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진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온갖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대학의 이름이 ‘성폭행’, ‘성희롱’ 따위의 단어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대학은 성범죄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대학은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대학평가 열일곱 번째 주제는 대학 성범죄 대책이다.


B+ : 숭실대학교 / 교직원의 높은 성교육 참여율
 

성범죄 예방 교육은 모든 대학에서 의무적이다. 숭실대학교 역시 ‘성희롱 방지 및 성매매 예방 교육’이란 이름으로 예방 교육을 시행 중이다. 2013년에는 직원의 88.4%, 2012년 기준으로는 89.5%가 이 교육을 이수했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 대학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현황’에 따르면 교직원의 평균 교육 이수율은 48.3%다. 숭실대 교직원의 이수율이 높은 것은 학교 차원에서 성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진급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수의 경우 예방 교육이 의무가 아닌 데다 이수율 조사도 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는 어떨까. 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원이 철저히 보호되는 것이 원칙이다. 신분 보호를 위해 명칭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신고인과 비신고인’이다. 상담센터 내에 양성평등상담팀과 상담심리팀이 함께 속해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위한 상담도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양성평등상담팀은 해결책을 제시한 후 신고인이 사건의 종결을 원할 때에만 사건이 마무리된다.


C : 부산대학교 / 기숙사도 안전하지 않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어느 장소보다 편한 ‘집’이다. 하물며 여학생만 거주하는 여자 기숙사라면? 생활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편하고 안전한 내 집’이라는 인식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대학교 여자 기숙사에서는 괴한이 침입해 학생을 성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숙사 측은 피해자가 곧바로 경비실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내방송과 같은 간단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건 직후 부산대는 기숙사 등 학교 주변에 추가로 CCTV를 설치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산대 학보사 부대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대학원생과 학부생 12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에 상주하는 경비 인력은 단 한 명이라고 한다.




D : 연세대학교 / 사건 해결보다는 대학 이미지?
 

연세대학교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 등 외부의 수사보다 교내에서의 사건 처리를 우선시하도록 학칙을 개정해 논란을 낳았다. 사건의 원활한 해결보다 대학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가해자가 학교의 징계에 불복했을 때 가해자의 동의 없이도 사건 공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학칙에 포함돼 있어 지나치게 인권을 침해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news1 성범죄 사건 발생 직후 언론 앞에 선 마동훈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D : 고려대학교 /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네
 

지난해 고려대학교에선 보건과학대 교수의 여제자 추행, 경영대 교수의 영화관 몰래카메라 사건 등이 발생했다. 특히 2년에 걸쳐 동기 여학생 19명을 성폭행‧성추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해 온 학생이 발각되면서 대학의 성범죄 문제에 관한 우려에 불을 붙였다.



떠들썩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고려대의 성범죄 예방 대책은 미온적이다. 고려대는 2011년 의대생 성추행 사건 당시 성범죄 관련 학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가해 학생 3명을 ‘출교’한 이후 특별한 조치가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2012년 9월 1일 자로 출교 조항이 없어지면서 가해 학생이 재입학할 여지를 남기게 됐다. 지난해 역시 여론의 대책 요구가 빗발치자 뒤늦게 ‘성범죄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 관련 교육 역시 부실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F : 육군사관학교 / 술 막는다고 성범죄도 막아지나
 

육군사관학교 역시 잇따른 성범죄 사건으로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남자 상급생도가 여자 하급생도를 육사 생활관 내에서 성폭행한 사건을 시작으로 생도의 주점 및 마사지 업소 출입,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등의 사건이 3개월 동안 연달아 발생했다. 



국민의 질타에 육사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의 ‘삼금제도’ 강화였다. 삼금제도란 재학 동안 음주‧흡연‧혼인을 금지하는 사관학교의 전통적인 규율이다. 이 가운데 금주(禁酒) 조항은 지난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음주 허가권자(지도교수나 가족 등이 있을 때엔 음주가 제한적으로 가능하다)의 폭이 넓어지고 음주의 허용량이 삭제되는 등 완화되는 추세였다. 사건이 터지자 육사는 허가권자를 학교장 이상으로 재설정하면서 삼금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이다. 술을 먹은 생도가 성범죄를 저질렀으니 술을 못 먹게 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대책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주의 허용량을 높였던 2003년 이전으로의 회귀에 불과하다”며 “생도들의 의식변화를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을 감안한 탓인지 육사는 9일 삼금제도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은 성인으로서의 자유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를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학의 성범죄 예방 정책은 지금보다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 성범죄 예방과 사건 이후의 대책 등 모든 면에서의 재정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