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오후 2시,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공공운수노조 소속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열렸다. 고려대 등 총 14개 사업장이 참가한 이번 파업에서, 공공운수노조 추산 약 1600명의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 대학 용역업체에 임금 인상과 근무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개회사 서문에 “대학교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고 더러운 일을 강요받았음에도 낮은 임금을 받고,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용역의 서러움을 극복하는 자리”라며 총파업의 의의를 알렸다. 이어 그는 “저절로 깨끗한 학교는 없다”는 중앙대 학생의 대자보를 인용하며 “원청인 대학교는 우릴 노예 취급”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는 2004년 고려대에서 열린 집회가 처음이었다.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여전히 5,60대 청소노동자는 지나친 근무시간,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 등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 부양할 가족이 존재하는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엔 시급 5700원은 무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인정하는 단순노무종사원 시중노임단가(7900원)의 87.7%인 7000원으로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동결을 주장하거나 토요근무를 일방통보로 없애 월급을 삭감하면서 주말 근무를 금요일에 모두 처리하기를 주문했다.
대학 측은 임금문제에 대해 간접고용 형식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교는 노동자와 일대일로 고용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했으므로 용역업체와 협상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구 지부장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수천억의 적립금을 쌓아 놓고는 (직접 고용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도 이해(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며 대학 측을 대학자본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그는 “사회에 대한 기만”이며 “후세에 전해주지 않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연세대 공학원 청소노동자인 정연순(67) 씨는 “학교에서 청소노동자 옷을 입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남학생들이 들어온다”면서 노동자로서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토로했다. 이어서 “이번 파업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 다음에 들어올 청소노동자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업 중에도 이들의 손에는 쓰레기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날은 파업의 당사자인 청소노동자 뿐만이 아니라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광장으로 나온 대학생 단체들도 잔디밭에 앉아 노동자들의 권리를 함께 외쳤다. 고려대 생활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전두영(21) 씨는 대자보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을 알게 됐다며 “사측이 노조와 교섭을 하는 도중 화장실 간다고 하면서 도망간다던가, 쓰레기 양은 같은데 일하는 시간을 줄여 노동 강도를 높이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며 떼를 쓰고 있더라”며 사측의 행태에 분노해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노동부 대자보에 한 학생이 쓰고 간 문구

반면, 파업이 진행되는 중앙광장에서 멀리 떨어져 파업을 지켜보던 학생들도 많았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의 한 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통해서 파업을 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본 적은 없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른다”며 “등록금 등 학교 행정이 호감형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에게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