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클럽 199>는 국내 최초의 ‘홀로그램 강연쇼’지만, 이 방송의 첫 시도가 그것뿐만은 아니다.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태블릿 PC를 갖춘 99명의 청중 역시 낯설다.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홀로그램 보다는 이들 ‘상상인재’라고 할 수 있다. 연단에 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99명의 ‘스티브잡스 클론’들에게 질문한다. “여러분, 상상해보세요.”
창조클럽에서는 모든 상상력이 평가대상이다. 정답이 없음을 전제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는 솎아진다. 강연자가 선택한 상상의 주인은 ‘상상코인’을 받게 되고, 그렇게 쌓은 코인으로 최종회에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창조클럽 199>는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소개에서 이 장면을 “1%를 대표하는 강연자와 99%를 대표하는 상상인재들의 만남”으로 묘사한다.
나의 ‘상상력’은 이렇지 않아!

 

그런데 상상은 언제나 기발해야 하고, 뒷통수를 칠만한 ‘한 방’이 이어야 할까? <창조클럽 199>에서 상상력은 제품, 혹은 서비스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돈으로 이어지는 무언가만이 ‘상상’이라는 명예를 획득할 수 있는 듯 보인다. 이 프로그램에서 내세우는 상상을 기반한 ‘창조’ 역시 경계가 불분명하다. 직업적 상상력을 지향하는지, 백지상태의 원초적 상상력을 일컫는지 알 수 없다. 상상력과 직업적 아이디어는 엄연히 다르다. 상상력은 직업적인 아이디어를 끌어안을 수 있는 개념이지만, 상상력 그 자체가 결과물을 요하는 직업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직업 성격을 ‘창조’와 얼기설기 연결하려는 시도도 어설프다. 창조적 연사로서 연단에 선 이들의 ‘업종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작곡가, 건축가, 데이터분석가, 김치연구가, 시나리오 작가, 디자이너 등. 1%의 창의력이 아닌 1%의 ‘종류’를 집합시킨 듯하다. 애초에 직업소개를 통해 창조라는 관념을 가르치거나 설명할 수 없음에도, 특정 직업을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전문적인 정보가 프로그램 전반을 이끈다.
이것은 움직이는, 화려한 자기계발서
프로그램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박근혜 정부의 주 정책기조인 ‘창조경제’가 연상된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창조클럽 199> 프로그램과 함께 오프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첫 회에서 강연을 맡았던 올댓스토리 대표 김희재씨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정부과천청사에서 부처 관계자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창조경제’를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때 필요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tvN은 현재 홈페이지에 창구를 마련하고 <창조클럽 199> 오프라인 특강에 참여할 기업들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청중에게 “상상해 보라”고 질문하면서 결국 직업의 전문성을 뽐낼 수 있는 아이디어로 대답을 귀속시키는 프로그램의 특성과 ‘기업특강’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창조클럽 199> 방송화면 갈무리.
연단 위의 전문가들은 모두가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지식을 쌓을 것’을 권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성 있는지는 그들의 ‘상상’하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듯 하다. 특정 직업군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지식을 상상인재에게 가르치고 곧바로 ‘열’을 알기를 요구할 뿐이다.
창조클럽에 자리한 ‘상상인재’의 대부분은 20대 청년들이다. 왜 20대는 데이터의 시각화 트렌드에 예민해야 하고, 동시에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건축물을 상상해야 할까? 왜 없는 ‘이야기력’을 끌어내 스스로를 볼만한, 팔릴만한 이야기로 만들어야 할까? 창조클럽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하고, 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 ‘척척박사형’ 20대를 원하며, 프로그램 몸소 그러한 청년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대가들의 질문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이디어를 내놓는 이들은 창조, 융합, 상상. 무엇이든 소화 가능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이 상상하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창조클럽 199>는 청년세대에게 어필할 준비가 된, 한껏 치장한 움직이는 자기계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