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애들은 눈만 높아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하지 않아”, “대기업은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 네가 키우면 되지!”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두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찾은 방안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밀어 넣기였다. 어른들도 중소기업을 꺼리는 청년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혼란스럽다.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보도하고, 중소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은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란다. 


진짜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고함20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5인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소문만 많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면면을 살펴보자.

대졸취업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의 대학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한다. 서울 A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B양은 졸업 후 첫 직장을 한 중소기업의 마케팅팀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할만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큰 벽에 가로막혔다. 회사는 일을 가르칠 의지가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업무는 주먹구구로 진행됐다. 어떤 사람들은 ‘중소기업이야말로 다양하게 일을 배울 기회가 열려있다’고 말하지만 B양은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에서조차 배울만한 변변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재학시절 공무원 시험을 잠시 준비했지만 금새 그만뒀다. 전공을 살리고 싶진 않아서 졸업 후 무엇을 할까 고민도 했다. 첫 회사는 친척분의 소개로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Q. 첫 번재 회사는 어떤 곳이었나?

사진 관련 회사의 마케팅팀으로 들어갔다. 회사엔 마케팅, 디자인, 개발, 고객 4개의 팀이 있다. 각 팀에 보통 다섯명에서 여섯명이 근무한다. 총 30명 내외가 일한다. 공장과 스튜디오는 따로 있고 사무실에 근무하는 인원이 이정도다. 중소기업 치곤 직급과 휴가, 연차 등 복지 체계가 어느정도 잡혀있는 곳이다.



Q. 마케팅 팀에선 어떤 일을 했나?

PR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공식 블로그와 SNS계정을 관리하고, 이벤트를 기획해서 실행하는 일을 맡았다. 블로그를 관리하면서 직접 글을 쓰기도 했고 사진 강좌를 포스팅 할 외부필진을 영입하는 일도 했다. 업무 중엔 회사의 할인 쿠폰을 배포하는 일도 있었다. 



Q. 흔히들 전공과 직무가 다르더라도 배우면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인가?

중소기업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교육이 없다. 팀장이 업무를 가르쳐주는 범위가 들쑥날쑥하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선 한 두 마디 던지고 일을 시키는 상황도 있다. 수습 기간이 3개월 있지만 업무적으로 차이는 없다. 답답함을 느껴 개인적으로 마케팅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알아봤으나 결국 듣지 못했다. 팀장이 팀원의 교육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걸 장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중소기업엔 체계적인 업무 교육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기획안을 내고 실행하는 것 모두 나 혼자 진행했다. 팀장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수준이다. 마치 대학교에서 나 홀로 팀프로젝트를 계속 해나가는 기분이더라.



Q.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나?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는 중소기업 인턴 교육을 이틀 받았다. 교육 내용은 노동법에 관련된 것이 약간 있었고 주로 조직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다. 여러 회사에서 온 사람들과 조를 짜서 조별 과제를 진행했다. 사무직 전반에 대한 교육이었지 마케팅 직무와 관련된 교육은 전혀 없었다. 회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내주는 이유는 인턴 교육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인듯 했다. 구인 시 이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회사들도 있지만 별 도움은 안 되니 구직할 때 참고했으면 한다. 



Q. 중소기업엔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근무하는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첫 직장을 인지도가 높은 곳에서 시작하면 편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곳에서 시작하면 아이디어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업무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마케팅이라는 업무가 회사돈을 쓰면서 배우고 다음단계로 나가야 하는데 나의 경우 회사 지원도 부족했고 별다른 교육도 없었다. 



Q. 업무 외적인 문제는 없었나?

마케팅팀은 팀장이 남자이고 팀원은 모두 여자여서 그런지 팀원들과 팀장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업무 방식도 팀원 개인의 업무가 있고 팀장은 각자의 진행사항을 체크하는 식이다. 팀이 합쳐서 뭘 이룬다는 느낌이 없었고 팀원들과 정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혼자서 일하는 방식이 편한 사람에게는 괜찮은 직장인 것 같지만 나에겐 맞지 않았다. 



Q. 근로 조건은 어떻게 됐나?

월급은 세금 떼고 150만원 정도. 팀장 이상이면 월 200만원 이상 받는다는 것은 짐작하겠지만 자세한 임금 내역은 모르겠다. 근무시간은 9시 출근 7시 퇴근이다. 원래 8시 30분까지 출근하던 것을 내가 입사하기 직전에 9시로 늦췄다. 



Q.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주로 경력자를 선호한다. 팀장을 제외하면 우리 팀에서 근무기간이 1년을 넘기는 사람이 없다. 디자이너도 보통 1년 반에서 2년 정도 근무한다. 회사에서 신입 교육에 대한 의지가 없다. 뽑아서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고 대체하기 쉬운 사람만을 찾는다. 재직 당시 팀원 1명이 결혼으로 회사를 관뒀던 적이 있다. 대신 온 사람도 다른 회사 다니다가 온 사람이었다. 디자인팀 같은 경우엔 알바생이나 신입을 쓰지 정규직은 경력직만 받으려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다들 이직 생각만 한다. 독립 후 자기 쇼핑몰을 하고싶어 하는 애들도 일부 있다.



Q. 이직을 결심한 이유?

첫째, 마케팅 직무가 맞지 않았다. 둘째, 팀에 애정이 없었다. 사람들과 분위기가 좋아서 계속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특별히 트러블도 없었지만 회사에 정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업무에 회의감이 생길 무렵 팀장과 부장의 압박이 심해져서 그만두게 됐다. 입사할 당시만해도 홍보나 SNS을 맡을 것으로 생각했다. 6개월정도 근무를 하니까 팀장이 나에게 MD일까지 요구하더라.



Q. 두 번째로 다닌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그 다음으로 취업한 곳은 정부조달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였다. 공공기관의 조달품목에 입찰해서 물건을 납품하고 대금을 결제받는 회사다. 나까지 7명이 근무하던 개인 사무실 같은 곳이었다. 사장은 입찰 가격을 써내고 전반적인 자금 관리를 체크한다. 부장, 과장은 네 분은 물건을 최대한 싸게 구입해서 납품한다.  

Q. 그 회사에선 어떤 일을 했나?

물품 구매와 납품을 뺀 사무 업무는 다 했다. 입찰 참가 신청, 다른 업체에 입찰 건수별로 가격 보내기, 낙찰되면 물품명세서를 만들고 대금 결제를 받을 때까지의 전반적인 서류 업무, 사입 업체들에 입금, 세금계산서 발행 등이었다.

 

Q. 업무상의 고충은 없었나?

세금계산서를 굉장히 많이 받았고 매일 입금해야하는 곳도 많았는데 회계 프로그램을 쓰지 않다보니 그걸 일일이 관리해야해서 바빴다. 사입 업체들이나 납품하는 공공기관에서 전화도 많이 오고… 근무 복장에 별 간섭이 없고 야근을 하지 않는 것 정도가 장점이었다. 



Q. 작은 회사의 고충이라면?

개인 사무실이다보니 모든 것에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서 모든 것을 사장 기분을 살펴서 얘기해야했다. 과장들은 토요일에도 일을 했다. 토요일날 일하는지 쉬는지 여부는 오로지 사장 결정에 달려있다. 평일에도 사장이 퇴근하지 않거나 먼저 가라고 하지 않으면 퇴근 할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