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을 마지막으로 고함20의 9기 기자들이 1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친다. 지난 1년간 약 320여개 기사, 평일 기준 하루 평균 1개 이상 기사를 꾸준히 써온 역군의 9기 기자들. 그들을 이대로 보내기엔 왠지 아쉬웠다. 이참에 고함20이 보기보다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님을 이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슬쩍 들려주고 싶기도 했다. 1년동안 함께 해온 9기 기자들 5명을 꼬여내어 거침없는 성토와 우아한 반성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 많던 고하미들은 어디로 갔을까






랑 : 사실 그동안 돌아보면 도중에 고함20을 그만두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잖아.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그런 친구들이 적었던 9기 기자들이 더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고함20 기자들은 한 달에 두 개씩 기사를 쓰고 또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학생 신분으로는 아무래도 버거워서 그런가. 



아카룡 : 기사 작성의 부담감이 특히 크지 않을까.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정말 고함20 활동하기 싫어지지. 



정새임 : 근데 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쓰고 싶을 때만 쓰면 글쓰기가 절대 늘지 않아. 나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데일리칼럼 쓸 때 한두 번 정도 글을 못 썼단 말야. 그때마다 나 스스로를 엄청 탓했어. 엄청난 자괴감에 빠져서. 내 글쓰기를  발전시키는 데는 확실히 그런 스트레스가 필요한 것 같아. 



불량한생각 : 수습교육같은 시간이 계속 됐다면 스트레스가 차고 넘쳐서 고함20 활동을 못 했을거야(전원 웃음).



아카룡 : 근데 사람이 언제나 컨디션이 좋을 순 없는 거잖아. 어느 정도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무슨 월급을 받고 무조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직장인은 아니잖아. 고함20은 불가피하게 개인의 자발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체야. 개개인의 컨디션 문제는 어느정도 고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분위기 전반으로 퍼지면 안 되겠지만. 



불량한생각 :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그동안 기사를 얼마 안 썼다는 데 따른 죄책감이 드는지 고함20 내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더라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그것도 스트레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고함20에서 활동하는 이상 의무적으로 기사를 일정량 이상 발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시달리고, 그러지 못하면 고함20의 당당한 성원으로 나서기 힘들어하고.



아카룡 : 다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돼야 돼.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너지가 나오고 자발적으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러기가 참 힘들지. 그런 점에서 보면 9기 기자들은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생각해. 다른 기수에 비해서 도중에 활동을 그만둔 사람도 많이 없고. 1년 활동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활동하겠다는 사람들도 많고.



랑 : 9기 기자들 중에서는 저마다의 주관, 가치관이 뚜렷하고 그걸 바탕으로 고함20 활동에 지속적인 의미부여를 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어. 사람이 중요해. 고함20에서 면접 때부터 좋은 사람을 뽑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 

ⓒ 행객(고함20)




우리 9기 기자들이 고함20을 하면서 달라졌어요



랑 : 마지막으로, 고함20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블루프린트 : 당신부터 말해봐.



랑 : 전…많이 겸손해진 거 같아요(웃음). 



행객 : 거짓말(전원 웃음).



랑 : 고함20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약간 나 잘난 맛에 살았다고 해야 되나. 그런데 고함20 활동을 하면서 시야가 트였다고 해야 할까, 멋진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 현실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기 할 일도 착실히 해내는 친구들이 많잖아.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됐지(웃음). 또 어떤 일이든 혼자 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여럿이서 같이 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걸 많이 실감했어. 그동안 혼자서 고민만 하고 감히 풀어놓을 수 없었던 문제의식들을 고함20에서 팀 회의를 할 때 기사 아이템 형식으로나마 공유하고, 그럼 팀원들이 각자 한 마디씩 조언해주고, 점차 구체적으로 기사의 방향이 잡혀나가고. 그러면서 기사의 형식을 빌려 내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용기 있게 전달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과정이 참 좋았어.



정새임 : 나는 원래 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싫어했는데, 고함20 활동을 하면서 이젠 남에게 어느 정도 스스럼없이 내 글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 컴퓨터로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마치 나를 꿰뚫어볼 것 같고 이따금 악플도 달리면 쪽팔리지만(웃음).



아카룡 : 난 글이 진짜 많이 늘었어.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말투, 단어를 무작정 따라 쓰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런 버릇이 많이 줄었어. 그 대신 나만의 문장, 글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블루프린트 : 쉽게 써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 그러면서 아카룡이 말하는 대로 나만의 글이 나오는 것 같고, 나름대로 나만의 주관을 정립해 나갈 수 있게 되고. 



불량한생각 : 난 내 일상이 고함20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어(웃음). 예전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을 보면 ‘어 이거 기사 되겠는데?’하는 생각부터 해(전원 웃음). 또 원래 내가 수첩을 안 쓰는데 요즘에는 수첩을 들고 다녀. 기사거리가 생기면 곧바로 메모하려고. 트위터할 때도 자주 ’고함20‘을 키워드로 검색해보고. 고함20에 푹 빠져서 살게 된 거지(웃음).



아카룡 : 너 편집장까지 한번 해야 할 것 같은데(웃음). 내 주변에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친구들이 거의 없어. 쉽게 말해서 다 새누리당 찍는 사람들이야. 그러다 고함20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 예를 들어 불량한생각이 진보적인 논조의 글을 많이 쓰잖아. 만약 내가 글만 읽었다면 ‘빨갱이 새끼’ 이러고 말았을 거야(웃음).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글만 보고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읽을 수 있게 됐어. 글쓴이 당사자를 내가 아니까. 그래서 시야가 좀 더 넓어진 느낌이 들어. 고함20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진보 성향의 20대들은 다 어떨 것이다’라는 예전의 편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거야.  



행객 : 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어. 고함20에 이상한 사람들, 희귀한 사람들이 많잖아(웃음). 또 인터뷰를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어. 인터뷰를 핑계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잖아. 고함20 기자라는 감투를 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 





30대가 되어서도 고함20을 만날 수 있었으면





랑 : 이제 정말 마지막! 고함20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블루프린트 : 생존(웃음).



랑 : 나도. 딱 현상유지만 했으면 좋겠어.



불량한생각 : 가끔 고함20에서 ‘발전적 해체’라는 단어가 나오면 움찔움찔해.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함20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고함20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다른 누군가도 나중에 들어와서 누렸으면 좋겠어.



아카룡 : 20대 얘기를 되게 많은 곳에서 쓰고 있지만 고함20처럼 독립적으로 20대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잖아. 처음 고함20을 알게 됐을 때 ‘우리에게도 고함칠 권리가 있다’는 단체 소개가 참 좋았어. 우리 20대가 어떻게 보면 중간에 낀 세대잖아. 우리에 대한 정의를 우리 스스로 못 내리고 계속 기성세대에서 내리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행객 : 나도 고함20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 가끔 그런 얘기 나오잖아. 서른살 되면 고함20 활동을 할 수 없는 거냐고. 그 고민을 진짜로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 내가 30대가 돼서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고함20을 봤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