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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토요일 오후, 아현 고가도로 위에는 자동차 대신 사람이 걷고 있었다. 2002년 이후 서울시는 고가도로의 ‘단점’을 인지하여 청계천 및 홍제 고가도로를 비롯해 총 15개의 고가도로를 철거해왔지만 아현 고가도로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도로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컸다. 그 때문인지 이날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아현 고가도에서는 걷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이 아현고가도로의 마지막 모습을 잘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 서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 철도 중심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과거 자동차 중심의 첫 상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라며 아현 고가도로의 철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가 한국의 고도성장 속에서 주요 교통 축 역할을 해왔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로, 도시미관 및 환경훼손으로 인한 슬럼화이다. 예를 들어 아현 고가도로는 광화문에서 아현 방면으로의 교통흐름은 원활하게 해주지만,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공간을 억눌러 슬럼화시키게 된다. 실제로도 고가도로 밑의 공간은 불법주차 공간 혹은 홈리스 족들의 쉼터 정도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서울의 교통체계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있다. 고가도로가 늘어날 당시에 우리나라는 자가용이 급격히 많이 보급되면서 이에 대한 기반시설이 부족하였다. 이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고가도로였고, 그 동안 톡톡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이 대중교통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실제로도 홍제고가도로와 아현 고가도로가 철거된 위치 아래에는 버스중앙차선이 설치되었거나 설치될 예정이다.


아현 고가도로의 철거는 서울 도시정책의 지향점이 시민이 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시민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대표적으로는 서울의 강북의 주요지점(마포-서대문-종로-성북-동대문-성동)을 이어주는 내부순환도로가 있다. 내부순환도로는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어 도로가 설치된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해주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하부공간을 간접적으로 잠식하게 되어 위압감을 주기 마련이다. 고가도로처럼 철거해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내부순환도로는 고가도로보다도 훨씬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기 때문에 철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하부공간을 활용해야만 한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부공간 활용의 사례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원조성 등의 노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하부공간 조성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하부공간의 관리를 정부가 맡을 것인가, 혹은 지자체가 맡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실제로 서울외곽 순환도로가 위치한 부천시는 2003년에 하부공간을 체육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7년 국토해양부가 하부 공간을 도로로 활용하겠다며 걸고 넘어졌고, 사업이 지체되는 동안 그 곳에는 여러 단체에서 대형버스, 대형장비 등으로 불법 점유를 하였고 이는 결국 큰 화재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제야 정부와 지자체는 협의를 통해 외곽순환도로의 하부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공원 및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뉴욕의 관광 명소 중 조금 특이한 곳이 있다. 예전에는 지상철도였던 곳을 지금은 사람들이 걸으면서 뉴욕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조망한다. 바로 ‘뉴욕 하이라인 파크’이다. 이 곳은 본래 화물운송을 목적으로 뉴욕시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만들어진 지상철도였다. 하지만 그 이후 그 지상철도보다 훨씬 교통이 발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도시흉물이 되었다. 뉴욕 시의 골칫거리였던 그 하이라인파크는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블룸버그라는 도시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시장이 취임하게 되면서 뉴욕시의 흉물에서 뉴욕시의 자랑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 하이라인 파크는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뉴욕시를 조망할 수 있는 하이라인파크ⓒhttp://blog.naver.com/jobmont/165743648



서울은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려는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다. 고가도로의 철거는 내부순환도로의 하부공간을 꾸며, 시민들에게 그 공간을 돌려주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원활한 협의를 통하여 하나의 ‘단체’혹은 ‘TF조직’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인다면 서울은 차가 막히지 않는 도시가 아닌, 사람이 걷기 좋은 나아가 사람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