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서 일하던 지난해의 이야기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기삿거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사지원부를 찾아 물었다. “학보사에서 취재점검 나왔습니다. OOO 주임선생님 계세요?” 나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한 가지였다. “아뇨, 아직 출근 안하셨어요. 오후에 다시 오세요.” 처음엔 내가 출근 시간을 잘못 알았나 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늦게 출근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더 이상 취재점검을 하지 않는 지금까지도 나는 그 습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 교직원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게 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좋은 근무요건의 요소를 고루 갖춘 직업이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출‧퇴근 시간, 넉넉한 봉급은 기본이다. 이래저래 여유시간도 많다. 점심시간이 끝났지만 비어있는 학과사무실을 보는 경험은 대학생들 사이에선 꽤나 흔하다. 방학 때는 근무시간도 단축된다.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국립대 교직원은 정년보장까지 확실하다.


대학생들에게 대학교 교직원은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불만족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중앙일보의 ‘2013 대학생 만족도 조사’에서 교직원들의 학사행정 서비스에 대한 대학생 전체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86점이었다. 학점으로 매기자면 C+, 재수강이 필요할 정도다. 때문에 많은 대학의 커뮤니티에서는 교직원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강신청 등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의문사항이 있어 교직원을 찾았는데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한 경우는 흔하다. ‘반말’이나 ‘손짓’ 등 난데없는 교직원의 하대에 당황한 사례는 애교다. 교직원의 설명을 믿었다가 졸업이나 교환학생 일정이 늦춰진 경우처럼 꽤 심각한 일을 겪은 학생도 많다.


이쯤이면 대학 내에 새로운 종류의 ‘갑과 을’이 등장했다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 서비스 제공자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역설이다. 원인은 서비스 제공자인 교직원이 학생을 소비자로 인식하지 않는 데 있다. 직접적으로 자료를 만들거나 보고를 하는 업무와 달리 학생 응대 업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다. 교직원에게 학생 응대가 업무의 일환이 아닌 ‘부수적인 업무’로 인식되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 학보사에서 지난해 진행한 학사지원부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의 양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교직원의 변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업무의 양’에 학생 응대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교직원에 비해 한참 아래인 학생들의 나이는 이러한 인식을 거든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학생을 만나는 일은 교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임은 명백하다. 학생은 엄연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을 상대로 하는 반말이나 손짓 등의 하대는 업무의 양과 바쁨과는 무관한, 태도와 인식의 문제다. 교직원이 학생을 소비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가장 적절한 대처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평가’일 것이다. 중앙일보 만족도 조사에서 교직원 친절도 3위를 받은 동국대는 ‘교직원 서비스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학교의 전 부서를 방문 평가하는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교직원 성과평가에 반영된다. 친절도 4위를 기록한 성균관대 역시 전화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교직원에게 교육하고 있다.


불친절의 기저에는 학생을 대학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깔려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직원의 연금을 대납하는 일부 학교 당국과 학생에게 불공평한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등도 이러한 반증이다. 교직원 평가 제도의 도입과 함께, 학생을 대학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교직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