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와 오유(오늘의 유머)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부는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대학에도 있다. 현재 대다수의 대학에는 학생들의 자율로 운영되는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대학생의 공론장, 제3의 캠퍼스 역할을 하는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 순기능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 힘으로 만드는 우리만의 커뮤니티


커뮤니티가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정보 제공이다. 커뮤니티에선 학사일정이나 졸업정보, 장학금 등 학교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사용자 가운데 고학번의 비율이 비교적 높고, 총학생회 등 학내 단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어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정보의 정확성은 신뢰할 만하다.


수요가 높은 정보는 별도의 게시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남대학교 커뮤니티 ‘와이유키키’의 ‘YU강의백서’나 한양대학교 커뮤니티 ‘위한’의 ‘강의평가’ 등은 수강후기만을 모아놓은 게시판이다. 자취방이나 학교 주변 식당 정보를 모아놓은 게시판도 있다.

홍익대학교 커뮤니티 '홍익인' 갈무리



같은 대학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인 만큼 교내‧외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고 간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는 학보사가 수행할 법한 여론 환기의 역할도 한다. 실제로 2009년 12월 인하대에서 발생했던 폭행 사건은 인하대학교 커뮤니티 ‘인하광장’을 통해 공론화됐고, 결국 가해 학생은 상벌위원회를 통해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일부 커뮤니티는 특색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은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티 ‘이화이언’이다. 이화이언은 ‘비밀의 화원’이라는 비밀 게시판으로 유명하다. 비밀의 화원은 이화이언 이용자 가운데서도 인증을 거친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가 100% 여성이기 때문에 나타나게 된 특징이다. 성균관대학교 커뮤니티 ‘성대사랑’은 정반대다. 재학생이나 동문, 교직원 등 학교 관계자로 가입을 제한하는 대부분의 커뮤니티와 달리 성대사랑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정보 교류부터 여론 환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오고갈 수 있는 것은 커뮤니티 운영이 학생들의 ‘자율’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 본부도, 학생처 관계자도 운영에 간섭할 수 없는 학생만의 공간이란 사실은 커뮤니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학부나 대학원 재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화이언과 건국대학교 커뮤니티 ‘쿵(KUNG)’ 등 많은 커뮤니티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진을 선발해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나 커뮤니티 해!” 당당하지 못한 이유는


다양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그 중 하나가 커뮤니티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다. 고파스는 최근 들어 과거에 비해 정치적으로 우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를 두고 고파스 이용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위 ‘강남 엘리트’에 해당하는 고려대생의 입학이 증가하면서 실제로 우경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타 인터넷 커뮤니티가 지나치게 좌경화되어 상대적으로 보수인 것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중도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 재학생 A(22) 씨는 “커뮤니티의 정치색이 나한테도 부여되는 것 같아서 대놓고 이용한다고 말하기가 껄끄럽다”고 말한다.


중앙대학교 커뮤니티 ‘중앙인’은 지난해 학내 청소노동자 사건을 통해 ‘중베’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중앙인’과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합성어다. 근로조건 개선과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한 청소노동자에 대해 “청소노동자에게도 명예가 있나?”, “노동자들이라서 머리가 안 좋은가” 등의 인신공격성 글이 게재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2006년 스누라이프 사건(이용자가 주고받은 쪽지나 개인정보를 훔쳐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공개된 사건)과 2010년 고려대 학생사찰 사건(총학생회가 고파스와 강의정보 사이트 ‘클루’를 통해 커뮤니티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총학 집행부 내에서 공유한 사건) 등에서 지적된 것처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대학생들이 “나 커뮤니티 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언론의 선정적 시선


기성 언론은 대학사회의 이슈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다. 커뮤니티 이용이 가능한 해당 학교 출신 기자가 커뮤니티 이용자의 반응을 코멘트로 이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커뮤니티의 여론을 해당 학교 재학생 전체의 여론으로 왜곡한다.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명문대의 경우 이러한 일이 더욱 빈번하다. 스누라이프 운영자 유광렬 씨는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라고 일컬어지는 대학교에 집중되는 기성 언론의 관심은 다분히 선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경험한 커뮤니티는 폐쇄적으로 변하게 된다. 고파스의 경우 지난해 7월 익명게시판의 내용이 언론에 노골적으로 보도되는 일 등을 겪으면서 커뮤니티 접근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도 게시물을 열람할 수 있었던 호랭이광장(자유게시판)이 올해 2월부터 비공개로 전환됐다.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갈무리



커뮤니티의 폐쇄성 강화는 해당 커뮤니티의 자정 능력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폐쇄성이 높은 커뮤니티일수록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배타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커뮤니티 내부에서 불법적인 정보가 많이 유통되기 때문이다. SNS 전문가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개방적 네트워크가 소속감을 덜 주는 대신 더 많은 정보량과 정보의 균형을 제공한다면, 폐쇄적 네트워크는 소속감이 강한 대신 정보량이 적고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