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물으면 대답은 ‘다나까’로만, 슬리퍼와 모자 금지.. 한동안 잠잠했던 체대의 군대식 문화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체대에 막 입학한 신입생 중 일부가 내부규정에 불만을 갖고 인터넷 공간에 폭로중이다. ‘한동안 잠잠했던’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 문제가 매년 반복될 분 전혀 바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이 되면 체대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거부하는 신입생은 자퇴를 할 것이고 순응하는 신입생은 다시 선배의 위치에서 폭력을 재생산할 것이다.

대학 군기의 실태 ⓒfposts.com

언론과 네티즌은 체대에 있는 ‘군대식 문화’의 원인을 두고 체대의 특수성과 폐쇄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썩 설득력있는 이야기는 없다. 먼저 체대의 군대식 문화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관습이기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관습이 처음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하기에 설득력이 낮다. 더군다나 문화라는 단어가 곧 반복되는 행동을 의미함으로 이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식 문화의 세례를 받은 새내기들 중 일부가 선배가 되어 ‘받은만큼 돌려주려’하기 때문에 체대의 부조리가 반복된다는 주장도 있다. 폭력 가해자의 동기를 설명하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왜 폭력을 수용하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다소 규범적인 차원에서 체대의 특수성으로 군대식 문화를 설명하려는 주장도 있다. 체대는 힘든 훈련을 견뎌내야 하며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후배간 규율이 강조되고 이러한 문화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견 설득력을 갖기도 하지만 체대 내 부조리는 과업수행에 필요한 규율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체대의 억압적인 문화의 원인은 폭력을 방조하는 엘리트 체육에 있다. 한국의 체육인 양성 시스템은 소수의 재능있는 운동선수를 발굴 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체계로 짜여있다. 선수의 목표는 오로지 전국체전 입상이며 다른 교육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뒷전이다. 극단적인 성과지상주의는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용인한다. 자연스럽게 중고교 운동부에선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독, 코치진에 의해 인격적 구속과 직간접적인 신체적 폭력이 뒤따른다.



중고교 시절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쉽게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에 적응한다. 일부 신입생은 카카오톡 캡쳐화면을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으로 소극적인 저항을 시도하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에서 폭력을 수용한다. 어려서 가정폭력에 노출 된 사람일수록 결혼 후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학원체육을 바꿔야 대학의 부조리한 군대식 문화가 바뀐다. 문제의 원인은 대학의 안이 아닌 바깥에 존재한다. 몇 몇 구성원이 용기를 내서 부조리를 극복한들 얼마 지나지 않아 억압적 분위기는 다시 자리잡을 것이다. 당장 엘리트체육 전반을 개혁할 수 없다면 적어도 중고교 학원 체육을 일시적으로 재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더이상 폭력에 둔감한 괴물이 되기 전에.