이 결혼하고 애기 놓으면 잘린다고 알고 있지 않나.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장님은 여기가 첫 직장인데 10년 동안 다니고 계신다. 그런데 최근 친구가 정리해고 되는 거 보니까 나중에 내가 결혼하고 출산휴가 쓰면 잘릴 거 같기도 하고… 두렵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는데,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도 이왕이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좋다. 주거래처가 대기업이다 보니 그쪽 직원들이랑 대화를 나눌 때가 많은데, 휴가나 월차 등 복지 얘기를 들어보면 대우가 다르더라. 그리고 대기업 횡포라는 게 있다. 어떤 거래처 여자는 전화를 하면 쏘아대듯이 말한다. 그 여자는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들을 다 그렇게 대한다고 차장님이 얘기해주더라.

아무리 좋은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이랑은 차이가 있다. 사람이 적으니까 한 사람한테 주어지는 업무량이 많다, 나는 2명이서 해야 할 일을 혼자 해야 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직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재 이직을 준비 중인데 여기보다 조건이 좋았으면 좋겠다.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참나

    2014년 2월 27일 11:09

    회사 꿀이네. 뭔 불만이 저래많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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